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8년 초 스팀잇에 게시했던 글입니다. 당시 비트코인이 500만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입니다.
제임스 스톡데일 중령은 1965년 베트남군에 포로생활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 낸 인물입니다.
이 분의 이름이 넓리 알려진 이유는 유명한 경영학자가 짐 콜린스가 쓴 저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 소개되면서 부터입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정의하자면 이렇습니다.
비관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굳은 신념과 희망으로 현실을 이겨나가는 합리적인 낙관주의가 막연한 기대에 기반한 낙관주의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는 현상
포로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무엇이었을까요? 스톡데일 중령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이다. 낙관주의자들이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갈거야라고 말했던 사람들이다. 크리스마스에 못나가면 부활절에는 나갈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들이다. 그래도 안되면 추수감사절에 나갈것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상심해서 죽게 된다."
스톡데일 중령은 자신이 포로수용소에서 금방 풀려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풀려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가혹한 포로생활 중에서도 자신과 주변을 돌볼 수 있었겠죠.
스톡데일 중령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야기의 끝에 대한 믿음을 잃은적이 없습니다. 내가 풀려난다는 것을 의심한적 없고 포로수용소 생활을 내 삶의 전기로 삼겠다고 각오했습니다"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근거없는 낙관주의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현실인식능력과 이를 이겨내겠다는 규율이 필요하다는 교훈이겠지요.
암호화폐는 아직까지 가격변동이 극도로 심한 자산입니다.
이를 견디지 못하는 투자자가 어떤 사람일까요?
매일 시세를 확인하고, 상승과 하락 이유를 확인하고,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단타를 치고, 4월달에는 기관자금이 들어와서 떡상이 시작된다... 연말에는 대세상승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는 분들입니다.
제가 볼 때, 위와 같이 단기적인 흐름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자신의 인내심과 에너지만 깍아먹을 뿐입니다. 이런 분들은 정말 암호화폐가 현실에서 받아들여 질 때 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호화폐는 오를때는 어떤 악재가 있어도 오르고 내릴때는 어떤 호재가 있어도 소용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면 장기적인 관점과 자신의 가치관에서 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자국 군인의 유해까지 수십년이 흘러도 찾아가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포로가 된 자국의 장교를 방치할리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현실의 엄혹함을 이겨내고 당장을 살아갈 힘이 나오는 겁니다. 당장 올해 안에 석방되서 집에 돌아갈 것이라는 조바심과 근거없는 희망이 이런 현실적인 판단을 가로막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ETF가 허용되면 떡상하기 시작할까요? 뭔 일이 일어나면 대세상승을 시작할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죠. 제가 볼때, 나중에 가져다 붙인 이유일 뿐입니다. 비트코인 ETF가 허용되도 가격이 떨어지면 이 이유만 믿고 버틴 분들은 나가떨어집니다.
자신의 막연한 낙관으로 특정 사건이나 기간을 암호화폐 상승의 시작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석방될거라 믿는 포로의 낙관과 다를바 없습니다. 현실은 우리 희망보다 훨씬 냉혹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아예 암호화폐를 손절하고 떠날 것이 아니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인식과 현실적인 희망입니다.
냉정한 현실을 볼 때, 비트코인이 무엇일까요?
제가 볼 때, 많은 문제를 들어내고 있는 불환 화폐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고 인류사에 처음 등장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재화와 용역의 교환, 가치저장 수단을 국가의 자의에 맡기는것이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의 상호 검증과 규칙에 맡기자는 놀라운 아이디어입니다.
인류 역사상 중앙집권적으로 발행되는 화폐는 모두 가치가 0으로 수렴했습니다. 어떤 규칙에 귀속되어 발행되지 않은 불환화폐는 모두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끝났습니다. 여기에 예외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다는 말은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어떻게 될 지 예측 할 수 있는 대단히 강력한 근거입니다.
단순히 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명목화폐 단위를 조금 늘릴려고 비트코인(혹은 우량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면 너무 근시안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찌 될 지 확실치 않은 새로운 자산에 너무 단기적이고 위험한 투자를 하신겁니다.
제가 볼 때, 비트코인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은 반란군에게 가담한 것과 비슷합니다. 반란군이 이겨서 세상이 바뀌면 바뀐 세상의 지분을 갖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현재 화폐 시스템에 반란을 일으킨 반란군입니다. 만약 반란이 성공하면 전세계에 통용되는 화폐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게 될겁니다. 전세계 화폐량은 M2까지만 따져도 100조 달러는 가뿐이 넘습니다. 실제 통용 화폐량은 계산할수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 존재하는 모든 자산의 가치가 얼마죠? 정말 계산이 불가능할겁니다. 이 자산의 가치의 1%만이라도 비트코인이 저장한다면??
하지만 만약 반란이 진압되면 비트코인 가치는 0이 되는 겁니다.
제 입장에서 비트코인(암호화폐)에 투자한 것은 선량한 반란군이 이기길 기대하고 반란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반란이 실패하면..... 그냥 명목화폐나 벌어먹고 살아가야 겠죠. 그래도 죽을 때 까지 후회는 없을것 같습니다. 후회는 얄팍한 이득을 바라고 이리저리 휩쓸리다 돈을 잃었을때나 하는 겁니다.
사실 화폐 시스템도 진작에 시장원리가 적용되었어야 합니다.
화폐는 국가가 독점적으로 발행하면 안되었던 것입니다. 만약 한국은행권이 금이나 토지같은 실물가치에 의해 발행규칙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은행권, 신한은행권, 우리은행권 같은 여러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화폐의 가치저장에 훨씬 유리했을 것입니다.
가치저장이 안되는 은행권은 퇴출될 것입니다. 가치저장이 잘되는 은행권은 성공할 것이구요..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와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의 생각입니다. 역사상 한 국가 내에 여러 금화와 은행권이 모두 돈으로 인정받고 통용되었습니다.
오히려 국가가 강제하는 단일 법정화폐라는 것이 역사상 새로운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법정화폐가 금같은 실물에 의해 발행이 제한되지도 않는 불환화폐라는 것은 역사에 나타난지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익숙한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익숙한 것이 아니라 정말 세상에 필요한 화폐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말 이런 화폐가 살아남아 번창할지 기득권에 눌려 사멸할지 미래는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이 녹녹치 않을 것이라는 것은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스톡데일 중령처럼 자신의 처지를 냉정히 판단하고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비트코인에 필요한 것은 이익을 기대하는 열정적인 투자자나 확실한 호재가 아니라 비트코인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반 사람들일지 모릅니다.
비트코인이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당연한 화폐-자산이라고 받아들여 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장기간 그 자리에서 생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0년간 비트코인은 꾸준히 생존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이제 비트코인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하루 하루 살아남는 순간순간마다 승리하고 있는 겁니다. 5년 10년 후에 기존 화폐 시스템이 사람들을 실망시킬때 마다 비트코인의 명성은 계속 높아질겁니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내 현실적인 기대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쳐도 큰 동요가 없습니다. 비트코인이 망하면 그건 운명입니다.
계속 암호화폐에 투자하실 생각이면 . 이런 마음으로 투자하시면 엄혹한 현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현실적인 기대를 갖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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