최저임금 인상관련 팩트 체크 - 2 ; 시애틀과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세상 비평) 최저임금 인상관련 팩트 체크 - 1 ;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적정한가?




최저임금 이슈와 관련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습니다. 미국의 시애틀입니다.
시애틀은 2014년부터 2021년 까지 순차적으로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올리는 계획을 갖고 있고 500인 이상 사업자들은 이미 최저임금 15달러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계획의 효과에 대해서는 두개의 서로 상반된 연구가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비판적인 입장 ; 워싱턴 주립대학교 연구

연구결과 : 시애틀의 최저임금이 13달러에 도달했을 때, 저임금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9.4% 줄어들었고 일자리는 7% 줄어들었으며 노동자당 월 평균 125달러(약 6.4%)의 소득이 감소했다.
의미 :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를 고숙련, 고임금 일자리로 대체하였다. 혹은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를 대체하였다.
반론
  • 단일소재사업장만 연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연구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스타벅스같은 체인점은 빼고 동네 카페만 연구대상으로 삼았다는 말)
  • 가공 집단통제법에서 비교대상인 통제집단을 워싱턴주의 도시로 한정했는데 이것이 적정하지 않다.(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대조군을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의 도시로 삼았는데 워싱턴주에는 시애틀과 비교 될만한 대도시가 없다는 말)
  • 우편번호로 연구 지역을 나누는 방식이 시애틀 뿐만아니라 시애틀 주변부 까지 상당 부분 포함할 수 있다.(행정구역으로 엄밀히 연구하지 않았다는 말)


긍정적인 입장 ; UC 버클리대학교 연구

연구결과 : 외식업체를 연구한 결과 근무시간과 일자리 수 감소는 없었다. 급여는 미미하게 올라갔다.
의미 : 주급이 상승하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그만두는 빈도가 이전보다 줄었고, 이에 따라 교육 및 훈련 비용이감소하여 고용주들이 노동자 수를 줄일 필요성을 적게 느끼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증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반론
  • 외식업체만 연구대상으로 삼았다.(모든 업종이 아니라 팁 문화가 있는 외식업만 연구대상으로 삼은것은 문제라는 말)
  • 분석 기간을 2016년 1사분기까지만으로 설정했다.(최저임금의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된 기간의 대부분을 분석하지 못하였다는 말)
  • 외식업의 저임금 노동자만이 아니라 고임금 노동자까지 함께 분석했다.(고임금 노동자와 합쳐서 통계를 내는 바람에 최저임금 인상의 정확한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말)


