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아르헨티나가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19세기 말 거의 비슷한 기회를 갖고 있던 두 나라가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방대한 영토와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잠재적인 위협적일 수 있는 유렵의 강대국들과 대서양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과 아르헨티나 이야기입니다.

16세기부터 유럽은 배를 만들 목재가 부족해 집니다. 18세기 들어서는 이미 자원부족으로 한계에 부딧친듯 보였습니다. 식민지에서 유입되는 자원이 없다면 서구 헤게모니는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그동안의 성취를 뒤로하고 서구 문명을 계승할 국가가 방대한 자원과 서구의 문화적 유산을 갖고 있는 신대륙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Daron Acemoglu 와 James Robinson 이 쓴 역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에는 이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강력한 국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 나라가 어디가 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말입니다. 대략적으로 북미의 미국과 남미의 아르헨티나를 지목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지금 보면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지만 19세기 중순까지만 해도 미국과 아르헨티나 두 나라 중 누가 신대륙의 패자가 될 것인가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미국은 단순히 강대국이라 부를 수 없는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주기적으로 부도가 나거나 IMF의 도움을 받는 안타까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 이전에는 불확실했던 것을 역사의 안개라고 하지요. 19세기 말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5번째 큰 경제규모로 프랑스, 독일과 필적할 정도로 부유했고 식민지 모국인 스페인보다는 훨씬 잘 살았습니다. 이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이미 지하철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20세기 초까지도 아르헨티나가 지금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부를 쫒아 유럽 각국에서 기회의 땅 아르헨티나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찾아 삼만리'는 주인공 소년이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돈벌러 간 엄마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19세기 말을 살았던 유럽인이 보았을 때, 아르헨티나가 미국보다 강대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지 못할것이라고 예상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책 내용에 따르면 미국이 성공한 이유는 식민지모국 영국이 성공한 이유와 같고, 아르헨티나가 실패한 이유는 식민지 모국인 스페인이 실패한 이유와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풍부한 자원을 이용해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성공은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에 바탕을 둔 정치체제의 포용성 여부라는것이 결론입니다.

미국의 정치체제의 기반이 된 영국식 정치체제는 법치와 상호 힘의균형에 기반을 둔 대의제도에 바탕을 둡니다. 당시 어느나라보다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었고 이 제도는 식민지 정치제도의 기반이 됩니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의 정치체제는 스페인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스페인식 봉건제도와 착취적 동원제도는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중남미 모든 라틴아메리카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스페인은 엔코미엔다와 미타 같은 착취적인 제도를 통해 식민지 국가를 건설했고 이는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중남미 국가의 고질적인 빈부격차와 과두제 성격의 족벌 정치로 이어집니다. 이런 정치체제는 미약한 재산권보호, 법치의 부재, 부정부패, 중앙정부의 약화등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죠.

결국 아르헨티나의 일시적인 번영은 남미의 비옥한 영토와 방대한 자원이 일으킨 일시적인 신기루였던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암호화폐 시장은 19세기 신대륙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신대륙에 주인공이 나타날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그 주인공이 누가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말입니다.

3000개가 넘는다는 암호화폐와 앞으로 나올 수많은 암호화폐가 모두 주인공이 될리는 없을겁니다. 아마도 98%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살아남아 주인공이 될만한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떤 나라가 번성하고 안정적인 나라가 되었는지 알고 있다면 어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번성하고 안정적이 될지 예측할 수 있는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는 한참 후에 볼 때, 아르헨티나처럼 지금은 멀쩡하고 강력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 있고, 미국처럼 지금보다 나중이 더 강력해질 프로젝트도 있을겁니다. 일본처럼 지금은 보이지도 않지만 나중에 크게 성공할 프로젝트도 있을겁니다.

지금 이런 것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강력해진 나라들에게는 포용성이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위에 말한 Daron Acemoglu 와 James Robinson 이 쓴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어떤 나라가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갖지 않고 장기적은 경제성장과 번영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포용적(Inclusive) 정치제도라는 말은 착취적 정치제도의 반대말입니다.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제도가 아닌 보편적인 다수에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과 중국의 정치제도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제도에 비해 훠~~얼씬 착취적입니다.

정치적으로 더 착취적일수록 경제적으로는 더 비참해 집니다. 북한이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비참한 것은 북한의 일인 숭배체제가 중국의 과두제보다 더 착취적이기 떄문입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도 비슷한 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토큰 이코노미를 개발자와 일부 투자자에게만 유리하게 해 놓은 프로젝트는 이런 면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잘 되면 자기가 돈을 다 챙기겠다는 계획에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면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멀리 갈 것 없이 한국과 중국의 프로젝트 중에는 터무니 없이 착취적인 토큰분배정책과 납득할 수 없는 토큰생태계를 갖고 있는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반드시 망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전에 암호화폐의 토큰분배정책과 헌법(규칙)이 착취적이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투자한 00는 000 기술이 있어서 크게 성공할거야" 라는 말은 스캠성이거나 허술한 프로젝트에 투자한 분들이 꼭 하는 말입니다. 프로젝트의 어떤 기술적 장점을 내세우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놈의 000 기술이 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우리는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런 기술이 있다고 쳐도 기술적 우위는 쉽게 모방됩니다. 아르헨티나가 자원이 없어서 망한게 아닙니다. 정치제도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를 번창하게 하겠다는 국민 대다수의 동기와 능력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의미로 사업성이 충분해 보이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잘 안풀리는 이유도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제도(규칙)의 결함으로 생태계 구성원의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시총 100위 안에 이런 착취적인 프로젝트가 수두룩합니다.


예전부터 이상한 토큰분배정책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온톨로지, 엘라스토스, 바이텀 같은 중국계 거물의 영향력이 큰 프로젝트의 토큰분배정책을 한번 살펴보십시오.

온톨로지는 프로젝트 시작단계에서 일반 대중에 배포된 양이 5%정도 밖에 안됩니다. 다른 것들도 30%가 넘어보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자체가 채굴자의 이해관계에 맞춰져 있다는 강력한 정황증거도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아서 번창할까요?



한때 블록체인의 실용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스팀잇도  근시안적이고 탐욕적인 운영자와 증인(독점적 채굴자)들에 의해 서서히 소멸해 가는 상황입니다.

스캠이거나 부실한 프로젝트는 당연히 걸러내야 합니다. 하지만 스캠도 아니고 부실하지 않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최근 시장은 비트코인 이외에 알트코인이 부진한 모습입니다. 특히 플랫폼을 표방하던 여러 블록체인은 더 큰 가격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실한 프로젝트는 천천히 도태되겠지요.  옥석이 가려질 때 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장기적으로 성공할 프로젝트를 고를때에는 이렇듯 창립자의 비전과 계획이 납득할만한가... 규칙은 포용적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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