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은 이란의 계속적인 도발을 보며 뉴욕타임즈가 기사에 쓴 제목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사실 트럼프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여론과 정치지형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그가 공화당 대통령후보에 지원했을 때 언론은 트럼프를 약간 맛이 간 관심병자취급을 했고 정치권는 그를 근본없는 뜨내기로 봤습니다.
극도로 적대적인 언론은 물론 빈곤한 정치기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그가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미국 내부의 목소리를 대변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국제분업체제에 혜택은 못보고 일자리만 잃고 있는 중산층,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소수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백인유권자, Political correctness를 이용해 정치적인 공격당한다고 느끼는 보수주의자의 목소리입니다.
위에 말한 백인-중산층-보수주의자는 미국의 근간을 이루는 주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만든 세경경제질서에 의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세계1위 부자나라 미국의 고민, 중산층 붕괴와 저소득층 확대
국제분업체제, 즉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산업은 제 3세계로 빠져나갔습니다. 이건 단순히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산업도 포함됩니다. 역동적인 미국사회는 FANG같은 IT기업 같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있지만 이들은 이전 산업처럼 고용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은 부와 사회안전망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세계화는 미국에게도 이득이 되었지만 그 이득은 금융, 경제, 정치 엘리트들에게 대부분 돌아갔을 뿐 미국 중산층은 소외되었습니다.
이들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은 것이 이전 미국대선이었습니다.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가 된 것만 이변이 아닙니다. 민주당 후보로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킨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이 공정했다면 힐러리를 확실히 누르고 대선후보가 되었을 겁니다.
민족·국제 미 민주당 '편파 경선' 폭로... 힐러리 '또다시 위기'
미국 엘리트가 아닌 주류시민이 원했던 것은 이겁니다.
- 그동안 미국을 주도했던 정관계 기득권층이 꼴보기 싫다.
- 미국으로 직업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 세계경찰 노릇도 좋지만 미국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 통제되지 않는 이민과 비미국적인 정체성을 가진 거주자들에 의해 미국적 가치관이 희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세금도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국가의 간섭도 덜받았으면 좋겠다.
트럼프는 정말로 자기가 약속한 것을 거의 다 지키고 있습니다. 그가 했던 공약은 그저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중산층이 원했던 그 대통령입니다. 단순히 무식한 백인의 지지를 받아 운좋게 대통령이 된 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는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미국 중산층이 원했던 대통령은 패권국가로써의 미국대통령으로는 부적격인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힘의 근원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국제질서는 사업이 아닙니다. 전쟁입니다.
국제질서는 위신, 두려움, 이익이 맞부딧치며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부동산업자를 하며 터득한 거래의 기술로 다른 나라를 다루려고 합니다. 압박을 한 다음 상대방의 양보를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국가를 압박하는 최종적인 방법은 무력입니다. 어설프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같은 양순한 동맹에게나 통할 뿐 잃을게 없는 적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경제제재를 두려워하겠습니까? 국민이 굶어죽는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한 적 없는 나라입니다. 이란이 경제제재를 두려워하겠습니까? 지금까지 쭉 받아왔던 것을 계속 받는 것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적들은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업가대통령은 전쟁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습니다. 사실 좋은 협의는 아니었지만 동맹의 협조도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면 대책이 있어야 했습니다. 트럼프는 경제제재를 강화하면 국제사회에서 이란이 더 고립되고 결국 숙이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그래서 이란이 순순히 굴복했나요? 이것은 사업이 국제질서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었습니다.
-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야 한다는 원론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 실제로 실제로 몇차례 유조선을 공격해서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이번에는 봐주지만 추가도발은 용납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미 "추가 도발 용납 않을 것"
- 미국의 무인기를 공격해서 격추시켰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란이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 사우디 정유시설을 공격해서 사우디 원유생산량의 50%를 마비시켰습니다. 미국은 오늘 "48시간 안에 추가제재를 발표하겠다" 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가만있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10년 전이었으면 위 세개의 군사도발 중 하나만 있었어도 최소한 비례적인 군사보복을 당했을 겁니다. 지금 미국은 주둥이로 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유조선을 공격한 것과 정유시설을 공격한 것이 이란이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동맹국 유조선과 유전을 공격해서 자신에게 도전했다고 선언했음에도 마땅한 군사보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유부단한 이유가 미국이 최대산유국이 되었고 경제가 내수 위주로 건실하기 때문에 중동은 물론 전세계에 개입할 전략적 중요성이 낮아져서라고 말할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비해야 한다는 책도 여러 종류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트럼프와 미국시민이 그런 생각이면 미국의 패권은 생각보다 더 빨리 사라질겁니다.
미국의 힘은 미국 산업이 대단해서도 아니고 지정학적 위치가 좋아서만도 아닙니다. 금융이 발전해서도 아니고 자원이 풍부해서도 아닙니다. 미국적 가치에 동조하는 동맹과 이익과 위신을 위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력한 군사력 덕분입니다.
미국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핵심적인 동맹(Five eyes) 말고도 일본, 이스라엘, 사우디, 한국 유럽각국.... 끝도 없는 동맹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동맹의 가치를 단기손익분기로 보는듯 합니다. 동맹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한국과 일본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모릅니다.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이스라엘과 친미아랍국가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유럽에서 미국의 핵심이익을 지키는 나토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동맹없이 있을 수 없는 미국의 패권과 헤게모니는 회계장부에 순이익으로 나타나지 않으니까요. 매티스 국방장관의 마지막 퇴임사는 트럼프의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주둥이로만 적과 싸우려 하거나 고립주의를 택한다면.. 그래서 중동과 동북아와 유럽에 개입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하면서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받는 매맞는 아내 처지가 될겁니다. 중동의 친미왕정 대부분이 무너지고 반미-이슬람원리주의 국가의 탄생을 보게 될겁니다. 중국은 남지나해 뿐 아니라 태평양까지 마음껏 휘졌고 다닐것이고 일본은 핵무장을 하거나 독자적인 군사력을 건설할겁니다.
그때쯤이면 힘좀 쓴다는 나라 중에 미국의 말을 들을 나라도 없고 세뇨리지효과를 잔뜩누리던 달러기축통화체제도 없습니다.
말은 길어졌지만 이란을 대하는 미국의 허약함을 볼 때, 북한핵문제의 해결은 더욱 어렵고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트럼프가 사자가 아닌 토끼라는 것은 미국언론만 느끼는게 아닙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도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이 있다면 김정은 목소리로 나온 말은 꼭 지킨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은 올해까지는 인내하겠지만 내년까지 뚜렷한 회담성과가 없다면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금은 단거리미사일만 쏘지만 내년에는 다른 방식으로 도발할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또 주둥이로 싸우려 할 것입니다.
다음 미국대선에서 트럼프가 낙선하는 것이 미국과 세계, 특히 한국을 위해서 더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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