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maximalist 라는 말이 최근에 자주 쓰인다. 단순히 암호화폐 투자자를 칭하는게 아니라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가치를 깊이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 특히 재산권을 강하게 옹호하고 정부의 역할 확대를 반대한다.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포함해 인간 사이의 자유로운 협력과 교역을 방해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든 인위적인 시도를 깊이 혐오한다.
이들의 이상향은 자신의 선택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는 세상이다. 자신의 재산권을 어디서나 자유롭게 행사하며, 삶의 터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다. 인간을 편협화하고 우민화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비합리적 전통주의, 종교적 광신이 사라진 세상을 꿈꾼다. 이런 세상에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 전 세계적인 경제협력체제, 자유로운 인간의 이동, 모든 집단주의적 이데올로기와 국가의 쇠퇴, 그리고 전세계에서 사용 가능하고 특정 집단이 독점이 불가능한 화폐이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가 비트코인을 추종하는게 아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에게 필요한 도구가 비트코인인 것이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는 비트코인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는게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밝은 미래를 위해 비트코인이 크게 성공해야만 한다는 신념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인것 같다.
쓸데 없어보이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세계관에서 나오는 투자는 외풍에 강하다. 탐욕에 눈이 돌아가지도 않고 공포에 정신줄을 놓지도 않는다. 암호화폐에서 탐욕과 공포에 뇌동하고 돈 번 사람을 본적이 없다. 지금은 누가 봐도 많은 사람들이 탐욕에 눈이 돌아가고 있다.
내 주변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몇달 전부터 주식이야기를 하더니 지금은 코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들 눈에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어마어마해서 물이 들어올 때 크게 한몫 챙길 수 있는 초고위험 자산이다. 최근 내게 평가를 물어오는 암호화폐는 생존력을 인정받은 것들이 아니라 내가 듣기에도 생소하거나 대단히 미심쩍은 것들이다.
이런 현상은 불과 3-4년 전에 있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수 많은 불면의 밤과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이때 물린 사람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유망 암호화폐에 투자한 게 아니라 대단히 부실해서 지금은 영원히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잡코인에 투자했다. ICO라는 자금조달수단을 통해 부실하거나 스캠성의 프로젝트가 난무했다.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이다. 도지코인 거래량이 코스피를 넘어선 것은 암호화폐에 충분한 이해가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 같고 몰려든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를때야 잠시 좋을지 몰라도 급격한 변동에 맨정신을 길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주식 같은 자산의 버블이 정리될 때 이런 잡코인에 투자한 돈은 1/10토막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피해를 본 투자자는 암호화폐만 떠올려도 거부감이 들 것이다. 그만큼 암호화폐의 저변이 약해지는 것일수도 있다.
요점은 이렇다. 내가 볼 때 지금은 자신의 능력과 빠른 정보력으로 유망한 암호화폐를 발굴하여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자제해야 할 때이다. 3년전에 이런 사람들 재산을 크게 잃고 사라졌다. 지금은 유력한 암호화폐에 집중하여 예전에도 수차례 왔다 갔던 가격조정에 대비해야 할 때로 보인다.
암호화폐는 초고위험의 투기적 자산이 아니라 화약, 내연기관처럼 파괴적인 기술이다. 파괴적인 기술이 사회에 받아드려지는 동안 상당한 진통과 혼란이 있다. 그 혼란과 진통이 언젠가는 걷힐 것이라고 믿고 투자하면 모를까 그 틈에 자신의 재빠른 판단으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은 우연과 능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갑자기 조용하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위 내용은 비관론이 아니다. 조정론이다. 조정시기에 불나방같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암호화폐의 존재를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눈앞에 와 있다. 우선 기존의 지불/결제 회사(카드사나 은행 기반)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드리는 것을 눈여겨 봐야한다. 그 다음 스테이블코인-암호화폐 교환이 가능한 새로운 지불/결제방식이 대중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때가 진정으로 화폐가 국가의 독점에서 풀려나와 화폐의 본질을 찾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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