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쿠르드족 토사구팽으로 보는 트럼프 정권의 위험성





쿠르드족은 소아시아와 중동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입니다. 말이 소수민족이지 그 수가 삼천만명이 넘습니다. 이 민족에 역사는 주변 아랍국가에게 핍박받은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이들이기 때문에 IS준동하여 시리아와 이라크의 정세가 불안해지고 중동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흔들리자 독립의 절호의 찬스라고 판단한 것이  이해가 갑니다. 이들은 미국의 IS격퇴전에 가장 헌신적인 조력자가 됩니다.

비운의 쿠르드족, IS 격퇴 선봉에






IS는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이 아무리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자원자를 모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세와 시아파에 핍박받는 수니파를 대변한다는 선전때문입니다. IS의 발원지가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던 이라크였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수니파가 다수였을 뿐 아니라 오랜 혼란으로 약화된 이라크군은 IS에 대적할 의지와 힘이 없었습니다. 알라위파(시아파에 가까운 소수 이슬람)에 억압을 받는다고 느꼈던 시리아 수니파는 IS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조잡한 무기와 어설픈 조직력으로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급격히 성장한 것에는 이런 토양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종교에 대항할 수 있는 이념은 민족주의 뿐입니다. 자신들의 독립국가를 염원하는 세속적인 쿠르드인들은 IS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여자한테 죽으면 천국에 못간다는 괴이한 믿음을 갖고 있던 IS대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쿠르드족 여전사들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중동정세에서 쿠르드족만이 유일하게 진지하고 헌신적으로 IS와 싸웠습니다.

이제 IS는 소멸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쿠르드족은 독립국가를 이뤘을까요? 아니면 헌신적으로 미국을 도운 최소한의 댓가라도 받았을까요?

트럼프가 쿠르드족에 한 행동은 참으로 비열합니다. 트럼프는 쿠르드족의 가장 큰 숙적인 터키에게 쿠르드족을 팔아넘겼습니다.

美, 시리아 철군… IS 격퇴 도운 쿠르드족 ‘토사구팽’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들어맞는 경우도 흔치 않은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터키가 시리아의 쿠르드족 점령지를 침공하는것을 묵인하기로 했습니다.







터키는 IS와의 전쟁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마인드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IS보다 쿠르드족을 더 미워하기 때문에 쿠르드족을 지원하여 IS를 토벌하는 것에 협조한적이 없습니다. 터키에 적대적인 시리아 아사드정권과 시리아 내의 쿠르드족을 견제해 주니 사실 IS가 고마웠을수도 있겠습니다. 터키는 석유밀매를 통해 IS에 돈을 대주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터키정권은 친러성향을 보이며 사사건건 미국에 맞서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동의 군사작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협력자를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잠재적 적대국가에 넘겨준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렇게 하면 터키를 미국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시리아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두가지 문재를 한번에 해결하는 거래의 기술을 과감하게 펼쳤다고 자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성과 LG는 이해관계만 맞으면 서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아무리 감정싸움이 심했던가는 상관없이요. 두 회사의 다툼중에 상대방 사원을 죽인적도 없고, 상대방 사원의 땅과 재산을 빼앗기거나 정체성에 심각한 모욕을 준적도 없으니까요.  삼성과 LG사원도 종교나 민족, 국가만큼 자기 회사에 강한 결속감을 갖지 않습니다.

거래의 기술은 이런 상대끼리 써먹는겁니다. 분신자살까지 하면서 독립을 염원하는 민족주의자들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적국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게 정당화되는 국가에게 쓰는게 아닙니다. 국가사이의 거래를 부동산 팔듯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국제정세에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명언은 역으로 적과 친구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미국은 지정학적 위치가 좋고 영토가 넓어서 패권국이 된 것이 아닙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도 지정학적 위차가 좋고 영토가 넓습니다.

미국은 산업이 발달하고 군사력이 강해서 패권국이 된 것도 아닙니다.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많습니다. 핵무기라는 비대칭전력이 있는 세상에서 자국의 군사력만으로 패권을 유지하는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미국의 힘은 동맹에서 나옵니다. 가치를 공유하는 수많은 동맹의 지도자라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위치가 미국을 패권국가로 만듭니다. 미국은 델로스동맹의 아테네입니다.






트럼프가 해 왔던 모든 외교정책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특징이 이런 동맹의 가치를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도덕적인 판단을 떠나 미국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그나마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균형잡힌 어른으로 대접받던 매티스 국방장관이 항의성 사임을 한 이유도 시리아 철군문제 때문입니다. 시리아 철군은 러시아-시리아정부군에 밀려 중동에서 철군하는 최초의 사례이자 시리아 내의 협력자들을 러시아, 시리아정부, 터키에 넘겨주는 것이었으니까요.

매티스 "시리아 철군에 사임"…트럼프 겨냥 "나라 갈라놓을수도"






또하나 트럼프의 외교정책의 특징은 자신의 부동산거래의 기술이 국가간의 거래에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 과대망상입니다. 누구나 자기가 싸움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약골한테 쳐맞기 전까지는요. 트럼프식 외교는 이란과 북한, 중국에서 참사를 겪고 있습니다.

사우디를 군사공격했다고 비난까지 해놓고 별다른 대응조차 못하고 있고, 북한에게는 "구역질난다"는 비방을 듣고도 2주후에 협상을 다시하자고 매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장기전을 벌일 기세입니다.






트럼프의 국내정치에 대해서 호불호를 말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이 독특한 대통령은 지정학적인 위기와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가장 위험한 시기에 미국의 리더쉽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중동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중국과 북한, 미국사이에 끼어있는 한국 입장에서 최악의 미국대통령을 겪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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