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인가?


 

2020년 12월 20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26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불과 3년 만에 비트코인은 새로운 지평에 들어섰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을 보는 주류의 시각이 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주류 기관투자자들이 조심스레 비트코인을 살펴보고 있고, 비트코인의 본질과 장점을 이해하는 투자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대표로 내세웠지만 다른 우량 암호화폐로 바꿔써도 의미는 같습니다.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분들은 비트코인을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암호화폐로 바꿔서 읽으셔도 됩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다"라는 네러티브입니다. 이런 주장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제 생각에 그 의미에 따라 위의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다'라는 말이 비트코인이 금이 가진 특수한 자산적 성격을 잠식하는 경쟁자, 혹은 대체재라는 의미로 쓰인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주장은 주로 비트코인에 피상적이고 단기적인 관점만을 가진 이른바 금융계 전문가들이 주로 하고 있습니다. 금값이 잠시 주춤하고 비트코인은 지속해서 상승하니 투자자의 돈이 금--->비트코인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섣부르게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와 말 모두 풀을 뜯어 먹지만 서로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소와 말은 금과 비트코인이고 풀은 현재 불환 화폐 시스템과 그 모순입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풀이 엄청나게 자라고 있는데 소와 말이 서로를 잡아먹거나 다툴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금값이 일시적으로 횡보를 하는 이유는 미국이 금과 은의 선물투자 증거금을 단기적으로 네 차례나 올렸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이 달러 가치를 위협하는 금, 은 가격의 상승을 누르기 위해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자주 하던 짓이지만 이번에도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겁니다.

아직 비트코인은 달러를 위협할 정도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은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 정부 당국의 개입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어느 순간 위협을 느끼면 틀림없이 개입을 할 것입니다. 이때는 모든 암호화폐를 돈세탁이나 탈세수단, 탐욕적인 것, 신뢰할 수 없는 주체가 발행하는 것, 비애국적인 것이라고 중상(中傷)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금과 비트코인의 대체재는 서로가 아니라 현재 불환 화폐 시스템입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입니다.

비트코인이 금과 같이 불환 화폐 시스템이 감추고 싶어 하는 화폐의 본질을 드러내는 존재라는 의미라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입니다.

100년 넘게 모든 정부는 '시장에서 인정받은 중간상품이자 진정한 화폐'인 금의 지위를 위조와 강압으로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가상징표를 진정한 화폐라고 선언했습니다. 

1971년 미국이 최종적으로 금본위제를 폐기했을 때, 정부 관변 학자와 관료들은 이제 금은 장신구나 산업에 사용하는 특수한 원자재 역할밖에 못 할 것이므로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5년 사이 금값은 20배 올랐습니다. 아직까지 금은 강력한 가치 저장수단으로 인플레이션으로 타락해 가는 가상징표들을 비웃고 있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중앙은행이 "외환(즉 돈?)보유고'로 금을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조차 외환보유고 중 78% 넘게 금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금은 아직도 불환 화폐의 수많은 모순을 드러내는 진정한 왕으로 왕위찬탈자들을 두렵게 하고 있습니다. 불환 화폐의 왕인 달러를 포함해 모든 불환 화폐는 자신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사실 아직 금이랑 친해.." 이런 의미로 금을 비축하고 있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입니다. 

이런 현상은 금이 탁월해서라기보다 현재 불환 화폐가 위조와 사기, 강압으로 만들어졌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라는 통신기술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바탕에 암호화 기술이 나타났습니다. 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간파한 선각자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산출량이 정해져 있고, 상호 검증이 가능하고, 분산화되어 있어 권력자의 강압에 저항할 수 있는 민간화폐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비트코인이고 암호화폐입니다. 

이런 시도가 불과 13년 만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비트코인이 탁월해서라기보다 불환 화폐 시스템이 썩을 대로 썪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입니다. 둘 다 불환 화폐 시스템의 단점을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화폐 본질적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내어 문명이 끝없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화폐가 필요한지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지속할 수 없는 불환 화폐 시스템이 최종적으로 실패할 때, 대안이 될 수 있는 화폐입니다.



금과 비트코인이 다른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금의 가치는 금이라는 물질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가치로 나눠집니다. 

어느 순간 완벽한 가치저장 및 교환수단이 나타나 금이 이런 역할을 못 하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금으로 장신구를 만들기 원하고 특수한 산업에 필요한 금속으로써의 금은 필요합니다. 때문에 금은 시장에서 거래가격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온전히 '정보'로 구성됩니다. 비트코인은 정보의 신뢰성과 안전성, 정보 전달의 편리성과 정보 단위의 희소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트코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어떤 지갑에 비트코인 몇 개가 있고 어느 순간 다른 지갑으로 몇개가 이동되었으며, 이 정보의 이동은 중앙기관에 의해 훼손되거나 날조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비트코인의 중간상품으로서의 가치는 훼손되거나 간섭할 수 없는 정보 그 자체입니다. 이 정보가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없다면 비트코인은 산업 소재로 사용될 수도 없고 장신구나 직접적인 이득을 주는 무언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새로운 형태의 돈입니다. 정보를 신뢰할 수 있고, 희소하기만 하면 돈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전 세계 인간의 동의에 의존하는 돈입니다. 

비트코인이 가진 엄청난 장점 또한 이런 동의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고, 저장이 간편하며, 인플레이션이 없고, 국경을 넘어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모두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다는 동의가 있고 나서야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만약 현재의 화폐제도가 중간상품(예를 들면 금과 은)의 보관 영수증이라는 본질을 잘 지키고 있고 화폐도 시장에 맡겨져 있었다면 비트코인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니 아예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적인 기술로 환영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화폐 그 자체로 사용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기존의 화폐제도의 무결성과 안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용될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이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현재 불환 화폐 시스템의 모순을 공격한다는 점에서는 금과 같지만, 물질의 본질적인 효용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의해 구현되는 데이터의 안정성, 희귀성에 대한 신뢰 자체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인류가 처음 경험해 보는 화폐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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