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암호화폐 세금관련 '코인데스크 기사' 비판


요즘 암호화폐 세금 관련 글을 몇 차례 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금 내기 싫어서이기도 합니다만 암호화폐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보는 행태를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기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요약하면 암호화폐가 한국에서 세금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의 첫 번째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세금 자체에 관해 사실관계가 틀린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아무 세무사에게 전화라도 한번 돌려보고 기사를 썼다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선 기사의 주요 내용을 보겠습니다.


1. 보유하던 암호화폐를 개인지갑에 옮겨서 보관해둔 뒤, 과세 시행(2021년 10월1일) 이후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입금하자마자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거의 없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아니다. 취득가액(매수가)을 감안하지 않아 생긴 오해다. 납세자(투자자)는 과세 시행 전부터 보유하던 암호화폐의 취득가액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진다. 입증하지 못한다면 2021년 9월30일 시가에 따라 정해진다. 만약 과세 시행 후에 취득했는데 입증하지 못한다면 취득가액은 0원이 되므로, 양도가액(매도가) 전체의 20%(지방세 2% 제외)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위의 방법을 쓰면 취득가액을 본인이 입증해 기타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취득가액을 입증 못 하면 매도가 전체의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2021년 10월 1일 이후 국내 거래소를 통해 7000만 원을 현금화했는데 얼마에 샀는지 입증하지 못할 경우 22%인 154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어떤 자산(국세청 입장에서)을 취득할 때 낸 돈을 입증 못 한다고 0원에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내라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예를 들어 기타소득세 과세대상인 미술품의 경우를 한번 봅시다. 어떤 그림을 7000만원에 팔았는데 얼마에 샀는지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판매액의 80-90%를 필요경비로 인정받아 최대 4.4%의 세금(300만원 남짓)을 낼 뿐입니다. 게다가 이번 소득세 개정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기타소득의 경우 연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입니다. 

암호화폐를 어디서 얼마에 취득했는지 한참 뒤에 어떻게 입증하겠습니까? 암호화폐 관련 과세가 없어서 입증자료를 준비할 이유도 없었던 시기에 취득한 것을 한참 뒤에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국세청 입장에서도 요구하기 힘든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필요경비를 매우 크게 인정해 주거나 사실상 취득시기를 특정하기 힘든 부분의 징세를 유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세금을 내고 싶지 않으면 연 25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화하면 됩니다. 위 기사를 쓴 기자는 세무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이 글을 썼을 뿐 아니라 국세청에서 발표한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고 글을 쓴 것입니다.





2. 국세청이 파악할 수 없는 장외거래(OTC)를 이용하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내년 3월 시행되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OTC 기업은 가상자산 사업자(VASP)로 규정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아직 세법 시행령이 나오지 않아 OTC 기업에도 국세청 신고 의무를 부여할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당국의 규제 범위 안에 들어와있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미신고 OTC 기업을 이용하는 건 위험하다. 불법이며, 거래 사고가 났을 때 보호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OTC(Over the Counter)는 거래소 밖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뜻한다. 거래량이 많은 이른바 '고래'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호가는 수억원 수준으로, 많을 때는 수백억원까지도 나왔다.

암호화폐의 다양한 교환 형태를 볼 때, 기존 방식의 장외거래(OTC)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듭니다만 기존 국내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거래하는 모든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탈중앙화 방식으로 개인과 개인의 거래를 중개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한국에 있지 않은 게 태반입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어난 개인 간의 사소한 거래를 국세청에서 일일이 추적할 방법과 의지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지금 금을 사고팔려면 부가세 10%를 내야 합니다. 금에 이 정도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덕분에 한국에서 실제 거래되는 금의 50% 정도는 무자료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과세가 촘촘해지면 암호화폐와 법정화폐의 교환은 상당 부분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화폐 간의 환전을 자산의 거래로 무리하게 해석한 정부의 잘못입니다. 

위 기자도 이런 방법으로 암호화폐가 세금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불법"이라고 주장할 뿐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합법과 불법만 있는게 아닙니다. 합법이라고 항상 상식적이고 올바른 것도 아니고요.





