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활동하시는 happytrees님의 소개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산의 토큰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글 내용이지만 저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견해이고 누구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해당 글에서 토큰화가 현실화 되기에 쉽지 않은 컨셉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떤 계약을 성립하게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법이다. 법적인 계약에 비가역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2. 토큰화는 가치의 최소단위와 진본성, 원자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첫번째 주장은 딱히 틀린말이 아닙니다. 계약의 성립은 기술적으로 어떤 계약이 완료되는 순간이 아니라 법적인 절차가 완료되는 순간입니다. 때문에 돈을 오입금하면 돌려받는 절차가 존재하고, 계약이 잘못된 것이라면 취소하는 법적 절차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 그림을 1/1000으로 가치를 분할한 토큰에 투자하려고 돈을 보냈는데 잘못 보냈다면 어떻게 해야하죠? 그 토큰 자체가 거짓말이었다면 투자금은 어떻게 되돌려받죠?
제 생각에 스마트컨트랙트상 잘못된 주소에 돈을 입금했다면 그건 돈을 보낸사람 책임입니다. 키를 잊어버린 것도 개인의 책임입니다. 돈을 한강물에 빠뜨린걸 한강이나 한강을 관리하는 주체가 보상하지 않는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제삼자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만큼 개인의 책임이 늘어납니다. 이런걸 기술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암호화폐 보관과 위탁서비스회사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큰 자체가 사기이거나 부실한 것이라면 현재의 계약위반과 동일한 방법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토큰을 발행하는 것도 증권발행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해 두면 됩니다. 스마트컨트랙트가 기술적으로 비가역적이라는 것이 법적 책임이 비가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토큰화는 제 3자의 개입과 번거로운 절차를 최소화하는 만큼 개인의 책임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블록체인상에서 모든 계약과 법적 절차가 자동으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주 한참동안 토큰을 발행하는 주체는 증권이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과 유사한 법적 절차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서 투자자나 사용자는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토큰화는 기존의 계약방법으로 자산화하기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기술적으로 힘든 것을 자산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 기존의 상식에 반하여 기술적으로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물론 토큰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상식화 되면 이에 대한 법적 절차가 점점 단순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글의 저자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비가역성과 법적 사회적 계약의 비가역성을 혼돈하고 있습니다.
둘째. 블록체인을 통한 토큰화가 가치의 최소단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이런겁니다.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최소단위가 존재하는 것인데 모나리자 그림의 1/1000의 가치라는게 무슨 말이냐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삼성전자 주식도 가치의 최소단위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삼성전자라는 회사의 유무형의 자산이 모두 결합해야 삼성전자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게 아닌가요? 위의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전자도 가치를 분할하여 증권화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사실은 삼성전자라는 회사의 유무형의 자산과 이익에 대한 청구권을 쪼개 토큰화 한 것이 삼성전자 주식입니다.
그외에 수많은 파생결합상품은 어떤가요? 일일이 말하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세상에 금융자산 대부분은 이렇듯 "가치의 최소단위"와 상관 없이 청구권과 소유권을 분할하여 증권화하거나 아예 본질적 가치와 상관 없는 지수를 추종하는 증권도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기술은 이전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여러 자산도 토큰화를 통해 증권화 할 수 있습니다.
원자성과 진본성에 관해서는 위 글이 토큰화에 대해 맥락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자성(Atomicity)는 어떤 일이 확실히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용어해설에 나오는 진본성(Authenticity)는 전자적으로 의지를 표시한 자의 신원이 주장한대로 맞는가? 혹은 원래의 원본가 같은가를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어떤 기록이나 자료가 훼손되거나 소실되지 않고 원본 그대로의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위 글을 쓴 사람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자산을 원자성(Atomicity)과 진본성(Authenticity)을 유지한 채 분할 할 때 블록체인 기술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무엇일까요? 블록체인의 다른 이름이 이른바 분산"장부"입니다. 이 분산장부로 토큰화된 모든 자산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자산보다 확실하게 이른바 진본성과 원자성을 보장합니다.
무슨 근거로 블록체인으로 토큰화 한 자산이 현재 존재하는 모든 자산보다 원자성과 진본성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동의하는 부분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자산의 토큰화가 아직 개념단계라는 것입니다. 그것 이외에는 달리 동의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개인 컴퓨터의 저장공간을 임대하고 이 이익을 토큰화 한다고 합시다. 이익을 확인하고 증서를 발행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은 지금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일들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스마트컨트랙트로 실행한다면 계약의 성립부터 이익을 확인하고 집행하는 것 까지 큰 인력을 들이지 않고 가능해집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상호 신뢰가 없는 여러 사람이 특정한 계약을 맺는데 필요한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여러 협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기술적, 법적인 문제가 해결될 부분은 있겠지만 처음부터 아예 불가능한것과 해결해야할 기술적-사회적 변화가 남은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이 어떤 것인가요? 전 세계에 잠들어 있는 저장공간이 활용되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습니다. 이런 일은 갑자기 엄청난 자원이 발견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자원이 발견되고 활용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원이 즉시 자산화(현금화)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에는 기술적으로 딱 떨어지고 잔말이 안나오는 부분에서 도입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른바 모나리자 그림이나 부동산같은 부분까지 넓어질 수 있을겁니다.
세상일은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토큰화가 개념수준에서 끝날지도 모를 일이죠. 넘어야 할 법적-사회적 변화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숨어있는 자산을 토큰화를 통해 손쉽게 자산화 할 수 있는 기술은 세상의 법적-사회적 기준을 기술에 맞게 바꿀만큼 잠재력이 있습니다.
처음 나온 자동차를 보고 "이게 많아지면 세상에 주유소가 얼마나 많이 필요하지 않냐. 자동차 고치는 곳도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냐. 현재로선 그게 불가능하다.. 말은 풀만 있으면 끝이다... 그러므로 자동차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라는 기술에 맞춰 도로가 깔리고, 인프라가 갖추어졌습니다. 자동차에 맞춰 법과 제도가 정비되었습니다. 파괴력 있는 기술의 잠재력은 이렇습니다.
세상의 단순한 계약비용을 극도로 낮추고, 숨어있는 자산을 현금화하고, 이 결과를 훼손가능성 없이 보존하는 기술의 잠재력을 낮추어 보아서는 안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