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욱일기논란과 한국의 반일종족주의




며칠 전부터 잊을만 하면 나오는 이야기로 시끄러웠습니다. 욱일기논란입니다.
욱일기가 도쿄올림픽 응원등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였으나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존 레논의 아들과 볼썽사나운 언쟁도 있었습니다. 한국 네티즌 주장에 동의하는 국제여론은 별로 없는게 현실입니다.


욱일기에 대한 전반적인 한국사회의 인식은 욱일기의 존재 자체가 일본 국수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에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품을 포함해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어떤 형태도 배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팽배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국제사회에 욱일기를 "전범기"로 각인시킬만한 근거와 역략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실제 우리사회에 퍼진 사고는 팩트와 상식에 맞지않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욱일기 문양 자체가 일본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막부말기에 그려진 우키요에(일본식 판화) 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복신어입선(福神魚入船)이라는 그림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에 붉은색 빛을 표현한 양식은 일본이 이전부터 풍년이나 풍어같은 경사와 환영을 표현할 때 자주 쓰던 것입니다. 경사를 표현하는 상징을 1870년 육군이 사용한 것이 욱일기의 시초입니다. 우리가 이 문양에서 일본군과 일본군국주의를 연상하더라도 우리의 감정을 당사자인 일본과 전 세계가 동의해 주는것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문양은 지금도 비군사적이고 상업적인 곳에서 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아사히맥주입니다.



아사히 신문의 로고입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한겨레와 비슷한 언론입니다. 일본 군국주의역사와 현재 일본의 우익성향에 가장 강한 비판을 하고 있는 언론사이고 한국과 중국에 가장 호의적인 곳입니다.

횟집, 상품, 옷 찾아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심지어 군사적인 곳에서도 단순히 일본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일미군도 일본을 상징하는 로고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로고에 태극기를 상징하는 모양이 들어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도 90년대 까지 욱일기 문양에 대해 크기 의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이 문양을 못봤던 분이 있을까요?



DJ DOC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문양입니다.


이제 정확한 팩트는 인정해야 합니다.

  • 욱일기의 문양은 비군사적인 일본 전통에 유래하고 현재도 일본과 각국에서 큰 문제의식 없이 쓰이고 있다.
  • 90년대 후반까지 우리도 욱일기 문양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20년에서 10년 전쯤 우리한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단순히 일본의 군사적 상징으로써의 욱일기 뿐 아니라 욱일기 형태를 가진 모든 상품과 문화에 대한 격렬한 반감을 일으키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데올로기는 너무 강력한 프레임이라서 자기가 그 프레임에 갖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중세 유럽의 왕들이 멍청해서 교황과 교회의 권위에 벌벌 긴게 아닙니다. 구원과 영생이라는 카톨릭적 세계관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죠.
조선말 13도 창의군 총대장 이인영은 일본 통감부를 공격하려는 서울진공작전 직전에 부친 3년상을 치르러 내려갔습니다. '효를 이루어야 국가에 충성을 다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합니다. 신돌석과 홍범도 의병장은 평민이라는 이유로 상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답답하고 기가막히지만 당시 유생의 입장에서는 유교사상과 당시 사회체제라는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던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사유와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지배적인 사고방식의 영향이 아닌지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고 진실이라고 믿기 전에 자신의 확신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에서 이득을 얻는자가 누구인지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합니다.
로마 사람들이 매우 정직하고 현명한 재판관으로 평가했던 루시우스 카시어스는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하였다.

L. Cassius ille quem populus Romanus verissimum et sapientissimum iudicem putabat identidem in causis quaerere solebat "cui bono" fuisset.


우리나라는 민족주의에 몰입되어 있습니다. 70년 지난 일본군국주의를 땔깜으로 배타적민족주의의 불을 지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라가 민족주의에 휩싸이면 다양한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논점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민족에 좋은것이 정답이 되니까요.
물론 통치하는 입장에서는 편해집니다. 불리할때마다 민족주의의 적을 하나씩 던져주면 되니까요. 다양한 논쟁을 강렬한 감정으로 묻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사실 민족주의는 엄청난 논리적 상식적 모순을 갖고 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대한민국 국민을 가장 많이 살해한 나라가 어디인가요? 대한민국 안보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나라가 어디인가요?
북한이죠. 이 이야기를 하면 색깔론이라는 비난이 바로 튀어나옵니다. 색깔론이 아닙니다 명백한 사실이죠.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입니다. 그 다음은 중국의 권위적 국가주의이구요.
현존하는 국가의 위협과 노골적인 모욕에는 쥐죽은듯이 있다가 70년 전에 망한 일제의 상징에는 분노발작을 일으키는 것은 냉정하게 생각해서 정상은 아닙니다. 이렇듯 상식과 현실에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는 한 국가를 편집적이거나 정신병이 있는것과 비슷하게 만듭니다.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미숙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또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를 보게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냉철한 이성입니다.

존 레논 아들에게 시비를 걸고.. 욱일기와 비슷한 구조만 봐도 경련을 일으키는 행동은 그냥 정신병적인 행동일 뿐입니다. 자신은 개념있고 역사인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아무생각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이 모든 일이 어떤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의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지금 우리나라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성숙한 나라가 가장 먼저 벗어던지는 이데올로기가 민족주의입니다. 너무나 저열하고 조잡해서 국가를 통합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되는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 문제에 대해서 풀어야할 사실이 많고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의연하고 당당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국민사이에 증폭된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비하하는것 밖에 안됩니다.


댓글

  1. 지금 시점에 용기 있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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