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주제는 앞으로 디플레이션이 올 것인가 인플레이션이 올 것인가입니다.
한편에서는 디플레이션이 올 것이 확실하니 한국도 기준금리를 미국같이 제로수준으로 낮추고 공격적인 확장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풀려나간 막대한 유동성때문에 장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당장 인플레이션을 헷지하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안에 강력한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 최소 2년정도 지속 된 후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영원히 계속될리도 없고, 이런 시국에 돈을 풀었다고 경기침체도 없이 바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물며 풀려나간 유동성 덕분에 디플레이션은 잡히고 경기도 완만히 회복되지만 인플레이션은 높게 일어나지 않는, 레이 달리오가 말했던 이른바 뷰티풀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강력한 경기침체는 일어난다고 봐야 합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를 보면 됩니다.
모든 방역전문가는 가을에 신종코로나 2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욕과 우한에서 일어난 일이 다시한번 전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고 한국도 이때는 피할 수 없을겁니다.
전 세계적인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실업, 기업의 파산, 금융 불안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브레이크가 없는듯 합니다. 특히 미국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습니다. 예전의 트럼프 같으면 주식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중국과의 극단적인 무역분쟁은 자제했습니다만 중국발 전염병때문에 주식과 경제가 박살난 상태에서 중국과 이성적이고 호혜적인 상호협력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국은 중국을 더 강하게 때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앞으로 2-3년 안에 미국과 중국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EU는 신종코로나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을 내놓는 것 조차 힘겨워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시행한 양적완화가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강력히 원하는 코로나본드에 대해서도 전혀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EU는 신종코로나에 대응할 공동의 통화정책도, 공동의 재정정책도 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막대한 유동성때문에 주가가 V자로 반등한 상황이지만 폭풍전의 고요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전 세계가 한국, 뉴질랜드, 홍콩같은 몇몇 나라만 교묘하게 피해서 불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한국에 불이 옮겨붙지 않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30년 정도는 비교적 편안하고 안락한 시대였습니다. 주요 열강들 간의 전쟁도 없었고 세계화에 따라 자본과 상품, 사람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통신기술을 비롯해 상당한 기술발전도 있었습니다.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비해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낮게 유지되었습니다.
30년간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된 이유는 다음 이유가 큽니다.
- 세계화라는 국제분업체계가 작동하였습니다. 우리가 먹는 버터의 대부분은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집니다. 설탕의 반 이상은 브라질에서 생산됩니다. 육류의 40%는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반은 한국에서 생산됩니다. 정교한 분업과 교역은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강력하게 억제했습니다.
- 중국이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되었습니다. 중국이 낮은 임금으로 세계의 공장을 도맡았기 때문에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유통방식이 제품가격경쟁을 유발하고, 상품 유통을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했습니다. 이른바 아마존효과라고도 합니다.
이 덕분에 2008년 리먼사태 이후로 각국이 막대한 돈을 풀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고전적인 화폐수량설 공식입니다.
PQ = MV, P(물가상승률), Q(총생산량), M(통화량), V(화폐유통속도)
화폐유통속도(V)가 떨어지니 통화량(M)이 올라가도 생각보다 물가상승률(P)는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수십년간 일어나다보니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는 매우 낮아졌고 화폐를 찍어도 화폐유통속도는 점점 더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008년 수준을 넘어서는 돈을 다시 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앞의 삼십년처럼 인플레 기대심리는 낮게 유지되고 화폐유통속도는 더딜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일반 대중들이 생활속에서 인플레를 경험하고 현금을 최대한 빨리 다른 자산으로 바꾸길 원하는 경향이 커질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잠재되어 있던 중국과 미국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중국을 본격적으로 고립시킬겁니다. 중국에 존재하는 공장의 상당수는 미국, 일본, 등 본국으로 돌아갈겁니다. 이는 공산품의 가격이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인 분업체계도 서서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싼값으로 뉴질랜드산 버터와 미국산 곡물과 축산물, 중국산 농산물을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질수도 있습니다. 밥상물가도 오를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박한 디플레를 막기 위해 풀려나간 막대한 유동성은 일단 급한 불이 꺼진 다음에는 바로 독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일 매일 생활물가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가 생깁니다. 인플레이션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잽싸게 돈을 다른 안전자산으로 옮겨버리거나 소비를 통해 물건으로 바꿔놓는 것입니다. 즉 PQ = MV 에서 화폐유통속도가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른바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돈을 마구 찍어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돈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 모든 사람이 미친듯이 돈을 소비하기 때문에 화폐유통속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생깁니다.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 같으면 조금씩 금리를 올리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2016년 쯤 미국이 양적완화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려고 하자 각 나라들에서 신용발작이 일어났습니다. 2007년 이후 전 세계는 막대한 돈에 의해 유지되는 이른바 돈중독 상태입니다.
신종 코로나사태 때문에 중독자에게 돈이라는 마약을 쏟아붓고 있는게 현재 상황입니다. 앞으로 어떤 시기이든 돈이라는 마약을 끊으려는 약간의 시도만 있어도 전 세계가 발작을 일으킬겁니다. 걸핏하면 발작을 일으키는 마약중독 경제를 우아하고 적절하게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힘듭니다.
각국 정부도 인플레이션을 디플레이션만큼 필사적으로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각국 정부는 이미 값는게 불가능해 보이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이런 빚을 탕감하고 국민에게 증세를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 디플레이션만큼 나쁜선택은 아닙니다. 음모론일수도 있지만 미국정부 입장에서 기왕에 일어날 인플레이션이라면 크게 일어나서 미국의 채무를 상당히 줄이거나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의해 소각되고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는 것이 이득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비교적 짧은 심각한 디플레이션과 경기수축 이후에 상당히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대비하셔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헷지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우량한 주식을 사라... 부동산을 사라.... 말은 많습니다만 뚜렷하고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조금씩 돈을 저축하고 계획하며 살아가는 소시민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보다 더 대응할 수단이 없는것이 인플레이션입니다.
제 생각에 기존 신용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소시민의 청구권이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이란 숨은 징세가 횡횡하는 세상에서 한가지 기댈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암호화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암호화폐에 다가오는 결정적인 기회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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