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화폐 타락과 경제 붕괴의 초입에서 - 세계의 변혁과 암호화폐

 



인플레이션이 근 1년간 화제다. 요즘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으니 소프트랜딩이나 노랜딩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따라서 자산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희망 회로가 여기저기서 돌아가고 있다. 희망 회로를 돌리기 전에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용어의 정확한 의미와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이 아니라 통화팽창이다. 인플레이션을 물가상승(物價上昇)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인플레이션의 본질이 심하게 왜곡된다. 만약 금본위제 시대였다면 금의 공급이 늘어 그 가치가 줄어든 것이 인플레이션의 본질일 것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 폭도 한도가 있다. 금이나 은의 양(통화량)을 누군가 인위적으로 팽창시킬 수 없고 물건 가격이 오른 만큼 신속하게 공급되어 균형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국가가 화폐를 창조할 수 있다는 괴이한 시스템에서 화폐는 흔해지다 못해 확실하게 타락한다. 풍선처럼 팽창하다 뻥 하고 사라진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종종 일어나는 경제 현상이 아니다. 화폐 타락의 서막이다. 이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해 보자.


다음, 이른바 인플레이션은 누가, 어떻게 측정하는가? 당연히 국가 기관, 혹은 국가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 측정하고 발표한다. 위에 말했듯, 현 명목화폐 제도 아래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항상 국가의 발권력 남용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제 고통은 정치 불안과 정권 교체를 유발한다. 따라서 각 정부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축소하려는 강력한 동기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은 숨기고 싶은 더러운 속옷 같은 것이다. 침대나 장롱 밑에 숨기고 싶은 치부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지수는 실제 일어나는 화폐 타락 현상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뻔뻔한 방법이 가득하다.

예전과 같이 중간 상품으로서 금-은의 가치하락 현상이 아니라, 브레턴우즈 체제 종식 후 국가의 발권력 남용에 의한 명목화폐의 타락 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때는 1970년대 닉슨 행정부 때이다. 닉슨은 화폐 가치가 급격히 타락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근원물가지수"라는 것을 창조한다.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것이다. 사람이 화폐로 교환하는 재화 중에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어떻게 화폐 가치의 변동을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몇 년 뒤 레이건은 아예 주택 가격도 물가지수 산정에서 제외했다. 지금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음식값, 에너 값, 집값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때 설문을 통해 질적 요소(qualitative)를 가미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나온 핸드폰이 100만 원, 올해 나온 핸드폰이 120만 원이라고 하자. 핸드폰 가격이 20% 올랐다고 봐야 하지만 핸드폰이 '질적으로' 개선되어 기능과 성능이 좋아져서 그 가치가 작년에 비해 20% 올랐다고 통계 당국에서 판단한다면 핸드폰 가격의 상승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인플레이션에 계산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기술과 생산성 발전에 따른 이득을 인플레이션 축소로 퉁친다.

