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와 단독보도 형태로 시시각각 북한의 최근 행보가 보도되고 있으니 최근에 일어난 일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할겁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뜩이나 불안하던 남북 평화무드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의도와 앞으로의 행동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의도(혹은 이유)를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 교착상태인 미국과의 북핵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
- 문재인정권의 애매한 남북경제협력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
- 북한 내 심각한 경제-식량상황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
아마도 위 세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겁니다. 북한은 미국의 봉쇄정책과 코로나사태가 겹쳐 심각해진 경제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타개해야 하는 상황일겁니다. 그러려면 압박을 가해 미국을 협상장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미국에 대해 느닷없이 도발을 하는 것 보다는 한국을 상대로 긴장을 높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을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느낌으로 말만 앞세운 문재인정권이 미국보다 더 인내심을 시험하는 존재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여정의 말폭탄을 뜯어보면 문재인 개인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겨워…" 이런 표현은 결국 문재인이 진지한 의지도 없이 북한을 개인의 치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분노를 표현한 것입니다. 최소한 북한 핵심부는 그렇게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행동은 이게 끝일까요?
이 정도로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 정도로는 미국의 관심도 끌수도 없고, 북한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릴수도 없고, 북한이 그렇게 불만을 갖고 있는 문재인정권에 타격을 가할수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 북한은 더 본격적인 도발을 곧 일으킬겁니다. 가장 사소한 것에서 가장 큰 것까지 북한이 일으킬 수 있는 도발을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 신형 ICBM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시험
- 은밀한 공격을 시행해 한국 내부의 분열을 유도
- 서해 NLL이나 비무장지대에서 저강도 도발
- 서해 NLL이나 비무장지대에서 포격이나 제한적인 점령시도 수준의 고강도 도발
북한이 일으킬 수 있는 행동도 딱히 선택지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성급하고 무모한 성격으로 볼 때, 천안함사태나 목함지뢰사태처럼 은밀한 공격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재인정권에 타격을 가할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 한반도의 지정학적 분위기가 북한의 도발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고도 멀쩡했던 이유는 미국이 확전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미국의 최우선 골칫거리가 아닌 상태에서 오바마는 한반도에서의 국지적 충돌에 미국이 끌려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당시 이명박정부와 군부도 미국의 지지와 협조없이 북한과의 충돌을 확대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F-15 두대로 도발원점을 파괴하라고 지시하자 군부가 "미국과 협의해야할 사안"이라며 반대했고 결국 이명박 전대통령도 이를 받아드렸습니다. 미국은 당시는 획기적으로 항모전단을 서해에 밀어넣는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에 불만을 표하는 선에서 한국을 달랬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지금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입장에서는 울고싶은데 뺨때려준 느낌이겠죠. 이번 기회에 아예 북한의 핵능력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가능하면 북한정권을 교체하려 할겁니다. 미국은 자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핵투발수단을 북한이 갖는 것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와 전쟁을 하려면 물이 비등점까지 끓어오르는 것 처럼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아들 부시정권부터 지금까지 점점 온도가 높아졌고 북한이 한번만 제대로 도발을 하면 이제 끓어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뿐 아니라 내부의 정치상황도 북한의 도발을 용인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문재인정권과 지금의 여당은 야당입장일때나 북한의 도발상황에 평화적 해결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집권여당이 된 상태에서도 북한에 의해 한국인의 생명이나 영토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확실하게 자신의 정권을 파괴하고 감옥생활을 예약하는 길일겁니다.
북한에게 가장 강력하고 물러섬 없이 무력을 사용한게 김대중 전대통령이었습니다. 북한군 수백명을 서해에 수장하는 결단을 쉽게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대중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논란으로 볼 때,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가는 여론의 압력에 끌려내려오거나 쿠데타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 문재인정권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는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을지 몰라도 어떤 시점에서는 이전 보수정권보다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은 정말 특이한 가치관을 가진 오컬트집단에 나라를 맞긴 겁니다.
사실 이번 상황이 파국적인 결말로 치닫느냐 아니냐는 북한에 달려있습니다.
ICBM이나 SLBM을 멋지게 발사하면 미국이 협상장으로 나와 자신들의 말을 경청할것이라고 착각...... 자기들이 보기에 말만 번드르르하고 평화타령만 하는 문재인정권은 강력한 무력도발을 하면 깨갱하고 물러설거라는 착각.... 이런 착각이 오판을 불러일으키고 오판은 파국적인 결말을 일으킬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이런 오판의 끝에 가장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것은 북한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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