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의 미래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는 이야기는 2년전만 해도 헛소리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CBDC 발행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IMF를 비롯해서 각국 중앙은행도 CBDC발행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직접 CBCD를 발행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중앙은행발행 디지털화폐라는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내 통장 잔액은 은행에 디지털화되어 저장되어 있고 이를 송금하거나 직불카드로 물건을 살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상당수 화폐가 디지털화폐라는 이야기일까요?

아닙니다. 은행에 디지털화 된 상태로 기록되어 있는 돈과 달리 CBDC는 화폐의 발행과 이전, 소유가 분산원장, 혹은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기록되고 증명됩니다.

또 한가지.... DBDC의 소유와 이전을 완벽하게 투명하게 한다면 누가 어디서 얼마를 썻는지 완벽하게 중앙은행이 추적할 수 있습니다. 누가 그런 돈을 사용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DBDC는 최소한의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각국이 CBDC를 서둘러 발행하거나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암호화폐, 특히 리브라로 대표되는 기업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위협을 느껴서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추론이 아니라 수많은 중앙은행 인사들이 실제 한 말입니다.

리브라는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져주었습니다. 민간이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화폐주조권을 침해하거나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가치에 연동되어 있지 않은 신용화폐제도 하에서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리브라의 발행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리브라는 수년내에 전 세계 대부분의 법정화폐를 작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가치저장성 : 달러, 엔, 파운드, 스위스달러, 싱가폴달러, 유로화 실물에 의해 지불이 보장되는 돈이 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돈입니다. 
  • 익명성 : 리브라 백서에는 개인이 여러 지갑을 소유할 수 있고 익명성 보장을 위한 여러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편리성 : 계획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환전없이 사용할 수 있고 국내외 제한없이 부를 이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용되는 중진국 이하 법정화폐는 가치저장이 불안한 것이 태반입니다.  전세계 인구의 2/3은 아직 은행계좌가 없습니다. 개인 자산은 쉽게 압류되거나 동결될 수 있을 뿐더러 개인이 외국으로 보내거나 환전하는 것도 극도로 불편합니다.

한마디로 현재 화폐-금융시스템은 참을 수 없을만큼 불편하고 불합리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확실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각 나라가 화폐주조권만 조금 양보하면요.

리브라는 엄청난 불편과 불합리를 고치기 위해 화폐주조권을 아~~주 약간만 양보해 달라고 한 것이고 각국 정부는 그런 일은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안된다고 분노발작을 일으키고 있는것입니다. 그것이 최근 진행중인 리브라 사태의 본질입니다.





민간회사나 다른나라가 디지털화폐를 먼저 만드는 꼴을 보느니 우리 중앙은행이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 CBDC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모든 CBDC는 자국의 화폐로 가치를 보장하려 할 것이고 최소한의 익명성과 편리성을 보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브라이건 CBDC이건 피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외환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부를 이전하는 것이 대단히 편리해 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연준이 분산원장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달러를 발행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단 발행이 끝난 이 달러는 은행을 건너뛰어 개인이 저장하거나 이전할 수 있습니다. 즉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뛰어넘어서 부를 저장하거나 이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이 국경을 넘어서 부를 이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생깁니다.

지정학적 위험때문에 한국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원화를 팔고 달러같은 기축통화를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지금은 달러 현금을 금고에 쌓아놓거나 은행에 달러자산을 예치해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달러 현금은 외국으로 가져나가는 것에 한도가 있고 마땅히 외국에 저장해 놓을 곳도 없습니다. 은행의 달러는 긴급상황에서 찾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달러를 개인지갑에 보관한다면 불필요하게 종이달러를 저장해 놓을 필요도 없고 동결될지도 모르는 은행에 예치해 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정말 긴급한 상황에서 외국으로 탈출하거나 이주해야 할때도 아무런 손실없이 자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통화가 불안한 많은 나라의 개인들은 자국통화가 아니라 디지털달러를 교환에 사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분산원장, 혹은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발행되는 어떠한 화폐이던지 발행 주체와 상관 없이 부의 저장과 이전을 편리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경제적 선택권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사실 각국 정부는 CBDC따위 발행하고 싶지 않습니다. 은행이라는 현존하는 금융체제를 넘어서 유통되는 돈따위를 만들고 싶은 정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내가 안하면 남이 할까봐 무서워서 하는 것입니다.

리브라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혀서 발행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달러는 가만히 있는데 디지털유로화가 발행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로화의 수요가 폭증할겁니다. 돈을 숨겨서 외국에 나가고 싶은 중국부자부터 자국화폐가치가 불안해 다른 가치저장수단을 찾는 중산층까지 죄다 디지털유로화를 찾을겁니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돈이 기축통화가 됩니다. 기축통화로 뭘 할 수 있는지 수십년간 미국이 보여줬습니다.

중국이 CBDC 발행을 준비하며 "통화주권을 보존하고 법정화폐를 보호"하겠다고 말한 의미가 이런 것입니다. 자국화폐의 가치저장과 교환의 안정성을 침범할지 모르는 외국이나 민간의 디지털화폐에 대한 대비책이라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발행주체와 상관없이 돈이 분산원장, 혹은 이에 준하는 기술로 발행된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건너뛰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개인의 선택의 자유는 더 커질 것입니다.

대헌장(MAGNA CARTA)은 왕의 폭정에 맞서 자유를 주장한 귀족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그 다음은 귀족제에 저항하여 자유를 주장한 부르주아가 있었죠. 그 다음에는 부르주아에 대항하여 권리를 주장한 프롤레타리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신분이나 자산을 근거로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일은 문명사회에서 없어졌습니다.  극단적으로 세상을 계급적으로 해석한 것이지만 결국 한번 시작된 흐름은 바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은행없이 블록체인에 자신의 자산을 저장하고 화폐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의 편리함을 맛본 사람은 기존 은행체재의 불합리성에 눈뜰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은 한 국가가 자의적으로 발행한 화폐가 아닌 더 안전한 화폐(여러 법정화폐나 기초자산에 의해 보장되는)나 공정한 규칙에 의해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찾게 됩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업과 다른나라가 발행한 암호화폐가 무서워서 직접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분산원장기술을 도입하겠지만 결국 화폐주조권은 국가에서 기업과 민간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의 역할이자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1. 비트코인이야 경제적 실익이 없어 51% 공격을 할 유인이 없지만, 어느 한 국가가 전면에 나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경우 타국 입장에서는 다른 동기를 가지고 공격할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요? 중국이 성공적으로 발행하여 운영한다면 퍼스트 무버로서 많은 이점을 가져가겠지만, 그만큼 안고가는 리스크도 굉장히 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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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도 오픈소스-퍼블릭체인방식으로 운영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노드운영을 완벽하게 국가의 통제아래 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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