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Crypto.com 의 정체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정말 정체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글을 씁니다. 한 편으로 길게 이어지는 폰지사기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 선도적인 암호화폐기반 지불/결제 서비스 같기도 합니다.

예전 MONACO 코인이 리브랜딩한 것이라는 사실과 암호화폐 관련 지불 및 금융과 관련된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해서 별 감흥이 없을지 몰라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깜짝 놀랄만한 것입니다.
  1. 카드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습니다.
  2. 암호화폐를 넣어놓고 사용할 수 있는 직불카드를 제공합니다.
  3. 암호화폐를 맡기고 상당히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4. 암호화폐를 맡기고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거래소와 지갑을 제공합니다.





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 서비스를 잘 이용하면 정부가 암호화폐를 특수한 자산으로 규정하고 세금을 걷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더러 암호화폐를 교환수단으로 널리 사용할 수 있게 촉진할 수 있습니다.

명목화폐를 주고 암호"화폐"를 교환하는 행위나 암호화폐 가격상승 이익에 세금을 때리는 것은 부당한 것입니다. 한국은 외화를 환전할 때 세금을 내지도 않고 환차익에도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암호화폐를 환전할 때나 환차익에만 세금을 걷겠다는 것은 암호화폐를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가 아니라 부동산이나 그림 같은 자산 취급하는 것입니다. 

이런 취급을 안 당하려면 암호화폐가 "가치저장"과 "교환"에 널리 사용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만원이 넘는 것을 보고도 가치저장이 안 된다고 우길 수는 없을 것이고.. 이제 교환에만 널리 쓰이면 됩니다. 

직접 암호화폐로 널리 거래되는 날이 오겠지만 급한 대로 VISA 같은 지불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실제 교환에 사용할 수 있다면 암호화폐의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겁니다.  현재 crypto.com 만이 이런 서비스를 광범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서비스를 잘 이용하면 암호화폐를 단순히 묵혀두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이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암호화폐의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 예금(?)서비스는 여러 Defi나 중앙화된 거래소에서도 하고 있습니다만 crypto.com의 이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나 거래소야 하는 곳이 많지만, 이 모든 것을 묶어서 서비스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겁니다. 이런 여러 긍정적인 상황을 반영한 듯 CRO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 언저리까지 올라왔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암호화폐로 기존의 카드 수준으로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기존의 원화 입금 거래소를 우회해서 손쉽게 암호화폐를 구입(엄밀하게는 환전)할 수 있는 것, 명목화폐처럼 암호화폐도 예금/대출이 가능하게 되는 것은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 기득권을 우회해 실생활에 깊이 파고 들 수 있는 방법으로 제가 2년 전부터 간절히 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실제로 현실화 하고 있는 crypto.com을 보면서 뭔가 개운치 않고 가슴 한구석이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묘한 일입니다.

그 묘한 위화감은 이 사업모델이 어떻게 이익을 내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익을 낼수 없다면 사업모델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면 crypto.com은 단순히 암호화폐 가격이 0으로 수렴하면서 끝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모두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사업모델이 폰지사기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2년 전에도 암호화폐 지불/결제 서비스 센트라에서 이런 추문이 있었습니다.



 crypto.com는 다음의 방법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거래소의 거래수수료
  2. 암호화폐 담보대출을 통한 이자수익
이 외에는 딱히 사업모델에서 이익이 날 것이 없어보입니다. 혹시 다른 사업모델을 알고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용을 살펴보자면 우선 직불카드 발급자에게는 사용금액의 최대 5%를 MCO로 돌려줘야 합니다. 카드 사용시 주는 혜택도 모두 비용입니다. 카드 연회비도 없고, Visa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있을 것입니다. 지불/결제부분에서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암호화폐 예금은 더 이상합니다. CRO토큰을 스테이킹하면 최대 18%,  스테이블 코인은 최대 12%, 기타 암호화폐는 최대 8%의 이자를 돌려줘야 합니다. 크립토닷컴이 통상적인 은행처럼 신용창조를 한다고 해도 이정도의 이자를 지불하는게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 마찬가지일텐데 어떤 방식으로 12%의 이자를 지불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신용으로 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얻은 마진으로 이런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까요? 

회사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인건비, 광고비, 기타 운영비용은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만약 크립토닷컴이 현재 사업모델로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지 않다면 운영비는 결국 기존의 CRO토큰을 매각해서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업의 지속성을 토큰가격 상승에 걸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업모델은 토큰가격이 떨어지거나 사업용으로 비축한 토큰이 바닥나면 지속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장기간 지속할 수 없는 모델입니다. 최악의 경우 길게 이어지는 폰지사기일수도 있습니다.



크립토닷컴이 폰지사기라거나 나쁜 의도를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저는 안정적인 암호화폐기반 지불/결제/금융서비스가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립토닷컴을 보면 이 회사가 약속하는 페이백과 이자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립토닷컴의 직불카드 페이백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토큰을 동결해 놓아야 합니다. 예금도 CRO토큰에 대해 높은 이자를 주며 사실상 토큰을 동결하는 것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노리는 것은 명확합니다. CRO 유통량을 줄이고 수요를 늘려 토큰의 가격상승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업모델이 장기적으로 크게 성공하려면 사업모델 자체에서 안정적으로 이윤이 나야 합니다. 사업체가 가진 자산가격이 상승해서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요.

예를 들면 회사가 영업적자를 보고 있지만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보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는데 사업이 잘 되서 이윤이 늘어나는 것이 더 좋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 생각에 크립토닷컴의 직불카드가 MCO만을 충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암호화폐를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었으면 훨씬 파괴력이 컸을 것 같습니다. MCO던 CRO던 크립토닷컴 관련 토큰은 차라리 이런 서비스 수수료 지불수단으로 소각하거나 동결하는데 사용하구요. 

그렇게 했다면 쓸데없이 MCO로 페이백을 최대 5%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를 직접 충전해서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지금도 상당하고 앞으로 각국이 암호화폐에 과세를 하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페이백으로 사람을 꼬시지 않아도 페이를 지불하고서라도 사용할 사람이 수두룩할 겁니다.

이자도 바이낸스 수준인 비트코인의 경우 2%내외로만 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예대마진으로 이자를 충분히 지불하고 회사에 이윤을 안기는 정도로요. 이렇게 하면 과도하게 토큰가격을 부양하려는 생각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유지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을것 같습니다.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 Defi가 핫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암호화폐를 대중화하고 큰 붐을 일으킬 것은 암호화페 지불/결제서비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를 현실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다음에야 진정한 암호화폐기반 금융업도 있는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꼭 안정적인 암호화폐 지불/결제 서비스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크립토닷컴이 선구적인 암호화폐 지불/결제서비스이길 바랍니다만 희망에 눈이 멀어 수많은 위험신호를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크립토닷컴, 혹은 이와 비슷한 사업모델의 리스크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고 혹시 내가 못보거나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 저도 크립토닷컴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매일매일 의문이듭니다. 예금이율만 현실적이었어도 이렇게까지 불안하진 않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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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그 부분, 즉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너무 신경쓰입니다. 사업모델 자체는 정말로 훌륭한 것인데... 너무 확장과 사용자모집에 힘쓰느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손상시키고 있는게 아닌가 염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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