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다시 악수(惡手)를 두다. - 소득주도 성장 1편

타 블로그에 1년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한국경제에 암울한 기운이 도는 지금 이 순간에 과연 최저임금 인상 같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이 1년간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 뉴스에 계속 나오는 소득주도성장론은 포스트 케인즈학파 일부가 주장하는 경제학분야의 비주류 담론입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지른 것은 2012년 Lavoie 와 Stockhammer 가 2012년 발표한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입니다.
대략적인 주장을 요약하면 저소득 근로자들은 고소득 근로자에 비해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자에게로 소득이 이전될 경우, 경제 전체의 평균 소비성향이 높아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내수가 부양되고 장기적으로도 경제성장율을 높인다는 주장입니다.

결과적으로 임금인상에 따른 생산성증가와 소비증가가 임금인상에 따른 투자위축과 수출감소의 악영향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주장 자체의 논리적 실증적 기반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세계화와 함께 진행된 전세계적인 노동소득 분배율의 악화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경제성장에서 노동의 댓가로 돌아가는 몫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60-80년대 한국에서만 하더라도 가장 한명이 돈을 벌면 일가족 교육하고 저축하는것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맞벌이 하는 것을 가장이 수치스러워 하는 문화도 분명히 있었죠. 지금은 맞벌이가 당연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건 여성인권이 강화되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가장만 일해서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된 현실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서구의 모든나라가 겪고 있는 일입니다. 경제는 성장해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하거나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상황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 된 원인을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계화는 전세계 노동시장에 대량의 개발도상국 노동자를 공급했습니다. 대기업은 싼 임금을 쫒아 개발도상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길 대안이 생겼습니다. 애플은 생산시설 거의 전부를 외국에 위탁해서 순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 2000년 이후 생산성 향상을 주도했던 IT기업은 높은 생산성과 부가가치에 비해 노동력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구글과 아마존은 회사 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 위 상황의 결과로 초대형 기업의 생산성은 추가적인 노동임금의 투입의 필요 없이 급격하게 높아진데 반해 노동자들의 결속력과 협상력이 떨어졌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것은 이렇듯 심화되어 가는 양극화에 대한 비주류 이념가들의 반격의 성격이 강합니다.




경제는 실물이지 이념이 아닙니다. 이념으로 경제운용을 하는 것은 우매한 짓입니다. 내가 볼 때, 한국의 현 정권은 무모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도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의식적으로 문제점을 부인하거나 회피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처음 소득주도성장론의 전제를 살펴봐야 합니다.
임금인상에 따른 생산성증가와 소비증가가 임금인상에 따른 투자위축과 수출감소의 악영향을 넘어선다는 것
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생산성이 줄어들며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소득주도성장론자들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내수가 활성화되는 것이 이런 악영향을 상쇄한다는 가정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이런 가정이 현실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 임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감내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위주의 고용시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 내수가 수출에 비해 큰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야 한다.
  • 기업의 외국 이전이 비교적 어려운 사회구조
임금인상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에 주는 피해가 최소화 되려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이 건전하고 생산성이 높은 곳이어야 합니다. 즉 인건비가 좀 올라도 감내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고용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은 고용인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생산성이 낮다는 말은 순이익이 적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용구조가 임금을 올려도 기업이 감내하기 쉬운 경제구조인가요? 그러니 모래알처럼 단합이 안되는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에서 데모하러 나오는겁니다. 뭘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하지 않기 위해서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전제조건은 내수가 활성화 되는 이점이 기업의 생산성과 수출이 감소하는 문제점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내수가 수출에 비해 큰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아래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수출입의 비중입니다. 무역의존도라고도 하지요.
너무나 당연한데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인구 3000만명 이상의 나라중에 우리보다 무역의존도가 비슷한 나라는 독일정도 밖에 없습니다.
즉 국가의 경제가 내수활성화가 아닌 수출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출경쟁력으로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조차 외국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습니다.
국내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수출로 먹고 살던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됩니다. 폐업을 하던지 외국으로 떠나던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론은 이미 말씀드렸듯이 세계화에 따른 노동시장 악화에 대한 반발입니다. 세상일이 그렇듯이 뭐가 마음에 안든다고 반발한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심한 피해만 입을 뿐이죠.
심지어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행 가능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전제조건과 가장 안맞는 나라입니다. 기형적으로 높은 대외의존도와 중소기업의 88%를 넘게 차지하는 고용시장...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낮은 생산성(순익률) 등... 절대로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려서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없습니다.
이 소득주도 성장이 실증적으로 입증된 나라는 단 한나라도 없습니다. 실패사례는 수두룩하죠. 다음 글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비슷한 경제정책을 피다 실패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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