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잔혹사 3편



패권을 두고 일어난 두차례의 세계대전의 결과와 브레튼우즈 체제, 닉슨의 달러 불태환선언 까지의 결론은 모두 다 잘 아시는 내용이니 길게 쓸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도전자들이 졌고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었고 무서울것이 없어진 달러는 금의 고정된 가치라는 마지막 제한조차 벗어던져버렸습니다.



제가 근대화의 엄청난 성과를 폄훼하는게 아닙니다. 현대의학과 과학, 공학같은 혁신적인 문명의 이기부터 한국인이 현재 양반-상놈 없이 살고 있는것부터 여자가 온전히 사람취급 받게 된것 같은 사회적 변화 모두 서구가 이뤄낸 근대화의 성과입니다. 이 근대화라는 것은 무역, 제조, 금융업으로 힘을키웠던 부르주아라는 신분이 구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가능한것이었죠.
이들은 태생적으로 신분상의 특권을 부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신분상의 특권이 없는 평민이었으니까요. 자신들의 부의 원천인 상공업을 방해하는 관습을 없에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자신의 권리(특히 재산권)를 법적으로 보장받기를 원했죠.
결과적으로 재산권에 바탕을 둔 기본권과 법치, 세속주의, 대의민주주의, 시장원리를 창조하거나 재창조했습니다. 분열된 유럽 구석 구석에서 상황이 무르익을 때 까지 힘을 키웠던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암담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고권력자와 은행사이의 담합의 결과는 그 이후 금융과 화폐제도를 결정해 버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제도는 대단히 불합리함과 비효율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 독점을 이용해서 공권력과 은행은 점점 더 힘을 키워왔고 화폐제도는 더욱 더 불합리하고 위험해져왔습니다.


국가의 신용만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통화가 존재한지 아직 50년도 안되었습니다.

그 50년간 화폐량이 얼마나 많아졌고 늘어난 만큼 금리는 얼마나 떨어졌는지, 고정된 가치를 가진 금값에 비해 돈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이전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최근 10년간의 변화는 너무나 뚜렷하고 극적입니다.




60-70년대 태어난 분들이 소련이 망할거라 예상할수 있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시장원리가 아니라 인간의 계산으로 경제와 사회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교만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엄청난 비효율과 권력의 집중, 이에 따른 부정부패를 불러옵니다.게다가 소련을 파괴하려고 물불을 안가리는 강력한 적이 있는 상태입니다. 소련의 미래는 암담했습니다. 소련 내 암시장이 아니었다면 더 빨리 망했을겁니다.


20-30년대 태어난 분들이 일본제국이 망할거라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마저 쉽지 않은 나라가 천혜의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고 자신보다 GDP가 13배나 많은 미국을 포함해 동북아에 진출해 있던 모든 열강에게 전쟁을 걸었으니 일본제국이 망한것은 지금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지금 보면 당연한 결과인것 같지만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우리나라 운동권부터 미국 정부까지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이 항복했을 때, 독립운동했던 사람도 친일을 했던 사람도 모두 화들짝 놀랐습니다.
사후편향이라고 보실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그 시대에 사는 사람은 그 시대의 불합리함을 알아보기 힘들고 그 불합리함이 가져올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를 예상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권력자가 필요할 때마다 아무 제한 없이 돈을 찍어내고, 찍어낸 돈이 은행에서 신용통화로 뻥튀기 되고, 뻥튀기 된 돈이 파생상품과 이해할 수도 없는 각종 금융상품으로 서로 얽히고, 그 돈이 원자재, 부동산, 주식, 채권으로 국경을 넘어 탐욕과 공포를 몰고 다니는 체제가 얼마나 잘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반복적으로 거품 붕괴와 함께 엄청난 부와 기회를 파괴하고 이를 막는다는 이유로 더 많은 화폐를 공급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거품붕괴를 우리는 2008년에 겪었습니다. 당시 연준의장 버냉키는 이렁 신용위기를 무차별적인 화폐공급으로 막으려 시도했습니다. 1919년 대공황 발생시 화폐공급을 충분히 하지 않아 공황이 오래갔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역사에는 이런식으로 가치를 타락시켰다가 몰락한 화폐의 예가 넘쳐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치를 타락시키고 길게 유지된 화폐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화폐시스템의 대안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니, 경제시스템의 대안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금과 은은 대략 1년에 1.5-2.0% 정도로만 늘어납니다. 공급량이 정해져 있는겁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은 물론 최종적인 공급량까지 정해져 있습니다. 권력자가 자의로 발행하는 폐단에서 자유롭습니다.
반짝이는 금속은 인간 본성의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비트코인은 그런 아름다움은 없어도 금과 은에 비해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부의 보관과 이전이 용이하고 소수점 8자리까지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력한 권력자가 압수하기 훨씬 힘듭니다. 조세제도를 회피하기도 훨씬 용이합니다. 이 두가지 특징은 그간 비대해진 공권력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다시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강력한 제 3자를 자동화하고, 전세계적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강력한 분산화된 컴퓨터를 만들고... 이 블록체인에서 자원을 분배하고 할당하는데 사용되는 암호화폐(예를 들면 스팀, 이오스)는 모두 현실에서 돈처럼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팀으로 커피를 사먹을 수 있겠네요.
더 나아가서는 유무형의 자원이 블록체인에서 토큰화 될겁니다. 내가 커피전문점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이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는 이익을 토큰소유량에 따라 분배하겠다는 사업모델의 SMT를 만들면 어떨까요? 내 영업능력과 커피전문점이라는 물리적인 실체가 만들어 내는 영업이익이 토큰화된 것입니다.
예전에 상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국가를 넘어서는 협업과 투자가 가능해 집니다. 근대화 이후 시장이 활성화되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가 일부 보장되어 나타난게 지금의 문명입니다. 스마트폰, 우주선, 증기터빈엔진, 비행기, 현대의학 모두 여기서 나온겁니다.
인간이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이용해 국경을 넘어 완전히 협력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요?




이제 왜 각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싫어하고, 암호화폐가 증권이냐 아니냐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지 알 수 있을겁니다. 국가는 자기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화폐도 싫고, 자기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경제활동이 생기는 것도 싫은겁니다.


비트코인이 나타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가 쥐약에 쥐약을 더한것 같은 것이라는 맹비난을 받았던 비트코인은 올해에 브라질 레알화, 터키 리라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보다 더 안전한 돈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경제규모가 9위, 18위, 26위에 해당하는 나라의 통화입니다. 이제 태어난지 겨우 10년입니다.
터키 에르두안 대통령은 세상을 완전히 이해하는 지혜로 터키의 환율과 이자율까지 마음대로 정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도 필요 없는거죠. 터키의 경우가 더 바보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전세계의 화폐시스템은 사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근대화는 이전에 누릴 수 없는 혁신적인 사회변화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부작용으로 국가권력에 너무 강대한 힘을 갖게 되어었습니다. 결국 강대한 국가권력의 힘은 중세 구질서처럼 억압적인 사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큽니다다.
국가의 권력은 돈에서 나옵니다. 국가는 돈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합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죠. 국가가 독점하는 화폐제도에 대안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돈을 예전처럼 선택 가능한 상품으로 되돌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암호화폐는 이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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