사실 이런 설명도 필요 없다. 당신의 경험을 상기해보라. 작년보다 올해 사는 게 더 팍팍해진 이유가 화폐로 살 수 있는 모든 물건값이 평균적으로 겨우 5% 올라서인가? 한국 물가는 통계청 발표로 대략 이 정도 올랐다. 영국은 현재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의 파업으로 기간시설이 마비되고, 인구의 11%가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르고 있다. 궁핍으로 교사와 응급구조사까지 푸드뱅크에서 공짜 음식을 받아 간다고 한다. 이게 겨우 작년보다 물건 값이 10% 정도 올라서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미 종이돈으로 살 수 있는 음식, 연료, 옷, 임대료는 각국 정부가 발표한 인플레이션 수치에 2 내지 3을 곱해야 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그래야 사실에 가까운 화폐 가치의 하락을 추산해 볼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사는 것이 팍팍해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도 있다. 당신이 가진 재산 상당수는 명목화폐로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그 가치도 10~15% 사라진 것이다. 당신이 50만 원을 저축해 놓았다면 작년에는 국밥 75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60그릇도 못 사 먹는다. 당신 화폐의 가치는 사라졌다. 당신이 인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돈만큼, 정부가 명목화폐를 발행하며 명목상으로라도 갚기로 한 국가의 부채도 사라졌다. 만약 초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0이 되면 국가가 진 빚도 0이 된다. 이해했는가? 인플레이션은 "세금"이다. 조세저항이 가장 적고 그 본질을 숨기기도 쉬운 최고의 징세 방법이다. 그 징세가 조절이 힘들다는 점만 빼면... 이런 징세가 적당히 조절이 안 되는 게 현재 한국,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이 곧 잡힐 것 같은가? 1970년도 이후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에 대해 말하자면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좀 올린다고 쉽게 잡히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물건값이 10% 올랐다면 내 은행 이자도 10%는 넘어야 돈 가치가 보존되는 게 아닌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데 지금 기준금리는 3.5%다. 더 웃기는 건 제일 금융권 예금 금리조차 5% 넘는 게 없다. 지금 현금을 물건이나 인플레이션을 헷지할 수단으로 바꿔야 정상적인 경제적 판단이 아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은 지금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돈이 없어 밥을 굶는다는 영국을 보자. 인플레이션이 10%가 넘는데 기준금리가 3.5%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겠는가? 아니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는가? 영국이 시작이지만 다른 유럽과 제삼세계, 우리나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는 걸 꺼리는 이유는 경제 체제가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을 견딜 체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니면 금리 인상이 일으킬 경기후퇴를 현재 정치 체제가 견딜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원하는 건 경기후퇴가 아주 서서히 일어나서 기존 경제체제의 붕괴를 일으키거나 정치체제의 붕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물가도 안정되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이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건전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었다. 오히려 1930년대 각국이 했던 것처럼 서로 관세를 올리고 시장을 닫고 있다. 미국은 21세기판 홀리-스무트법이라 불릴만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추진 중이고 유럽과 다른 경제블록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 국가 사이 분쟁이 산적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언제든 확전할 위험이 있지만, 앞으로 대만 문제, 이란-이스라엘, 한반도와 같이 심각한 분쟁 가능성이 최고조에 있다. 

3. 근대 이후 전무후무한 돈풀기와 저금리 정책으로 이미 세계 경제의 기초체력은 이미 소진되었다.

이제 다른 길은 없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적당히 인플레이션을 잡는 척하며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던지, 심각한 경기 위축을 감수하고 인플레이션이 잡힐때 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던지 선택해야 한다. 내 생각에 미국을 비롯하여 주요 국가는 모두 전자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미국을 포함해 서구 선진국은 국민에게 병(病)에 듣는 쓴 약을 줘본 적이 없고 국민도 쓴 약을 삼켜본 적이 없다. 인플레이션에 의해 파국이 오는 건 시간이 걸리지만 금리 인상에 의한 경기 위축은 빠르고 인과관계를 지목하기 쉽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외국부터, 기업, 부자까지 다양하게 탓할 희생양이 있지만 금리 인상에 의한 경기 위축은 금리인상을 주도한 정권의 심각한 정책 실패로 취급당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 위축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진지하게 잡으려 할 리 없다. 피할 수 없는 파국이라면 정부가 비난을 그나마 피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 파국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지금도 똑같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각각의 변수와 상황이 같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나 사회가 비슷한 상황과 압력 아래서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기는 1930년대 전간기(戰間期) 대단히 유사하다. 강대국의 등장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화폐 가치의 불안정, 경제 블록화와 보호무역의 심화, 주요국의 정치적 불안정... 이 위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유럽의 강국들이 몰락하고 유럽 역사 밖에서 힘을 키운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하고서야 혼란이 끝났다. 지금의 경제적 혼란은 세계의 더 거대한 혼란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악당이 민주주의 국가를 침략한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북조선이 지상낙원이라고 믿는 북한 주민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서구와 서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국의 언론이 주입한 사실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내면화했다는 점에서 정확히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가장 인상적인 면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의 한 축인 대서양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대서양을 마주한 서구 문명이 선도하는 세계, 그리고 서구 문명의 지도자인 미국이 군사적-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 유럽 대륙에서 강대국의 등장을 저지하고 러시아를 고립시켜야 한다. 유럽, 특히 독일의 기술과 러시아의 자원이 결합하는 일을 막는 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다. 실제로 이런 일의 결과가 이번 전쟁이다. 러시아를 어설프게 고립시키려다 반격당했고, 러시아를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굴복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은 유럽과 미국 편은 아닌듯 하다. 

