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리플(XRP) 소송이 의미하는 것, 암호화폐와 증권법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SEC는 단순히 리플 운영사인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두 명의 공동대표까지 포함해 불법 증권을 판매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리플이 증권인지 아닌지 가려보자는 수준이 아니라 대단히 강경한 대응이라고 하겠습니다.

소송의 요지는 리플은 '증권'이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 및 규제를 받아야 하나 이를 어기고 13억 달러 상당의 불법 증권을 판매했다는 것입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나 이 소송과 판결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에 큰 파장이 미칠 것입니다.


우선 리플이 미국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인지에 대한 판단은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따릅니다. 역사적 배경은 건너뛰고 이 테스트는 다음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돈을 투자한 것이다.(It is an investment of money)
  • 투자한 돈에 대한 이익이 기대된다.(There is an expectation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t)
  • 투자한 돈은 공통 기업에 있다.(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 투자의 이익은 발기인 혹은 제3자의 노력에 의존한다. (Any profit comes from the efforts of a promoter or third party)
말은 복잡하지만 뜯어보면 간단합니다.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돈을 어떤 중앙화된 관리단체에 맡기고, 뭔가 징표를 받았고, 그 관리단체를 위해 일을 하지는 않았다면 그 징표는 증권입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단어는 '공통 기업(common enterprise)'입니다.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바로 공통 기업을 찾을 수 없거나 역할이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야 관리 주체가 없이 탈중앙화되어 있고 이더리움과 라이트코인도 각 재단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판매와 관리를 주관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는 경우 증권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아도 된다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리플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리플랩스사는 리플의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블록딜을 하거나 판촉을 했습니다. 리플의 개발부터 운영, 판매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는 중앙화된 회사와 대표가 존재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리플이 진정한 암호화폐냐 하는 논쟁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특히 진성 암호화폐 지지자나 개발자에게 가장 비난을 존재였습니다. 아래와 같이 고소해 하는 개발자도 있습니다. 아마 다른 암호화폐 개발자도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제가 볼 때, 리플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은행 간 송금을 빠르게 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봐야 합니다. 탈중앙화도 안 할 것이고 고객도 은행 같은 기존 금융권이라면 리플랩스는 그냥 회사가치를 키워 상장을 하거나 매각을 하는 게 맞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리플 운영자들이 너무 나댔습니다. ICO 이후 이더리움처럼 제대로 탈중앙화는 못하더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이렇게 빨리 태클이 들어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는 짓은 그냥 스타트업과 똑같으면서 돈만 암호화폐를 이용해 끌어 당긴것 밖에 안됩니다. 같은 암호화폐 관련자들도 리플 운영자들이 꼴보기 싫은데 SEC는 오죽 했겠습니까.





문제는 리플과 비슷한 상태인 수많은 프로젝트 입니다. 발행, 판매, 운용, 등을 총괄하는 중앙화된 관리단체가 존재하고, 특정한 기능과 수익을 약속하는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리플과 상황이 아주 다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블록체인으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려면 중앙화된 개발자와 운영자를 없에는 게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SEC의 입장이 받아드려진다면 ICO로 탄생한 수많은 프로젝트도 증권법의 적용을 받게 될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ICO 형태로 초기 투자금을 당긴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게 사실상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깐깐한 증권거래위원회의 절차와 증권법을 따라 암호화폐를 발행하느니 차라리 초기에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성을 보여주고 회사를 매각하거나 상장하는 게 훨씬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ICO 형태로 눈먼 돈을 땡기던 시절은 끝나게 될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암호화폐의 발행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나 투자자의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만 할 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영업을 안한다면야 큰 상관이 없겠지만 미국이라는 시장을 빼고 암호화폐가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다른 나라도 이와 비슷한 규제를 시작할 가능성이 큽니다.





리플이 이번 소송에서 이긴다면 특정 사업모델을 가지고, 중앙화된 사업 운영주체가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의미 있는 진전이 될겁니다.

주식발행 이외에 ICO는 스타트업이 자금을 모으는 새로운 수단으로 이해받을 수 있을겁니다. 암호화폐는 주식 이외에 이윤을 분배하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와 이윤 분배 수단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나올때 까지는요.

어떤 판단이 나오든 그 의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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