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중국 류허 부총리의 경제내순환(經濟內循環) 발언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산국가의 언론이나 공무원의 말은 대단히 모호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냉전시대에는 소련 언론의 보도내용의 사소한 정보와 호칭, 함의를 유추해 소련의 내부사정을 파악하는 크레믈리놀로지(크렘린학)이라는 웃지못할 분야도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고위관료가 공식석상에서 어떤 말을 했다면 그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 고위관료의 말이 노골적이고 의미심장한 것이라면 이것은 중국공산당 내부의 어떤 확고한 상황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류허 부총리는 미국 므누신의 경제협상 파트너 역할을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진핑의 죽마고우로 경제분야에서 사실상 중국의 이인자 리커창 총리보다 더 실세라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며칠 전 상당히 노골적이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전 중국 공산당식의 모호하고 애매한 발언이 아닙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1. 국경의 방어와 통제를 강화하겠다.
  2. 내적 경제 순환의 시동을 준비한다.
  3. 전략물자 및 민생상품에 대하여 전시계획경제를 실시한다.
  4. 지방정부는 가까운 곳에 과일, 채소, 육류, 달걀류의 기지를 준비해야 한다.
  5. 기업을 조직하고 동원하여 위기에 대응한다.
  6. 각 가정의 적극적인 대응을 일깨우고 호소한다.
그냥 소제목만 보기에는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세 내용은 위협적이고 의미심장합니다.

첫 번째 내용은 코로나로 인한 난민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주변에 코로나로 인해 정부가 붕괴되어 국경과 국민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만한 나라는 북한외에 없어보입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입니다.

두 번째 내용은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내수에 기반해 정상적인 생산과 수요를 충족시켜 정상적인 경제가 유지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국의 성장이 개방과 국제교역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의미심장한 발언입니다.

세 번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사실상 모든 식량류와 자원, 물과 전기 같은 기초생활물자를 총 망라하여 상당량을 비축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입니다. 네 번째 내용도 연장선상에서 지방정부가 식량과 부식류를 자체 조달하거나 비축할 태세를 취하라는 내용입니다.

다섯째 내용은 기업이 해외자원이나 물자의 공급이 차단될 경우에도 생산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국내의 공급원을 확보하라는 내용입니다.

여섯번째야 위의 내용을 국민에게 잘 설명하고, 특히 출국 예정인 국민은 최대한 빨리 귀국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파격적이고 괴이한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한 류허의 의도, 그리고 공산당 핵심층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의 의견은 이렇게 갈립니다.

첫째. 정책실패의 책임을 돌리려 주민들에게 겁을 주려는 의도이다.  
중국과 북한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위기상황에서도 더 자신있게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공포에 빠지는 순간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단순히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위기를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하고, 회사는 외국 물자가 차단될 위험에 대비하라는 말을 이런 의도로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둘째. 올해 하반기에 대대적인 코로나의 대유행이 발생하여 상반기에 있었던 국제분업체계의 단절과 유통 차질, 봉쇄조치를 넘어서는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의도라면 납득은 갑니다. 상반기야 중국이 끝날 때 쯤 다른 나라들이 순차적으로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여러 나라들이 안이하게 대비한 탓도 있기 때문에 주요국가가 동시에 봉쇄되고 물자 출입이 심각하게 막히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을 유행은 거의 동시에 모든 나라에서 시작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가정은 식량같은 생활필수품이 부족해 지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원자재나 중간상품의 공급차질로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구요.

셋째. 중국이 외국으로 부터 봉쇄되거나 차단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다.
군사적이거나 준군사적인 충돌, 혹은 경제제재에 의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물자가 심각하게 줄어드는 상황을 대비하겠다는 뜻입니다.

글 내용만 봤을 때는 이 시나리오가 가장 말이 됩니다. 아무리 코로나의 대유행이 온다고 해도 물과 전기, 가스, 통신까지 전시상태로 관리할 준비를 하라는 것은 이해가 안됩니다. 천연자원과 원자재까지 축적하라는 것도 납득은 안되죠. 아무리 많은 국가가 봉쇄된다고 해도 식량과 천연자원의 이동까지 봉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코로나의 대유행이 아무리 심해진다고 해도 지방정부단위로 식량을 자체생산할 기지를 준비하라는 것도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뭔가 외력에 의해 장기간 식량을 자급하고 경제를 내수로만 돌려야 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의 심각한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거나, 홍콩, 대만, 남중국해 문제로 군사적 갈등이 일어난다면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의 페그제를 공격할 것을 시사한 발언을 했습니다. 대단히 심각한 내용입니다. 만약 정말 미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홍콩은 경제적으로 확실하게 파괴될겁니다. 중국도 대외 경제 전초기지를 잃고 막대한 손실을 볼겁니다.

혹자는 홍콩이 달러 페그제에서 유로 페그제로 갈아탈 것이고, 오히려 미국의 달러패권만 손상이 갈 것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홍콩에서 거래되는 중간상품에는 원유나 원자재도 있습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원유가 달러화 이외의 화폐로 거래되는 것을 용납할까요? 유럽이 중국과 손잡고 미국에 도전할 만큼 중국과 각별한 사이인가요?

사실상 홍콩달러 페그제에 대한 공격은 중국에게 미국과 맞설지.. 아니면 중국의 주권과 중국공산당의 생존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포기할지 선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류허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앞으로 홍콩문제와 이외에 숨어있는 미국과의 여러 갈등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모택동이나 북한식 폐쇄국가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요.

경제활동을 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점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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