이미 중국은 1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2022년 기준으로 GDP는 미국의 75%에 육박한다. 이 숫자로만 보면 중국은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GDP는 '일정 기간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의 합'이다. 상식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의 GDP에서 재화, 즉 실제 자원과 생산품의 비중이 높다. 진정한 국력을 뒷받침할 제조 능력은 미국보다 중국이 열세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은 무기조차 적절하게 제조해낼 능력조차 훼손되었다. 군수업체를 무리하게 통폐합하고, 소규모 분쟁에 사용할 고가의 첨단무기 생산에 몰두한 바람에 우크라이나에 줄 전차 31대를 올해 내에 만들어 보낼 수도 없는 수준으로 생산력이 줄어들었다. 한국의 전차와 자주포, 공격기가 유럽에 엄청나게 팔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게 미국이 필사적으로 생산시설을 자국 내로 유치하려는 이유다. 부유함이 아닌 국력의 관점에서 중요한 제조-생산력은 이미 한참 전에 중국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갔다.

그렇다면 첨단기술 면에서 중국이 미국에 한참 아래일까?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발표한 핵심기술 추적연구에 의하면 44개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 37개 분야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미국의 핵심 동맹국에서,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을 환기하기 위해 발표했다고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특히 특정 첨단 군사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미국의 국방비가 중국의 세배나 되니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분명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미국은 군대를 유지-획득하는 비용이 중국에 비해 높다. 군인을 모집하여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고가의 무기는 독과점상태의 몇몇 회사에게 시장에서 조달받는다. F-22 획득-운용비용이 대당 3700억 원이고 이 비용을 견디지 못해 조기에 퇴역시키는 이유도 단순히 이 전투기가 첨단장비여서만은 아니다. 중국은 대부분의 무기를 직접 계획하여 공기업을 통해 조달한다. 획득-운용비용이 미국보다는 저렴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이나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방-군사 분야에 쓰이는 예산을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비나 기타 비용으로 위장할 수도 있다. 어떤 시점에서 중국과 미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때,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할 수 없다. 군사적으로 패배하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도 그 결과가 '피로스의 승리'일 가능성이 높다.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보라. 승전국이었지만 모든 국제적 영향력을 잃고 쇠퇴했다.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면 1930년대 전간기를 되돌아봐야 한다. 족집게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은 맞추려 하는 게 아니다. 국가 사이의 갈등과 응력이 어떤 떤 결과로 나타날지 곰곰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경제 상황의 원인은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가 화폐 찍어내기 외에 사회를 유지할 비용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 씨앗은 한참 전에 뿌려졌다. 국가의 역할은 야경국가에서 기본적 사회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 국민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까지 무한이 커져 왔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막대한 재정을 집행해도 이는 불가능하다. 거기에 현재의 정부는 자기편에게 상을 주고 잠재적 적을 매수해야 한다. 국민에게도 끊임없이 뇌물을 주어야 한다. 이는 조세로 해결이 안 된다. 세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비용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국가가 빚을 지고 미래에 그 빚을 떠넘기고, 화폐를 무리하게 발행해 몰래 세금을 걷는 법 외에 없다. 닫혀있던 많은 나라가 시장에 참여하여 세계가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이고 생산성이 폭발하듯 높아졌을 때는 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나라끼리 담을 쌓고, 코로나라는 자연재해와 군사적 긴장에 맞서 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써야 할 때,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국제문제의 원인은 미국 패권의 약화와 도전자의 등장이다. 미국 패권의 약화는 스스로 불러들인 면이 있다. 쓸데 없는 분쟁에 일관성 없이 너무 자주 개입했고, 중국이란 경쟁자를 스스로 키웠고, 러시아와 같은 지역 패권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 그리고 수세에 몰린 지금, 서유럽과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 모든 주요국이 정세를 관망하고 있다. 현재 세계 인구의 80%가 미국과 대치하거나 관망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공세적 조치가 아니라 문화적, 저역적 블록 뒤로 물러나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깊게 개입하지 못한다. 지금 흘러나오는 뉴스로 볼 때, 미국은 물론 폴란드를 뺀 서유럽 당사자들의 정치적 피로는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지금이 최정점이고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종전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란의 핵무장은 시간문제이고 이것이 중동에 큰 파문을 불러오는 것을 넘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조지아를 비롯한 캅카스 남쪽 국가들과 세르비아 같은 잠재적 화약고들에서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크다. 모두 미국의 힘이 예전 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여기서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 혹은 정세 변화에 미국은 개입할 힘이 없다.

