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연령 이외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국민에게 동일한 투표권을 주는 제도를 보통선거제도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너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르자면 이태석신부 같이 성자에 가까운 사람도 한표, 곧 출소할 조두순도 한표를 갖습니다.
사회에 엄청난 기여를 한 사람도 한표, 평생 부모의 등골을 빼먹고 커서는 사회등골을 빼먹는 사람도 한표를 갖습니다.
성자와 아동강간범을 갖은 취급하고 사회에 기여한 정도를 깡그리 무시하는 선거제도입니다. 왜 이런 제도가 민주국가에서 상식처럼 받아들여졌을까요?
인간의 평등권에 기반한 원칙론으로 옹호할수도 있고, 일일이 투표자격 여부를 결정할 기준을 만드는게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으로 옹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보통선거를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실용주의입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이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결점을 가진 인물이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유시민이 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당파성때문에 양심을 던져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위 문장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성별, 인종, 재산유무, 정치적 성향에 의해 제한당하지 않는 평등한 투표권의 존재는 독재자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한마디로 보통선거제도는 완화된 도편추방제입니다.
이전 글에서 DPOS가 합의체계의 구조상 몇몇 고래의 담합이나 운영재단의 지원에 의해 중앙집권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독점적인 채굴자가 나타나 대부분의 채굴이익을 가져가게 되고 이들의 이익에 맞게 교묘하게 토큰이코노미를 훼손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스팀과 이오스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일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대량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운영진의 지지나 고래들간의 담합에 의해 상위 블록생산자들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타파하면 됩니다.
어떻게 타파하면 될까요? 간단합니다. 토큰보유량 대비 투표권의 상한을 정해놓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스팀이나 이오스의 경우 만개 이상의 토큰을 보유하더라도 투표권은 만표까지만 인정하면 됩니다. 보통선거제도가 주는 실용적 장점을 도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고래들끼리의 교차투표에 의한 채굴자 선정은 거의 무력화됩니다. 토큰쪼개기 같은 불편한 방법을 써 볼수는 있겠습니다만 마음만 먹으면 이런 부분도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블록체인 개발을 위해 노력을 하는 개발자나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에게 투표가 몰리게 됩니다.
결국 해당 블록체인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이나 돌고래 이하 다수의 토큰홀더 들의 발언권이 강해집니다. 채굴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여도를 알리고 비전을 밝힐것이고 해당 커뮤니티는 의사소통이 잘도고 역동성은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있습니다. 이오스의 사이드체인인 TELOS입니다. 이 블록체인은 제네시스 블록에 아무리 많은 이오스를 갖고 있더라도 TELOS를 4만개까지만 인정하는 방법으로 고래의 등장을 막았습니다.
다른 이오스 BP들의 견제와 플랫폼 블록체인의 부진때문에 아직은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고래의 등장을 막은 것은 DPOS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비슷한 문제점에 봉착한 DPOS 블록체인들이 모든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는 방법은 합의체계에 보통선거제도의 장점을 접목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블록을 생산을 위임받는 자를 결정하는 일에 담합하거나 독점력을 행사하는 일을 훨씬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이오스와 스팀도 이런 방법을 쓰면 커뮤니티의 역동성과 건전성은 극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이들이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실 스팀은 이것과 비슷한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제안이 나온적이 있었습니다. 네드와 스팀잇재단의 닌자마이닝 물량을 소각하는 하드포크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있었죠. 만약 이때 이런 하드포크를 했으면 스팀이 둘로 쪼개지는 일이 있더라도 큰 기회를 얻었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DPOS 블록체인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채굴을 위임받는 자들의 담합을 어렵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DPOS 블록체인은 천천히 사라집니다. 스팀이 이오스보다 훨씬 먼저 사라질겁니다. 단순히 시총과 네임밸류때문이 아닙니다. 채굴자들의 담합과 재단의 지배력, 이들이 쌓아온 병패의 골이 훨씬 깊기 때문입니다.
위 단락을 빼면 글에 대한 호응도가 훨씬 높아지리라는 걸 내가 모르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듣기좋은 말만 할 수 없죠. 현실을 합리화하는 것 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훨씬 불쾌하고 불안한 일이지만 현실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앞으로 뛰어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운이 없어서 사라져가는 것이 수두룩할겁니다. 하물며 부패하기 쉬운 결함있는 합의체계를 갖고 Mass adoption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투자처로 인기가 없는 이유와 같습니다. 몇몇 과두나 독재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곳에 사람도 돈도 몰리지 않습니다.
앞으로 DPOS 블록체인이 이런 문제를 해결 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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