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관련 팩트 체크 - 1 ;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적정한가?


타 블로그에 1년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한국경제에 암울한 기운이 도는 지금 이 순간에 과연 최저임금 인상 같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이 1년간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저임금에 관련된 논쟁은 순식간에 가치논쟁으로 번집니다. 그렇다면 소모적인 가치논쟁에 빠지기 전에 최소한 팩트는 집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비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비정상인데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도 드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드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분들은 벌써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지기 전에 한가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명확한 일인데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최저임금과 다른 선진국의 최저임금의 계산방식이 다릅니다.

한국의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이면 주휴수당 포함 10.020원이 됩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사실 만원이 이미 넘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빼면 주휴수당이라는게 법적으로 있는 나라가 터키와 대만 뿐입니다. 이 두 나라도 최저임금을 정할 때는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발표합니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고 고시하는 나라는 OECD 중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는 4대보험은 포함 안되어 있습니다. 대략 13~14% 정도의 금액을 여기에 더 붙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의 세금을 준조세 성격의 보험금으로 강제로 걷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에 35~40% 정도를 더 붙인 금액을 고용주는 지불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이 8.350원이라면 고용주는 주휴수당과 4대보험료를 포함해 시간당 대략 11.35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1년 이상 근무했으면 퇴직금도 줘야 합니다. 이것까지 계산하면 고용주가 지불해야할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고시가격에 50%까지 올라갑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 주휴수당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고 국가에서 강제하는 퇴직연금과 4대보험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최저임금이 10달러라면 한시간에 10달러를 주면 끝납니다. 의료보험은 줘도 되고 안줘도 됩니다만 노동자한테 의료보험을 보장해 주면 1달러 정도 최저임금도 낮아집니다.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은 세전으로 정해집니다. 세전 8.5유로라면 고용주가 노동자한테 시간당 8.5유로를 주면 끝입니다. 세금과 의료보험비용은 본인이 직접 내야합니다. 국가가 걷어가는 퇴직금도 없고 주휴수당이란게 뭔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돈이 달러로 바뀌었다고 칩시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10달러고 미국과 독일의 최저임금이 10달러라면 두 최저임금이 같은게 아닙니다. 고용주 입장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10달러는 미국과 독일의 14~15 달러와 같은겁니다.
한국의 최저임금 대단히 높습니다. 단순히 고시가격만 보고 판단하면 절대 안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에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주 68시간이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근무시간에서 빼고 계산하는 이상한 계산법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휴수당과 의무적으로 가입되는 4대보험료, 퇴직연금을 빼고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방식도 위 못지 않게 이상한 것입니다. 한국 비슷하게 최저임금을 고시하는 나라가 있다면 좀 알려주십시오.


올해 최저임금은 이미 OECD에서 1인당국민소득대비 최저임금은 3위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대비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비교한다고 해도 OECD 대비 11위였습니다.
[한경연] 4월 20일(금) 조간_최저임금 국제비교 보도자료
OECD에 어떤 나라들이 가입해 있을까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부터 미국, 캐나다, 일본같은 선진국이 다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11등이면 세계에서 11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노동생산성이 세계 11등인가요? 1인당 국민소득이 11등인가요?


팩트에서 눈을 돌리면 안됩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습니다.

국민소득대비 세계 3위이고 단순히 비교해도 11위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셔도 이 사실에는 눈을 돌리면 안됩니다. 이건 올해 이야기이고 내년에는 등수가 더 올라갈것이 확실시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하고 있는 최저임금 정책은 세계에 유래가 없는 경제 실험입니다.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노동자들의 권익을 찾아서 사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우리의 최저임금은 낮지 않았습니다. 지금 하는 것은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이 통하냐 안통하냐를 실험하는 것입니다.
이게 통하면 모든 경제학교과서에 최저임금관련 서술이 바뀌고 한국의 최저임금 실험이 필수적으로 소개될겁니다.
실패하면 무모하게 시장을 이기려한 계획경제 사례로 소개될 것입니다. 성공하던 실패하던 인류는 이번 일로 확실히 배우는게 있을겁니다. 실패하면 댓가를 한국인이 치뤄야 되서 문제지...
아마 시애틀의 최저임금 정책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규모와 성격면에서 비슷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다음 글에서 써 보겠습니다.


국민을 걸고 실험하면 안됩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핸드폰 같은 주력 수출상품의 노동생산성은 그리 낮지 않습니다. 이런 제품의 노동생산성이 낮았다면 수출경쟁력이 있을리 없었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내수관련 생산성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습니다. 주로 내수 경제를 구성하는 농업, 서비스업, 제조업, 유통업의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는 PC방과 편의점, 영세 제조업, 농업, 유통업은 결국 생산성이 낮은 업종들입니다. 이런 업종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은 평균적으로 큰 돈을 벌기 힘들고 이런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큰 임금을 받기 힘듭니다.
강제로 최저임금을 생산성과 국민소득 이상으로 올린다면결국 사회경제적으로 내수경제를 구성하는가장 취약한 저소득 계층이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기 시작해 그 파장이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칠 것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한국의 상황때문에 그 파장이 더 커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은 산업구조 개편의 적기를 놓쳤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재조업 중에 확고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은 반도체 뿐입니다.
  • 생산가능인구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통계학은 가장 확실한 예측근거입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대한민국은 쇠퇴하고 늙어가는 나라입니다.
  • 한국은 세계경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경제는 정점을 찍고 후퇴중이라는 신호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성장동력을 잃고 쇠약해 지는 나라가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으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하고 있는겁니다.
우리나라는 산업을 재편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어야 합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쇠약해 지기 전에 대책을 세웠어야 합니다. 시장에 친화적이고 인프라가 좋아서 전세계 인재와 기업이 몰려드는 곳이 되었어야 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합니다.
이 모든 문제를 쌓아두고 기껏 한다는 것이 생산성과 국민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임금을 강제로 올려서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는 실험이어야 할까요?



다음 글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항상 거론되는 시애틀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관련 팩트 체크 - 2 ; 시애틀과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