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돈이 있으라!! (PIAT MONEY !!) - 1편




전반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정체중입니다. 여러가지 희망적인 관측과 비관적인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자신의 법정화폐(Fiat money)를 늘리는 투자수단으로 생각하고 좌절하는 분들이 많아질 때 제가 계속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쯤 한번 더 할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암호화폐는 냉장고나 전자렌지같이 인간에게 즉시 편익을 주는 재화는 아닙니다. 암호화폐는 화약무기나 항해술 같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물건에 가깝지요. 기술이 받아들여지냐 아니냐에 따라 문명의 성패를 가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얻는 강력한 기득권이 약화되거나 파괴됩니다.
때문에 사회 기득권은 이런 기술을 원치 않습니다. 어쩔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임진왜란 직전까지 조총을 10만정 이상 가지고 있었지만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서자 조총을 조용히 퇴출시켜 버렸습니다. 화약무기라는 개념 자체가 무사계급의 유용성과 존재의미를 위협하는 것이니까요.
명나라는 원양항해술을 폐기해 버렸습니다. 황제와 귀족들에게는 명나라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양보할 수 없는 기득권 입니다. 그런 면에서 부유한 새로운 계급을 탄생시키고 통제할 수 없는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일으키는 바다는 위험한 곳일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화약무기와 원양항해술도 퇴출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고도화되었지요. 유럽은 만성적으로 분열된 곳이라 혼자서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화약무기를 포기했다가는 혼자 망해버릴것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신분과 사람의 이동을 막겠다고 바다길을 막으면 옆나라만 더 부유하고 강력하게 만들 뿐이겠지요.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한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전에는 세계사 교과서에도 나왔던 내용인데요. 그 연원은 유럽 중세때 도시로 숨어든 농노가 1년만 도시에서 버티면 자유를 얻는 제도 때문이었습니다.
중세 유럽의 왕과 귀족들이 인본주의를 발휘해서 이들에게 자유를 주었을까요? 아닙니다. 교역과 상품생산으로 부를 얻은 부르주아가 만들어낸 것이 도시이고 이 도시의 힘이 주변 왕과 종교와 귀족의 힘을 부분적으로나마 몰아낸 곳이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도시가 유지되려면 인구가 유입되야죠. 인구가 어디서 유입되겠습니까.. 주변 농노들이 이주해 와야죠.
농노가 1년간 도시에서 버티면 자유를 주는 제도는 부르주아와 기존 앙시엠레짐의 힘의 균형의 결과입니다. 이런 도시가 13세기 유럽 전역에 수두룩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고려시대때입니다.
만성적인 유럽의 분열은 사실 새로운 기술과 문명이 자랄 수 있는 축복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유지되는 체제가 오히려 나쁩니다.



대부분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손가락질 하는 것은 자본주의입니다. 대게는 자본주의가 나쁘니 국가가 나서서 자본주의를 감시하라는 소리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자본주의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잘못된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인 시장원리를 제대로 못돌아가게 하는 강력한 기득권의 존재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런 것을 왕, 귀족, 사제들이라고 불렀을겁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이 천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대부분의 피지배층도 대체로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존재들 말입니다.
진짜 사회 부조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유구한 역사상 언제나 그렇듯 기득권층입니다.
이 기득권이 재벌일까요? 부동산투기꾼일까요? 친일파일까요? 내가 볼때, 이들은 중세 유태인이나 마녀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진짜 사회를 지배하는 존재들이 던져주는 가공의 적일 뿐이죠.
진짜 기득권은 돈을 만들어낼 권한을 갖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돈을 "신용"으로 창조해 내는 존재들과 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이들에 비하면 재벌도 창조된 돈을 조금이나마 얻어보려고 여러가지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상인들일 뿐입니다.


성경에는 "빛이 있으라 (Fiat Lux)" 는 구절이 나옵니다.

창조주의 절대적인 힘과 권능을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힘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FIAT라는 라틴어는 "만들어져라"는 뜻입니다.
똑같은 해석을 명목화폐(Fiat money) 에 하자면 "돈이 있으라!!" 입니다. 절대자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돈이 지금의 명목화폐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지금 돈의 가치는 이 돈을 누군가가 받아줄 것이라는 희망에 100% 의존합니다. 아니면 모든 돈은 그냥 예쁜 그림이 있는 종이조각일 뿐입니다.


인류 역사상 모든 돈(Money)는 상품이었습니다.

신발을 모자로 바꿀때 물물교환은 쉽지 않습니다. 신발을 모자로 바꾸기 원하는 사람과 모자를 신발로 바꾸기 원하는 사람이 만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중간 상품으로 금, 은 같은 귀금속을 끼워넣으면 어떨까요.. 신발<---> 금, 은<----> 모자 는 훨씬 거래가 쉽습니다. 금과 은이라는 상품을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요. 이런 거래가 계속될수록 금과 은은 거래를 중개하고 가치를 저장하는 상품이 됩니다.
이게 돈입니다. 돈은 금과 은같은 상품이었고 근대에 와서는 이런 상품의 보관증이었습니다. 이런 상품의 존재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인간 권력자의 의지를 따르지 않습니다. 1900년대 이후 강력해진 근대국가는 금, 은의 실제 유통을 서서히 제한하기 시작해 아예 화폐의 본질로써의 그 흔적 자체를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화폐는 이제 자연의 법칙이 아닌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발행됩니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정한다는 말 자체를 곰곰히 생각해 보십시오. 이자율은 지금 포기한 재화의 가치와 미래에 누릴 재화의 가치의 차이입니다.
"오늘 소고기 한근을 사먹지 말고 10년 뒤에 소고기를 더 사 먹을래" 라고 결정하고 지금 소고기를 사먹지 않고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있다고 칩시다. 이 채권자가 채무자로 부터 시장원리에 의해 받는 이득이 이자가 되는 것입니다.
고정된 가치과 원칙에 의해 발행되는 돈이라면 위의 상식이 통하겠지만 절대자가 창조한 돈에는 그런 원리가 통할 수 없죠. 그래서 자기들 마음대로 돈도 찍어내고 이자율도 정하는겁니다.
이렇게 만든 돈으로 지킬 수 없는 혜택을 약속하며 표를 얻고, 노동계급을 포섭하고, 자신의 궁극적인 지지층인 공무원을 늘립니다. 복지국가를 약속하며 개인의 책임영역까지 깊숙히 침투하고 기존 사회규범을 파괴합니다. 더 쉽게 무리한 사업을 시작하고 전쟁도 더 쉽게 일으킵니다.


지금 화폐제도는 개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현상은 서구 근대국가가 강력해 지기 시작하면서 시도 되다가 미국 닉슨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을 거부한 이후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40년째 개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지금의 화폐시스템에 의문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중세 사람들이 왕과 귀족, 성직자의 권리에 의심을 갖지 않았던것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스템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권력자가 화폐주조권을 독점하고 화폐를 타락시키다 멸망하는 이야기는 역사에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시대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화폐 시스템은 이미 여러 문제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일으킬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조금씩 깨닿게 되는 거죠. 과연 이 예쁜 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가치가 있는 것일까... 라구요.
모두 다 아시듯 이런 의심에서 태어난 것이 비트코인입니다.
돈의 당연한 가치 "자연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지고 권력자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표방한 것이니까요.

내용이 길어져 다음글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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