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중국이 디지털 법정화폐를 만든다는 즈음에 ...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준비하는 통제용 디지털화폐

아래 글은 2018년 8월쯤에 CBDC에 대해 쓴 글입니다. 2019년 8월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개인의 경제활동을 투명하게 감시할 위험성이 있는 CBDC에 대해서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암호화폐는 거품이다... 폰지사기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간 요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암호화폐는 단점이 많으니 믿을 수 있는 국가가 나서서 암호화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올해 부터 슬슬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 기사가 암호화폐와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의 차이점을 잘 요약해 줍니다.
[틴틴 경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EU 의회에서도 국가주도의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저울질 하는 듯 한 논의가 있습니다.
EU 의회,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는 현 암호화폐 시장 내의 경쟁 구도 바꿀것”
위 기사에 암호화폐를 중앙은행에서 발행해야 한다는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 암호화폐 간 시장경쟁에 의한 시장실패가능성 : 특정 암호화폐 보유자가 가상의 카르텔을 만들어 새로운 암호화폐를 억압할 가능성
  • 암호화폐 내 시장경쟁에 의한 시장실패가능성 : 암호화폐 관련 채굴자가 지갑서비스와 교환 및 결제 서비스업체에 영향을 미치어 특정 암호화폐를 시장에서 배제할 가능성
결론적으로 민간 주도의 암호화폐 시장에 존재하는 고래와 채굴업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것을 국가 주도로 발행한 암호화폐가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볼 때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애초에 암호화폐가 나타난 이유도 중앙은행 주도의 기존 화폐시스템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화폐 시스템은 중앙은행과 은행이 본원화폐와 신용화폐를 마음대로 찍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말을 이해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몰라도 어떻게 모든 은행이 돈을 찍어내냐고....
한국은행만 돈을 찍어내는 곳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모든 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같은 제1금융권 뿐 아니라 2차 금융권과 그 외 그림자 금융까지 모조리 돈을 찍어내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죽어라 일해서 얻는, 항상 부족한 돈은 사실 이런 은행이 그냥 전산상으로 찍어낸 것입니다. 완벽한 팩트인데도 너무 비직관적이라 많은 분들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아래 EBS 다큐를 한번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겁니다.





아무리 비현실적이고 거부감이 들더라도 논리적인 근거와 증명을 따르는 것을 이성적이라고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현 화폐시스템은 은행을 이용해서 지구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는 착취적인 제도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과장도 없습니다. 은행이 전산상 숫자만 바꾸면 생기는 돈을 위해 평생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하면서도 인플레이션과 화폐불안 때문에 재산을 축적할 가능성도 희박한 사람을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Slavery is the status or condition of a person over whom any or all of the powers attaching to the right of ownership are exercised
- 국제연맹이 채택한 노예제 조약(Slavery Convention, 1926)


우리가 개개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없어졌더라도... 개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과 강압은 없어졌더라도.... 화폐제도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는 순간 순간 개인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현재 화폐 시스템으로 막대한독점적 세뇨리지 효과를 누리는 은행과 국가가 암호화폐 "고래와 채굴업자"의 독점을 걱정해 주는 것은 역사의 희극입니다. 감정적으로 말하자면 연쇄살인범이 쓰레기 투기한 사람을 악당으로 모는 것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시장실패를 막겠다구요? 반복적인 경제공황과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가치 증발, 태생적으로 빈부격차를 만드는 결함, 소수의 기득권에 의해 결정되는 화폐 정책 등등.... 지금의 화폐제도와 비견될만한 정부실패는 없습니다.




암호화폐는 중앙화되어 있는 권력기관을 자동화합니다. 중앙은행과 은행, 국가기관으로 부터 세뇨리지 효과를 빼앗고 완전한 합의와 원칙 따라 화폐를 발행합니다.
둘의 차이는 발행주체가 민간이냐 권력기관이냐의 차이입니다. 약속과 규칙에 의해 화폐를 발행하느냐 권력자가 임의대로 발행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권력기관이 임의대로 발행하는 화폐가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만나면 더 끔찍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 기존의 명목화폐가 발행된다면 모든 돈의 흐름을 손바닥 보듯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 아논(Anon)은 완벽한 투명성을 가진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파라셀수스에 나오는 싯구로 시작합니다.

I give the fight up: let there be an end,
A privacy, an obscure nook for me.
I want to be forgotten even by God.

나는 싸움을 포기한다. 그냥 끝나게 놔두라,
프라이버시, 나를 위한 은밀한 구석
나는 신에게 조차 잊혀지길 원한다.




명목화폐를 블록체인화 한다면 중앙정부는 이론상 개인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전 어떤 국가와 권력기관도 감히 엄두도 못냈던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역사가 진보했다는 말을 단순화 하면 다음과 같을겁니다.
  • 권력과 부(富)가 일부 기득권 층에서 부르주아 ---> 모든 성인남성 ---> 모든 인간으로 분산되었습니다.
  • 중요한 결정이 권력자의 임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의와 법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 생산성과 효율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국가가 모든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은 퇴보된 세상입니다. 권력기관에 더 많은 권력과 부(富)를 주는 것이고 그에 따라 중앙정부의 힘은 훨씬 강해질겁니다. 결론적으로 독재적인 힘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경제적 생산성과 효율성도 떨어질겁니다.


결국은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만들기는 할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기존 명목화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국가 주도의 암호화폐를 만들겠죠. 가능하면 기존의 암호화폐를 억압하거나 완전히 없에고 싶을겁니다.
중앙은행과 국가가 그런 시도를 해도 암호화폐가 끄떡 없을 수 있게 빨리 암호화폐가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싸움은 귀족과 부르주아의 대결 같이 역사의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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