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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타 블로그에서 1년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1년 동안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 관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세는 제가 그동안 두려워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전쟁사에 관심 없는 분도 1차 세계대전 당시 슐라펜계획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전격전이라는 말은 들어 보셨을겁니다.
프랑스를 침공하려는 독일의 작전계획인데 두 계획은 모두 전쟁당사자가 아닌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신속히 통과해서 프랑스에 진입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합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도로이름도 아닌데 누구마음대로 통과한다는 말인가요? 강대국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법치국가의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1, 2차 세계대전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전쟁에 휘말립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은 알프스산맥과 빽빽한 삼림, 넓은 강 같은 지리적 방벽이 있습니다. 지리적 방벽은 공격자에게 훨씬 불리합니다. 게다가 2차세계대전 개전 당시에는 마지노선같은 요새화된 방벽까지 만들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반자이돌격을 할 수는 없는것이죠.
가장 안전한 길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통과하는 길입니다. 이들 나라는 넓은 평야와 잘 닦여진 도로와 기간시설이 있죠. 여기를 통과하면 프랑스의 수도 파리까지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지리적 방벽은 없습니다.
독일은 어떻게 하든 여기를 지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결전을 벌인다고 해도 여기서 벌이는게 가장 유리합니다.
저지대국가(네덜란드, 벨기에)는 전쟁에 이해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냥 독일군이 가야 하는 길에 있었던 나라였을 뿐입니다. 이들 나라는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독일과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힘이 모자라서 졌을 뿐이죠.
혹자는 스위스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을 피한 이유가 강력한 무장중립정책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람이 들었으면 정말 불쾌해 할만한 근거없는 이야기입니다. 작지만 강력한 국방력을 강조하던 예전 한국에서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입니다.
2차세계대전 직전 스위스의 군인 중 최고위 군인은 대령이었습니다. 사실상 민병대 외에 제대로 된 군대도 없었고 제대로된 장비도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착실히 전쟁에 대비한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비하면 비무장 상태나 마찬가지였죠.
스위스가 2차세계대전에서 멀쩡했던 이유는 그냥 독일이 스위스를 침공 안하기로 결심한 것 때문입니다.
스위스를 침공할 아무런 전략적 이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있어 스위스를 통해 적지로 침공하거나 적이 침공해 들어올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였기 때문이죠.
특히 스위스 내에 독일계가 60%가 넘는 점 등 전쟁하기 바쁜데 굳이 이런 나라까지 신경 쓸 시간과 자원이 없었을 뿐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모든 나라는 연합국, 추축국 양쪽에서 모두 점령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영국에 ,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독일에 점령당했죠.
결국 두 세계대전 사이에 작은 나라들이 전쟁의 참화를 입었냐 안입었냐를 결정한 것은 지정학적 위치였습니다.
지정학적 위치로 따지면 한반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반도는 중국 옆에 딱 붙어 있죠. 특히 중국의 핵심도시 대부분이 있는 동부해안에 가깝습니다. 한반도에 뭔 일이 일어나면 중국 핵심지역의 안보도 불안해 집니다. 이게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에 두번이나 개입했던 이유이겠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미군은 중국입장에서 눈 앞에 있는 송곳처럼 느껴질겁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북경 코앞에 떠 있는 항공모함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일본입장에서 보면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의 완충지대입니다. 한반도에 일본과 정치체제가 상이하거나 호전적인 국가가 들어서면 좁은 바다를 앞에두고 적대적인 나라와 대치해야 합니다.
미국입장에서 일본과 한반도는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이 걸린 곳입니다. 누가봐도 다음 패권다툼의 적은 중국일테니까요.
중국의 망상일 뿐이지만 핵심은 태평양에서 멀리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싶다는 거죠.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와 일본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스위스가 아니라 네덜란드와 비슷한 상황인듯 합니다.
중국이 갑자기 경제적으로 망가져서 미국에 도전할 의지와 능력을 잃어버리는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일어날 일입니다. 충돌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대만이나 남지나해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에서 강대국이 충돌할 수 있는 이유는 북한문제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그 전에 협상을 하던 전쟁을 하던 북핵문제가 해결되야 합니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든 정권교체가 되든 빨리 되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잘 되든 안되든 확실한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제일 안 좋은것은 애매한 협정이겠죠.
ICBM만 해체한 상태에서 10년 20년동안 천천히 비핵화를 한다는 식으로 협정이 맺어지면 정말 큰일입니다. 사실상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장기간 인정한다는 말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북한이 약속을 안지키던 미국이 생각이 바뀌던간에 더 큰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번 불씨가 불길이 될 때는 단순히 미국과 북한의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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