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각 부위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고유감각을 잃어버린 환자는 자신이 살아있는 것인지에 대해 "실존적인"의문 지속적으로 갖는다. 이는 인간의 자아를 유지하려면 단순히 뇌가 아니라 신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잠복하고 있던 매독균에 의한 신경손상은 인간의 성격을 긍정적이과 활기차게 바꾸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인간의 성격이 경험과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당혹스러운 예이다.
우측 뇌 특정부위에 손상을 입은 뇌졸중환자는 자신의 신체는 물론 "왼쪽"이라는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를 편측무시라 한다.
이렇듯 독특한 신경학적 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실험을 통해 그 유전자의 기능을 중단시키거나 변형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은 이런 독특한 케이스의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 책은 라마 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이라는 책과 비교된다. 두 책 모두 신경학자가 썼으며, 두 책 모두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는 환자를 통해 인간과 뇌의 본질을 밝히려 한다.
개인적으로 라마 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이 더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뇌와 신경, 그리고 자아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과 통찰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두 책에서 모두 다루고 있는 "편측무시"환자이다. 우측 뇌의 뇌졸중환자에서 나타나는 이런 증상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는 하나의 독특한 케이스로만 소개하고 있지만 "두뇌실험실"에서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 인지능력과 자아의 본질을 보여주는 예로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환자를 통해서 뇌와 병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은 보여주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환자들의 사례가 나오는 따듯한 수필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마 찬드란 박사의 책 보다 훨씬 잘 알려졌을 것이다. 통찰이 가득한 설명문보다 따듯한 수필집이 더 잘 팔리는 것이 현실이니까.... 실제로 저자는 환자를 대하는 따듯하고 인간적인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의사는 따듯하게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냉철한 이성으로 병적인 상태와 정상상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학자이기도 해야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후자쪽이 약간 아쉽다.
가볍게 읽기에는 이 책이 좋지만 인간의 뇌와 자아, 인지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해 보고 싶다면 라마 찬드란박사의 "두뇌실험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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