3. 암호화폐로 직접 결제하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현재의 개정안에선 내야 한다. 다만, 논란 여지가 있다.

기사를 써 놓고도 자기도 자신이 없는지 "다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라고 밑밥을 깔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실제 세무전문가의 의견이라기 보다 그냥 자신의 비현실적인 뇌내망상에 가깝습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는 상점이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주고 커피를 사면 세금 계산을 어떻게 할까? 정부안에 따르면, 이 때도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안에서 '양도'는 매매와 교환을 포괄한다. 비트코인과 커피를 교환하더라도 양도로 보고,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긴다.

예를 들어, A가 4000원에 산(취득가) 코인의 가격이 올라 4500원이 됐다. A는 커피숍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사면서 이 코인을 냈다. A는 코인 가격상승으로 500원의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하고 20%인 세금 1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때 세금 계산은 납세자가 해야 한다.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앞으로 세금계산과 신고 의무까지 더해지면 더욱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커피 사 먹고 밥 사먹는 매 순간을 매도가격으로 보고 취득가액과의 차액을  일일이 계산해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암호화폐를 한 번에 왕창산게 아니라면 취득가액도 제각각일 테고 암호화폐로 재화와 용역을 교환하는 것도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걸 어떻게 할 수 있죠?

불가능합니다. 당사자가 불가능하다면 국세청에서도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국세청도 암호화폐로 물건을 살 때마다 기타소득을 계산하여 일년에 한번 합산하여 신고하라는 요청을 할 수 없습니다. 위 기자가 말하는 재경부 관계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원칙과 현실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백번 양보해서 외국계 결제 앱을 이용해 암호화폐로 재화와 용역을 거래하고 거래 사실을 남기지 않으면 어떻게 할겁니까? 국세청이 그걸 일일이 찾아다닐 수 있나요?

암호화폐로 해외직구를 하면 어떻게 할까요? 국세청이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했는지 암호화폐로 결제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이 때문에 암호화폐로 재화와 용역을 거래할 때 기타소득을 걷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무궁무진합니다. 당분간 암호화폐에 부과하는 기타소득은 적당히 알아서 양심껏 내라는 정도의 선언적인 의미가 될 겁니다.

사실상 "기타소득세"의 의미가 그런 겁니다. 엄밀하게 규정하기 애매하고, 정확히 계산하여 과세하기도 힘들고, 과세액이 사소하여 알아서 내주면 고맙겠다는 의미의 소득세입니다.






일각에선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크립토닷컴 카드를 사용하면 세금을 안 낸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크립토닷컴 카드는 암호화폐를 싱가포르달러로 환전 후 충전하고 사용하는 선불카드로, 암호화폐 직접 결제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세법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할 때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이것도 세금을 내야 한다.

크립토닷컴의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폐 직접 결제는 아닐지 몰라도 이런 방식이 당분간 암호화폐 결제방식의 대세를 이룰 겁니다.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싱가포르 달러의 환전이 이루어지고 국내에서 싱가포르 달러---->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양도차익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무슨 소리죠.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바뀐 곳은 싱가포르이니 만약 암호화폐 거래에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권한은 싱가포르에 있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일어난 암호화폐의 거래차익(?)을 본인도 잘 모를 텐데 국세청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전반적으로 위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습니다. "암호화폐는 세금을 피할 수 없어서 쇠퇴할 거야..." 하지만 자기 기대에 맞춰 현실을 꿰맞추려 하니까 저런 기본적인 팩트도 안 맞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위 기자와 내가 견해가 같은 게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과세하는 것에는 암호화폐의 발전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 말입니다.



암호화폐는 어떤 형태를 갖고 있던간에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암호화폐에 미래가 있다고 믿고 투자하는 사람이 그리는 미래에서 암호화폐는 자의적인 인플레이션에 의해 가치를 박탈당하지 않고 특정국가의 국경에 한정되지도 않는 돈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암호화폐에 어떤 방식으로 억압하려고 해도 이를 회피하고 최종적으로 자산이 아닌 화폐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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