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혈통, 언어,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집단의 정체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민족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민족의 독립이나 통일, 또는 우월성을 내세우는 사상이나 운동. 분열되어 있는 민족의 정치적 통일을 목표로 하는 형태와, 외국의 지배로부터의 해방·독립을 목표로 하는 형태가 있음. 민족 지상주의
위의 정의를 읽어보면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아직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있습니다.
- 외국인에게 한복을 입히고 김치나 된장을 먹이면서 좋아하는 심리
- 일본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감
- 미국에 대한 반감
- 왜 해야하는지는 몰라도 통일은 해야할 것 같은 생각
- 한국인 정체성에 대한 묘한 우월감과 열등감
위의 대부분은 많은 한국인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위의 생각은 민족주의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고방식이 한국인의 유구한 역사에서 형성된 독창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민족주의는 근대화과정에서 서양에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입니다. 우리가 수입한 많은 서양사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서구가 봉건제 ---> 중앙집권적 절대왕정 --->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단계에서 국가에 속한 국민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민족주의입니다.
https://librewiki.net/wiki/%EB%AF%BC%EC%A1%B1%EC%A3%BC%EC%9D%98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서양에서 나온 것은 모두 한번에 이해 하지만 민족주의가 서양에서 넘어온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합니다.
거짓말 같으면 자신을 조선시대 양반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양반인 당신이 상민이나 천민과 같은 언어와 문화, 혈통적 동질성을 느끼겠습니까?
말이야 서로 알아들었겠지만 양반과 상민이 문화가 비슷할 리 없고 혈통적 동질성을 말하면 엄청 분노했을겁니다.
애국가에도 나오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를 본 조선시대 양반은 민족적 고양감을 느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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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응은 제일 먼저 오늘날 천지라고 부르는 백두산의 못에 대해 이름을 지어 붙였다. ..... 서명응 이전에는 뭐라 불렸는지 당장 확인되지는 않으나, 아마도 뭐라 불리는 이름이 있었을 것인데, 서명응은 유자의 식견을 앞세워 다음과 같이 이름을 정했다.
연못의 이름은 태일택(太一澤)이라고 했다. 이것은 연못의 중심이 동북 산수의 한가운데에 있어서 동북의 산천이 모두 이 연못에서 근본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태극(太極)의 태자와 천일(天一)의 일자를 따다가 그 연못의 이름을 정한 것이다.
[출처] [명산유람록<2> 백두산(下)] 천지·12봉우리 이름 어떻게 붙었을까? (월간 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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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교적-도교적 사고방식에 따라 이름을 태일택(太一澤)이라고 지었습니다. 여기에 민족정체성은 없습니다.
다른 유학자의 생각은 더 명료하게 당시의 시대정신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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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중국 곤륜산(崑崙山)의 적장자이다. 땅이 이미 중국의 정통을 계승했으니 하늘이 箕子와 같은 성인을 우리나라에 내려 주신 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 1766년의 朴宗
조선시대 양반의 정체성은 중국의 중화사상의 적자였으며 계승자였습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조선시대 평민이나 천민보다 중국 지배층에 문화적 동질성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백두산을 곤륜산의 적장자로 표현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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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들어와서 백두산을 보는 방식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1927년 최남선의 백두산근참기(白頭山覲參記)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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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토의 초석이시며 우리 역사의 임신(胞胎)이시며 이미 생명의 양분이다”, “한아버지 한아버지 저올시다 아무것도 없는 저올시다”, “각 사람의 마음에 정신적 백두산이 뿌리 박히고야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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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인격을 부여해 민족주의의 본령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마음속의 민족주의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형성해낸 독창적인 것이 아닙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내면화한 서양의 이데올로기일 뿐입니다.
민족주의의 문제점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식들은 필연적으로 국수주의를 일으킵니다. 여러 상징물들(국기, 국가 는 물론 김연아, 싸이까지..), 스포츠(올림픽,월드컵), 민족의 역사 서술등으로 끊임없이 자신과 외부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세상을 내가 아닌(개인이 아닌) 아닌 우리로(민족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를 남과 구분하고 우리끼리는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익숙하게 들리시나요?
민족주의에 따르면 당신이 어떤 민족에 속하게 되는 것은 운명입니다. 당신은 운명에 순응해서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뿐입니다. 당신 가족이 마음에 안들어도 서로 도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선택권이 없습니다. 예전에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예전 국민교육헌장의 말이 이 뜻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개인주의와 국가를 일종의 계약으로 보는 시민사회론을 질식시킵니다. 민족의 목적 앞에서 개인의 사소한 권리는 양보할 수 있는게 되죠.
한마디로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국가주의와 독재체제를 만들어 냅니다.
민족주의는 한 국가 내에서 파편화된 집단을 통일시킬 때는 매우 유용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개인의 천부적 권리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개인의 재산권에 기초한 자본주의와도 충돌을 일으키는 위험한 도구입니다.
강을 건넌 다음에 배를 이고 다니지 않는것 처럼 서구민주주의 국가는 민족주의를 이미 버렸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주사파도 태극기부대도 없습니다. 민족주의가 있을 뿐입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계급을 바탕으로 합니다. 한 사회의 모든 경제계급을 하나로 퉁치려는 민족주의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자가 가장 혐오해야합니다. 이들은 한국의 중산층이나 자본가보다 일본의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에게 소속감을 느껴야합니다.
한국에는 민족주의 + 공산주의, 사회주의 = 주체사상파 라는 희한한 존재들이 좌파를 좌지우지 했습니다. 80년대 운동권의 80%는 NL이었습니다. 이런 예가 있었던 나라가 있던가요?
이들의 핵심 주장은 "우리민족끼리"입니다. 일본과 미국이라는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민족끼리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우리민족끼리 못 사는게 김정은 같은 자들의 지배를 받는것보다 나쁜건가요? 북한이 평등한 세상인가요?
이들을 정확히 정의하자면 좌파 파시즘입니다. 이들은 자라서 지금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파시즘적 사고방식이 바뀌었을까요?
대한민국 건국의 기득권을 쥐고 있던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민족주의를 이용했습니다. 공산주의와 이념경쟁을 하면서 국가 내의 모든 자원을 원활히 사용하려던 목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합니다. 서구 민주주의국가가 그랬듯이 어떤 시점에서는 개인주의적인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에 자리를 넘겨줬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죠. 때문에 올림픽, 월드컵부터 한국인의 집단정체성을 보여주는 행사에 집착합니다. 우리의 우월성과 다른나라의 침략성을 강조하는 역사서술에 집착합니다. 만약 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개인주의와 시민의식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에 자리를 내 줬다면 좌파파시즘도 나타나지 못했을겁니다.
결국 우파 국수주의가 좌파 국수주의를 낳은 꼴이 되었습니다.
이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자기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정말 계급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공산주의(혹은 사회주의)자 입니까? 아니면 개인의 기본권과 사회계약론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론자인가요?
자기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정말 개인의 재산권에 바탕을 둔 시장원리의 지지자인가요? 국가가 내 인생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자유주의자 인가요?
한국사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민족주의자일 뿐입니다. 다만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모시는 우상이 다를 뿐이죠.
이런 한국인의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보다 국수주의와 권위주의를 불러옵니다. 단기적으로 다음에 말씀드릴 또 다른 사고방식과 결합해 당면한 한반도 문제를 꼬이게 만듭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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