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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타 블로그에서 1년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1년 동안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 관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세는 제가 그동안 두려워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탄생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해체됩니다. 그 자리에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해 여러 나라가 독립하게 되는데 체코슬로바키아도 그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야 다민족국가였고 각 민족간에 거주지 구분은 애매했습니다. 그런 곳에 나라를 세웠으니 체코슬로바키아는 필연적으로 다민족국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이 다수였지만 500만이 넘는 독일인, 그 외에도 헝가리인과 폴란드인까지 있었죠.
히틀러의 대(大)독일주의
히틀러는 모험주의적 군사행동으로 1차세계대전 승전국들의 양보를 얻어냈습니다. 라인란트 주둔 부터 오스트리아 합병 까지 명백한 약속위반과 도발적인 군사행동에 영국과 프랑스는 양보로 일관했습니다.
이유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히틀러는 여기서 한가지 확신을 하게 됩니다. 독일이 자신의 원칙에 따라 군사행동을 해도 영국과 프랑스는 아무일 안할것이라는 것입니다.
히틀러는 독일인이 500만이 넘게 거주하는 체코의 수데텐(수데텐란드, 주데텐란드) 지역이 자신들에게 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군사적 압박을 시작합니다. 수데텐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을 조직해 사보타지와 파업을 일으킵니다.
1938년 3월경에는 체코와 독일의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대응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강력한 공업국가였습니다. 처칠은 체코의 스코다(SKODA)병기창의 무기생산능력이 2차세계대전 직전의 영국 전체의 무기생산능력과 비슷하다고 주장할 정도였습니다. 세계최초의 차륜식자주포 부터 신뢰성높은 화기까지 다양한 무기를 생산해 냈고 그 무기로 무장한 100만명이 요새화된 진지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시간만 충분 하다면 2-300만명을 동원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로카르노조약에 의거해 프랑스의 군사적 도움을 요구하고 프랑스는 이를 확인했습니다. 프랑스는 단독으로 독일과 전쟁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영국의 참전여부를 집요하게 캐묻지만 영국은 모호한 태도를 보입니다.
상황의 전개
1938년 9월 수데텐지역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독일의 사주를 받은 독일인의 봉기는 하루만에 진압당합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내부분열에 의한 수데텐 병합이 어려워지자 독일은 수데텐을 침공하겠다고 공언합니다.
프랑스는 독일군이 체코슬로바키아에 진입하면 즉각 개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의지는 없었고 히틀러는 이를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독일의 침공을 허용하지 않겠지만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기이한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은 체코슬로바키아에 개입하지 않겠지만 소련이 개입하는것은 원치않는다는 이중적인 태도도 보입니다.
만약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의지를 꺽으려 했다면 바로 이순간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침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만 보였으면 눈치빠른 히틀러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프랑스-체코와 전쟁을 벌이지 않았을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체코슬로바키아 단독으로 독일과 전쟁하는것을 마음속으로 응원만 해 줬더라도 상황은 달랐을 것입니다. 당시 전쟁준비가 확실치 않았던 독일의 능력으로 쉽게 중무장한 체코슬로바키아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고 전쟁이 장기화 되면 히틀러의 독일내 입지는 무너졌을겁니다.
비열한 협상의 시작
뮌헨협정을 쉽게 표현하면 영국과 프랑스라는덩치만 큰 쫄보 두명이 독일이라는 일진 한명에게 쫄아서 체코라는 친구를 삥뜯게 도와준 일입니다. 이 쫄보 두명이 차라리 없었다면 체코는 독일에게 본때를 보여줬을 수 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독일이 수데텐에 진입하면 전쟁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쟁할 의지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영국은 더 한심한 상태였구요. 이제 평화를 위해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국가수반들은 뮌헨에 모여서 전쟁을 막으려는 마지막 시도를 하게 됩니다.
위 사진은 히틀러와 영국 수상 체임벌린의 다정한 모습입니다.
위 사진은 히틀러와 영국 수상 체임벌린의 다정한 모습입니다.
만약 전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독일이 체코의 수데텐을 침공하지 않으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독일이 수데텐을 침공하지 않을까요?
침공하기 전에 수데텐지역을 독일에 줘버리면 됩니다.
위 이야기는 꽁트의 한장면이 아닙니다.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위 이야기는 꽁트의 한장면이 아닙니다.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뮌헨협상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 수데텐은 독일에게 양도된다.
- 톄신 지방은 폴란드에게 양도된다.
- 루테니아와 남슬로바키아는 헝가리에게 양도된다.
- 회담 참여국들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안전과 독립을 보장한다.