시애틀 최저임금 인상관련 연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상반된 두 연구결과에는 각각의 비판이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방법론에서 UC버클리의 연구가 좀 더 문제가 있습니다. 워싱턴주립대학교의 연구보다 연구대상을 훨씬 더 한정시켜놨고 연구기간도 본격적인 최저임금인상의 파장이 나오기 전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UC 버클리의 연구결과를 자세히 보면, 시애틀의 외식업계의 최저임금 인상 결과 "일자리와 근무시간의 큰 변화가 없는 상태" 에서 "최저임금이 10% 올랐음에도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1%" 오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직업이 줄어들지도 않았고 근무시간이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10% 올랐는데 실질임금이 1%밖에 안올랐다는 것의 의미가 뭘까요?
러프하게 말하면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가 외식업계에서는 열명 중 1명 정도 였을 거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팁이나 기존의 주급으로 대부분의 외식업계 종사자는 이미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는 시애틀의 외식업계가 평균적인 다른 업종보다 비교적 최저임금의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 직업이었을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연구 대상을 외식업계로 한정한 것이 최저임금 연구에는 부적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시애틀은 무엇이 다를까요?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2014년 시애틀 시의회에서 공론화를 거쳐 시작했습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고용 노동자 수, 팁 여부, 의료보험 보장 여부 를 고려해 비교적 차등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준비와 공론화 과정 없이, 업종과 회사규모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작년부터 급하게 시행중입니다.
  •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의 2017년 일인당 소득은 평균 5만 6,283달러입니다. 워싱턴 주는 사과와 원시림이 유명한 곳입니다. 워싱턴의 제일 큰 도시인 시애틀의 경우는 워싱턴 평균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2017년 일인당 국민소득은 2만7.633달러입니다. 시애틀의 절반도 안됩니다.
  • 고용의 유연성이 비교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즉시 고용계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라고 구두로 통고해도 즉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한국은 고용주 사정에 따른 해고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 시애틀의 면적은 217Km2 입니다. 참고로 성남시 면적이 142Km2 정도입니다. 사업자가 만약 시애틀의 정책이 부담되면 시애틀 외곽도시나 다른 도시로 피해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마음에 안들면 외국 외에 갈 곳이 없습니다.
  • 시애틀 인구는 70만명 정도입니다. 부천시 인구가 84만명이니 부천시보다 인구가 적습니다. 작은 시단위에서 시행하는 시험적인 제도와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의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의 복잡성과 파괴력이 갖을리 없습니다.
  • 한국의 최저임금 고시가격은 주휴수당과 4대보험, 퇴직연금이 포함 안된 가격입니다. 만약 최저임금이 만원이 되면 실질적으로 고용주가 지불해야 하는 인건비는 만오천원에 육박합니다. 실질적으로 시애틀의 최저임금과 차이가 없어집니다.
  • 미국은 지금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실업률이 제로입니다. 실업률이 제로라는 말은 사람이 없어서 못쓴다는 말입니다. 이런 나라의 최저임금 인상과 만성적인 경기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이 같을리 없습니다.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다만 고용의 양과 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UC 버클리 연구가 말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말하는 게 이닙니다.
한국은 인구 70만에 성남보다 조금 큰 시애틀과 규모가 다를 뿐더러 소득은 시애틀에 절반밖에 안되고 고용의 유연성은 전세계적으로 악명높을 정도로 비탄력적입니다. 경기는 일본의 장기침체가 의심될 정도로 최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애틀과 비슷한 정도의 최저임금을 별다른 공론화 과정 없이 예외도 두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이게 잘 될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찬성하는 입장 중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대는 경우는 못본것 같습니다.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프로듀스48 의 오시를 정하는게 아닙니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을 따라야 합니다.
"을(乙) vs 을(乙) 끼리 싸우지 말고 카드사나 건물주, 프랜차이즈 본사와 싸우라" 는 말은 저질 편가르기입니다. 자신들이 노동생산성으로 감당 안될정도로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사냥할 마녀를 지목해 주는건가요? 이런 저질스러운 행동은 파시스트나 하는 짓입니다.




오늘 문대통령이 계획한 시간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힘들게 되었다고 사과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누구에게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하는 것인가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공약을 지키지 못해서 사과한다면 어떤 대통령이든 수십번 사과해야 합니다.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도의적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떄, 단순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었는데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 단체에게 전달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말 난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래서 안되겠네... 이해해 줄 수 있지?"
자신의 지지층에게 이심전심 메세지를 실어서 보내는 이런 방식을 정치에서 "개피리 불기"라고 합니다.
지금 최저임금 많이 못 올려서 미안하다고 특정세력에게 개피리 불 때가 아닙니다. 많이 않올려서 미안한 그 최저임금 때문에 직격타를 맞을 자영업자가 한두명이 아닙니다. 결국 모든 국민이 간접피해를 볼겁니다.
지금 이념논쟁을 할 떄가 아닙니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계산하면 안됩니다. 시장(market)은 정치적 이해득실로 속이거나 호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
file:///C:/Users/Administrator/Downloads/35-%EB%8F%99%ED%96%A51.pdf
file:///C:/Users/Administrator/Downloads/35-%EB%8F%99%ED%96%A51%2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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