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다가올 경기 침체와 한국의 경제, 그리고 암호화폐-1편

 

내가 마지막으로 경제와 암호화폐에 대한 예측을 한 지 3달이 좀 지났다. 이전 예측 내용을 요약하자면 장단기금리차 역전, 경제 주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을 볼 때, 극심한 경기침체를 동반한 자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6-18개월(글 쓸 당시 기준) 안에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석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조금 더 명확해졌다. 따라서 예측을 더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장단기금리차 역전은 더욱 명확해졌다. 단기간 약간 역전된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 뚜렷하게 역전된 상황이 아래 그림에서 보듯 확인된다.


장단기금리차 역전 이후 금리차가 빠르게 정상화되면서(stiffening) 대략 0.75% 정도에 도달했을 때 본격적인 경기침체와 자산 가격 폭락이 일어난다. 즉, 아직은 본격적인 경기침체와 자산 가격 하락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올 경기침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규모일 것이 확실하다.

오히려 장단기금리차 역전 이후 stiffening이 일어날 때까지 주식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단기간 동안은 주식과 암호화폐의 가격은 상당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보고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끝나고 대세상승장이 시작되었다."라고 설레발치는 사람이 반드시 나온다. 이미 캔 피셔 같은 사람은 경기 저점이 지났다고 떠들고 있다. 이런 사람 이야기를 듣다가는 지옥을 볼 것이다. 큰 경기침체는 대세 전환으로 오해할만한 단기간의 큰 주식시장 상승을 동반한다. 앞으로 일어날 주식과 암호화폐 가격 상승은 데드 캣 바운스로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이 대략 3~6개월 정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레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따라서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p나 한 번에 올렸고 이번에는 1%를 한 번에 올릴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연준은 앞으로 최소한 0.5p 이상의 금리인상을 여러 번 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상황이 개발도상국을 작살내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EU와 일본이다. 

일본은 금리를 인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곡소리가 나는 와중에도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2% 살짝 넘는 수준이다. 희한한 나라다. 그래도 에너지와 원자재가 오르는데 언제까지 일본만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으로 일본도 제로금리를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U 국가들은 더욱 암울하다. 인플레이션 수준은 미국을 넘어서지만 금리인상을 하는데 더 제한이 큰 상황이다. 그리스, 이탈리아 같은 약체 국가들은 금리인상을 견디기 힘들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머뭇거리면 인플레이션에 유럽 전체가 먹혀버릴 것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슬슬 올리겠지만 다가올 경제공황 이후 유럽 여러 나라는 개발도상국 못지않은 정치-경제적 격변을 겪을 것이다. 공황이 지나간 후, EU가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본격적인 경제공황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유럽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변수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장기화되었고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미국도 전쟁을 끝내야 할 명분과 실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20% 넘게 상실했다. 이 상황에서 전쟁을 끝내고 싶더라도 협상에 나서기 쉽지 않다. 하물며 영토를 양보하는 종전 협상은 어떤 정치인이나 리더가 입 밖에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조금씩 사실상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는 첫 단계로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합병하려 할 것이다. 다음 단계로 오데사를 점령하여 사실상 러시아 역외지인 트랜스니스트리아와의 회랑을 완성하고, 우크라이나를 내륙 국가로 만든 다음에야 천천히 종전 협상에 나서도 된다고 판단한듯하다. 다가올 겨울과 인플레이션, 유가, 등 시간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이런 판단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무분별한 NATO 확장으로 우크라이나를 사지로 몰아넣은 책임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을 선과 악의 싸움, 민주주의와 독재국가의 싸움, 가치에 기반한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물러서기 쉽지 않다. 직접적으로 포병 화력을 지원하다 못해 이제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전쟁의 장기화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에너지 위기를 심화할 것은 확실하고, 유럽으로의 확전과 같은 꼬리 위험(Tail risk)도 유발할지 모른다. 이 전쟁이 다음번 경제공황을 촉발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상황을 지극히 악화할 것은 확실하다.


이번에 올 경제위기는 경제의 순환 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 예상한다. 

첫째. 다음번 경제위기에 각국이 쓸 마땅한 수단이 없다. 다시 금리를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낮추고 돈을 풀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 체제의 왜곡을 불러온다. 즉 다음번 공황은 예상보다 훨씬 길고 지독할 것이다.

둘째. 달러 중심의 명목화폐 시스템은 암호화폐와 같은 민간화폐의 도전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강대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모든 면을 고려할 때, 경제공황 이후 달러 중심의 화폐체제는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본다. 

위 과정은 화폐의 가치 절하와 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극심한 혼란을 동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의 저점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당연히 저점은 오겠지만 '이건 저점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여러 번 틀린 후, 모든 것을 자포자기 할 때쯤이 주식과 경기의 저점일 것이다.


그러면 암호화폐는 어떨까? 암호화폐도 비슷한 시련을 겪을 것이다.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쯤에는 2.000만 원도 깨질 것이라 예상한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과 위기에 봉착한 경제 주체는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기 마련이다. 코로나 위기 때는 공황에 빠진 경제 주체가 심지어 미국 국채까지 팔아 치웠다. 암호화폐는 현재 나스닥과 같은 기술주와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면 경기 침체를 암호화폐만 피해 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암호화폐의 본격적인 겨울은 온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암호화폐의 겨울 동안 영향력이 없고, 중앙화되어 있고, 부실한 암호화폐 대부분은 이때 사라진다. 어떻게 아냐고? 비트코인이 탄생하고 15년이 안되는 기간 여러 번 반복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불과 수개월 사이에 모험적 투자를 위해 들어온 코린이들이야 지금도 세상이 무너진 것 같겠지만 사실 지금은 찻잔의 흔들림 정도이다. 비트코인은 하락기에 1/5 토막 나는 것이 일상이다. 이런 하락기 동안 부실한 암호화폐는 도태됐다. 본격적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한 5년 동안 이런 일을 수도 없이 봤다.

이 말은 지금은 만 배로 뛸 암호화폐를 발굴하여 한 방을 노리겠다는 생각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생존력과 활력으로 인지도와 신뢰를 쌓지 못한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개인적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다. 앞으로 최소한 2년은 그렇다.

이럴 때일수록 공포와 탐욕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포와 탐욕이 소용돌이칠 때, 암호화폐를 개인 지갑에 넣어 두고 신경 쓰지 않는 무던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암호화폐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고, 영원히 사라질 거품이었다고 대부분이 생각할 때 투자를 재개하는 강심장도 필요하다. 그때가 진정한 저점이다. 암호화폐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명목화폐가 암호화폐를 본격적으로 흉내 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게 CBDC이다. 

다음 글은 CBDC가 암호화폐를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암호화폐를 대중화하는데 기여할 지에 대해 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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