수데텐은 그렇다 쳐도 톄신과 루테니아지역은 왜 폴란드와 헝가리에 양도되는 건가요? 비열한 담합과 이합집산의 결과입니다.
원본이미지와 출처 https://namu.wiki/w/%EB%AE%8C%ED%97%A8%20%ED%98%91%EC%A0%95
원본이미지와 출처 https://namu.wiki/w/%EB%AE%8C%ED%97%A8%20%ED%98%91%EC%A0%95
영토가 갈기갈기 찢긴 체코슬로바키아는 그럼 안전과 독립을 보장받았을까요? 그럴리 없죠. 히틀러는 6개월 뒤 체코를 병합하고 슬로바키아에는 괴뢰정부를 세웁니다. 비굴한 굴종으로 얻은 평화는 단 6개월간 지속되었을 뿐입니다.
배신의 댓가
전쟁하기 전에 항복했으니 전쟁은 피했습니다. 전쟁의 반대말이 평화가 아니라는 말이 이런 의미입니다.
그 유명한 사진입니다. 뮌헨협정을 마무리하고 공항에 도착한 영국수상 네빌 체임벌린이 협정문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우리 시대의 평화가 있습니다!"
"여기 우리 시대의 평화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달라디에 수상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은 그래도 양심이 있었는지 "예상치 못한 환영" 이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독일은 5백만명이 넘는 인구와 체코라는 지리적 이점을 얻었습니다.
더 뼈아픈것은 독일이 체코의 막대한 공업생산력을 피 한방울 안 흘리고 얻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생산된 무기는 나중에 뮌헨협정에 참여했던 나라들에게 쓰이게 됩니다.
인구비율이나 공업생산력 면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에 비해 열세였습니다. 특히 군수산업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체코를 얻은 독일은 이제 영국-프랑스에 비해 압도적 우세를 점하게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스코다 병기창은 2차세계대전이 시작될 때까지 밤낮으로 무기를 찍어냅니다.
당연히 국재연맹은 껍데기만 남습니다. 회원국을 조각내 비회원국에 넘겨준 연맹에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이제 영국과 프랑스의 지도력을 믿는 약소국가는 없습니다. 명백한 조약을 파기하고 자신의 동맹국을 분할해 적대국에 넘겨준 나라를 믿을 수 있는 나라는 없죠.
지금 이 순간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지금 생각하면 멍청해 보이지만 눈앞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대중의 열망과 연약한 지도층이 만나면 멍청한 일이 일어납니다.
이제 도발적인 주장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은 미국과 북한의 무력충돌이 아닙니다. 정말 막아야 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걸 암묵적으로 인정받는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미국과 북한간의 무력충돌이 아닙니다. 미국이 상황을 적당히 봉합하기 위해 중국이나 북한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적당한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 적당한 협상은 반드시 한국의 이익은 물론 미래의 번영을 넘겨주는 것입니다.
주한미군, 핵우산, 한미방위조약,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익.. 등 북핵문제를 적당히 봉합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미국의 지렛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을 제한하고 적당히 핵사찰을 하는 정도의 협상은 아주 쉽게 타결할 수 있습니다.
수소폭탄이 아니라 조잡한 핵폭탄에도 심각한 안보위협을 받는건 미국이 아니라 한국입니다. ICBM이 아니라 단거리 미사일에도 심각한 안보위협을 받는건 미국이 아니라 한국입니다.
적당한 협상에 미국이 만족하면 북한과 중국은 이제 동북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그 때에도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감성팔이용 사진을 찍어줄것 같습니까? 한국을 동등한 협상대상으로 인정해 줄 것 같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목숨걸고 적당한 협상을 하지 못하게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할 말은 아니지만 국익을 위해서 최선의 일은 주한미군을 볼모로 잡고 북한을 도발했어야 합니다. 미국으로 부터 "제발 흥분하지 말고 나에게 일을 맞겨봐라. 나중에 너한테 피해 안줄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체코슬로바키아는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망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적당한 협상을 하라고 부추겼죠. 결과적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로 부터 무시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이 북핵문제를 다룰때 한국을 거칠 일은 없을겁니다. 며칠간의 일은 그런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앞으로 전쟁이 나든 협상이 진행되든 한국의 발언권은 많이 줄어들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정의로운 전쟁보다 비겁한 평화가 더 낮다"는 생각이 불러온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지만 한국인 마음속에 어느정도 동의하고 있는 생각이었을겁니다. 우리는 우리 생각에 맞는 대통령을 뽑은겁니다.
이런 생각은 더 큰 전쟁을 불러옵니다. 아니면 전쟁만도 못한 상황을 불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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