미국이 가장 강력한 도전을 받는 아시아에서 군사적 경제적 우위는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 안타깝지만 이게 사실이다. 이제 중국의 대만침공은 마치 기정사실과 같이 취급된다. 초강력 해군을 가진 일본이 참전하더라도, 대만 방어전에서 미국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거나 대만 함락을 막을 수 없다는 예측이 대세다. 아마 미국과 중국의 첫 번째 대결일 것이다. 한 나라가 완전히 굴복하거나 싸울 의지를 잃을 때까지 이 대결은 계속된다. 잘못하면 다음번 전장은 한반도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수년 내에 시작될 일은 단순한 경기변동도 아니고, 단발적인 지역 분쟁도 아니다. 서구 사회모델이 모순과 부패로 붕괴하는 것이다. 그리고 붕괴하는 서구 사회모델로서 미국의 패권이 도전받는 것이다. 이게 언제 끝날까? 전간기의 혼란이 언제 끝났는지 보면 조그만 통찰은 얻을 수 있다. 분쟁의 최종 승자가 기존 질서를 재편할 때 끝난다. 그게 미국일지, 중국일지, 다극화된 세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과정은 이미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명목화폐제도는 살아남지 못한다.


마르크스의 이야기 중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은 이것이다. 생산의 하부구조가 상부(문화, 제도, 정치권력, 이데올로기)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변화는 생산의 하부구조가 어떻게 변할지도 결정지을 것이다. 열린 시장에 다시 세계가 모여들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분절화된 세상이 올 것인가? 전자라면 다시 한번 현재 인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혁신과 번영이 일어날 것이다. 후자라면 소속감과 충성을 요구하는 권위적인 질서에 경제가 규율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원하는 '생산의 하부구조'의 변화는 당연히 전자여야 한다. 후자의 세상이 올 것이라 예상하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이다. 권위적인 질서에 경제가 복무하는 세상은 경제를 북한 수준으로 파괴하는 한이 있어도 가치의 평가-저장-교환수단의 다양화를 용인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암호화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암호화폐의 장기적 가치는 널뛰기하는 하루하루의 호재와 악재에 달려있지도 않고, 다른 자산 가격의 변화에 달려있지도 않다. 중기적으로  주요 암호화폐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화폐 타락의 결과를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기간에 나타날 것이고, 본질적인 가치의 인정은 다음에 나타날 경제 하부구조의 성질에 따라 나타날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1-2년 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해 주요 암호화폐는 겨울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암호화폐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댓글

  1. 암호화폐에 관한 고견 감사합니다. 힘든 시장에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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