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스팀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1편 베들레헴 철강이 주는 교훈



스팀에 글을 쓰지 않은지 꽤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바쁘게 지낸터라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마크다운 사용법도 어색한 느낌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암호화폐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암호화폐가 성공하고 어떤 암호화폐가 실패하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았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스팀이 가는 방향에 대해 한번 정리해 봐야 겠다는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쓴 다음에는 또 다시 오랜 기간 잠수를 할 예정입니다.




스팀의 현재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은 별로 없을겁니다.

 사용자는 줄고 있고, SMT를 비롯해 개발상황은 지지부진합니다. 6개월 전 잘못된 리더쉽 하에서 벌어진 추문과 갈등은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개발 스팀에서 사업기회를 잡으려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흐지부지되거나 떠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총순위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안좋다고 암호화폐를 비판하는 것은 결과론일 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젝트라도 운이 없으면 빛을 못볼수도 있고, 스캠성 프로젝트도 일시적으로 각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을 운칠기삼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운팔기이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스팀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리더쉽과 폐쇄적인 기득권에 의해 조직이 무너져 가는 전형적인 예일지도 모릅니다.
경영학에서 베들레헴철강은 한 회사가 어떻게 하면 몰락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베들레헴 철강이 망한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면 유리한 시대적 상황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에 도취된 기득권자(경영진, 노조)들이 반복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좋은 의사결정이 아니라 자기들에게만 좋은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훗날 암호화폐의 세상이 왔을 때, 스팀은 암호화폐 계의 베들레헴철강으로 불릴지도 모릅니다. 블록체인 기반 SNS라는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 유리한 상황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팀에서 댄 라리머가 떠난 이후, 사실상 스팀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한가지만 예를 들어 주십시오. 블록체인 기반 SNS로도... dAPP을 구동하는 플랫폼으로도 스팀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스팀 개발자를 포함해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놀고 있습니다.
스팀의 고객은 스팀잇을 포함한 스팀 dAPP의 사용자와 스팀기반으로 dAPP을 개발하고자 하는 개발자입니다. 이들에게 스팀이 해 준것이 무엇인지요? 어떤 비젼을 보여줄 수 있는지요?




몇가지 사소한 변화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관된 원칙이 있었습니다. 바로 증인과 스팀 경영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 7개월 전 쯤 실행된 하드포크20의 목적은 노드(즉 증인과 예비증인)운영의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유저의 유입과 기존 사용자의 활동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 노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스팀운영자들이 직접 반복적으로 글을 올리는 유저를 일괄적으로 다운보팅했습니다. 여기에는 펀딩같은 괜찮은 사업모델도 있었고 보팅봇과 다를 바 없는 사업모델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스팀운영자와 대다수 증인들은 보팅봇의 최대 투자자입니다.
  • 스팀잇에 애드센스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반 유저에게는 아무 이득도 없습니다. 구글 애드센스를 붙이는 시도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던 순간부터 실제 광고가 붙는데 2주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스팀 역사상 이렇게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은 본적이 없습니다. 운영자에게 광고수익이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에 해치웠지만 스팀잇 유저가 자기 글에 직접 애드센스를 붙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습니다.
  • SMT를 통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은 사실상 중지상태입니다. 그럼에도 MIRA라는 것을 실현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MIRA라는 것이 성공하면 증인이 노드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즉 노드를 운영해서 얻는 이익이 매우 높아집니다.


이 글이 스팀 생태계가 불공평하다고 칭얼대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합니다. 세상은 원래 부조리합니다. 세상에 개인적인(결국 자기 이익에 최적화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게 아닙니다.



제가 하는 말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스팀은 스팀잇을 블록체인에 기반한 sns로 크게 성공시키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요원합니다. 그렇다고 스팀을 다양한 dAPP이 모여드는 플랫폼으로 만들지도 못했고 앞으로 그게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스팀이 운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스팀이 폐쇄적인 생태계에서 독점적인 이익을 얻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한 스팀은 개방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SNS도 될 수 없고 경쟁력 있는 플랫폼도 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스팀잇이 개방적이고 친화적인 SNS가 되는 것이 증인과 스팀운영자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노드와 서버운영비용이 증가하니까요. 하드포크 20이 그 예입니다.
운영자와 증인은 스팀을 뛰어난 플랫폼으로 만들 동기도 없습니다.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 보다 노드운영비용을 줄이고 스팀잇에 광고나 붙이는 쉬운길을 가는게 더 편합니다. 지금까지 스팀잇의 리더십이 보여준 의사결정은 일관되게 이런 의도를 보여줬습니다.



한마디로 스팀은 거대한 이해상충의 덫에 걸려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걸려있는 이해상충의 덫과 똑같습니다. 완전한 개방과 시장원리를 도입하면 자기가 위험하니 적당한 개방과 적당한 장마당 시장경제를 원하죠. 김정은의 의도가 성공하면 김정은은 행복하겠지만 북한은 절대 부유한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스팀 운영자와 증인들도 스팀에서 지속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스팀이 뛰어난 암호화폐로 성장하거나 장기적인 성공이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증인 중에 그나마 개혁적이고, 스팀 생태계를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aggroed 라는 증인이 쓴 글을 봤습니다.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될텐데... " 라는 말에는 완벽한 현실인식의 부족과 자기 국민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 안이한 낙관론을 보여줍니다. 위 글에서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혁적인 인물이 이정도 현실인식을 하고 있다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스팀에서 활동하고 투자한 많은 분들은 저런 말장난 같은 이야기보다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설명을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날 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밝혀 보겠습니다.


참고로, 실제 마리 앙뚜아네트는 위에 말한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될텐데.."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