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인간행동"이다. 경제학 관련 책의 제목으로 다소 의아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의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경제학을 "인간의 행동"에 대한 경험적 과학으로 보는 미제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학은 경험적으로, 혹은 선험적으로 알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 행동의 결과인 것이다. 이건 간단한 명제인것 같지만 중요한 것이다.
경제학이 인간의 행동에 관한 과학이라는게 무슨 뜻인가? 경제학에 다른 의미나 방식을 붙이려는 모든 학설에 대한 반박이다. 경제학이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에 바탕을 둔 학문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비현실적인 경제모델을 억지로 적용시키려 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과도하게 빠져들어 이상한 전제나 해석을 남발하는 학문적 흐름에 대한 반론이다. 특히,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춰 경제학의 본질을 변형할 수 있다고 믿는 이념에 대한 반론이다.
인간 본성에서 나온 행동이 지극히 단순화한 모델에 딱 맞을리도 없고, 자기 뇌내망상에 맞춰 정의될리도 없거니와 이념에 맞춰 인간 본성을 바꿀수도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자연과학적 진실을 다루듯, 모든 편견 없이 경제활동에서 일어난 사실과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관찰하여 그 원칙을 발견하는게 경제학자가 할 일이다.
이른바 "인문병신체","문레기"라는 말이 있다. 모욕적인 말이지만 이런 비하의 말에는 인문학의 모든 학문에 스며든 심각한 병폐를 지적한 면이 있다.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 공학, 의학을 어렵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그 논문이나 학문적 성취를 병신같다거나 쓰레기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학문의 성취의 진실성과 유용성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병신체는 진실과 상관 없이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개념과 용어를 남발하며 정신 승리를 하려는 경향에 대한 조롱이다. 문레기는 인문학이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불쾌감만 일으키는 지식인에게 느끼는 일반인의 반감의 표현이다. 현재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한 지식인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자라기 보다 공양물을 바라는 고대 주술사나 제사장에 가깝다.
주술사와 제사장이 진실을 바랄리 없다. 자신의 주문(呪文)이나 경전(經傳)을 받아드리도록 사회를 변형시키려 할 뿐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정신적 통제력과 영향력이다.
미제스는 경제학을 주문(呪文)이나 경전(經傳)이 남발되는 학문이 아니라 팩트에 기반한 과학으로서의 본질을 찾으려 했다. 그 결과가 무려 1500 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이다.
경제학은 "인간은 가능한한 자신의 경제적 복리를 향상시키려 노력한다", "인간은 자신이 내줄 것보다 받을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만 교환한다", "인간이 재화와 용역에 대해 느끼는 가치는 각자 다르며 그 가치도 항상 변한다" 와 같은 보편적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런 인간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뤄낸 것이 시장이고 시장원리이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간의 독단적인 규범이나 가치관으로 변형시키거나 아예 시장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인간 본성에서 나온 집합적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걷지 말고 기어다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폭력과 억압으로 인간을 기어다니게 할 수는 있어도 결국 인간은 다시 걸어다니게 된다.
이 책에서 미제스는 인간 행동과 경제학을 거의 동의어로 사용한다. 그리고 경제학을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으로 간주한다. 이 입장에서 경제학의 각 분야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일을 정리한다. 그리고 인간 행동을 규범적으로 결정하고 변형시키려는 모든 노력과 선한(?)의도로 시장에 개입하여 부작용만 만들어 내는 결정을 일일이 반박한다.
인간 행동이라는 과학으로 말도 안되는 미신을 모조리 반박하겠다는 의지로 쓴 책이기 때문에 내용이 많고 세부적이다. 미제스를 입문하는 사람에게 바로 추천할 수는 없는 책이다. 미제스의 다른 짧은 책을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미제스 책 읽어봐야겠습니다. 너무 흥미롭네요.
답글삭제위에서 말한 것 처럼 인간행동을 보기 전에 미제스의 다른 단행본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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