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암호화폐 투자원칙 1편 ; 인간의 인지적(認知的) 함정을 피해..

 


2010년 5월 22일 플로리다에 살던 프로그래머 라즐로 핸예츠는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과 10.000개의 비트코인을 교환합니다. 1 비트코인이 0.3센트 정도 가치로 교환된 것입니다. 거의 공짜로 채굴한 것을 실물 피자와 바꿨으니 당시 그는 꽤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1달러를 돌파하자 피자 두 판을 사먹고 남은 4.000 비트코인을 팔아 꽤 좋은 컴퓨터 한대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게 2011년 4월 때일 겁니다. 피자를 사 먹었던 때에 비해 330배 폭등한 가격에 익절을 했으니 이때도 꽤 만족스러웠을겁니다. 

이 사람을 비웃는 것은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는 바보도 현명해지는 법이니까요. 그는 자기가 생각한 적정가에 모든 비트코인을 익절했습니다. 그가 본 1비트코인의 적정가는 1달러였습니다.



그 후 2011년 6월에 이미 비트코인은 30달러를 넘어섰고, 2013년 11월에는 1.000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12월에는 20.000달러가 넘었습니다.

라즐로 핸예츠가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있었다면 그의 재산은 조 단위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 말했듯 이건 나중에 보니 그렇다는 것일 뿐입니다.

비트코인이라는 개념을 완전 초기에 접하고 채굴할 만큼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한 사람도 드물었을 것이고, 공짜로 채굴해서 가치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을 적당한 때 피자나 컴퓨터로 바꾸지 않을 만큼 강한 신념과 확신을 가진 사람도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극초기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대부분 비트코인 키를 잊어버렸거나 1센트, 1달러, 10달러, 100달러 가격이 왔을 때 얼씨구나 하고 팔아버렸을 겁니다. 그래도 당시 당사자들은 꽤 괜찮은 성과를 냈다고 만족했을 겁니다.

비트코인을 초기에 채굴 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고 봐야 합니다. 채굴한 비트코인으로 조 단위의 자산가가 되었다는 사람이 알려지지 않은걸 보면 아예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후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진 초기 투자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윙클보스 형제는 2013년에야 비트코인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하자만 몇몇 유명 투자자를 제외하고 상당수는 비트코인의 가격변동과 허술한 거래시스템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 2011년 6월 30달러가 넘었던 비트코인은 석 달도 안되 2달러 때 까지 떨어집니다. 1/15 정도 떨어진 겁니다.
  •  2013년 4월 26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은 석 달도 안되 다시 6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가치가 1/3로 줄어든 겁니다. 
  • 그해 11월 말 다시 1.1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가 다섯달 만에 413달러로 떨어집니다. 
  • 그리고 2017년 최고점 20.000달러에서 다음 해 1/5토막 난 4.00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공포를 불러오는 가격폭락 앞에 맨정신으로 있는 것도 쉬운 게 아닙니다. 인간은 눈 앞에 어른거리는 단기적 이익과 공포 앞에 그리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 비트코인은 2.7000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럼 이번 가격 상승은 어디서 멈출까요? 지금까지 어땠는지 보면 됩니다. 비트코인이 한번 대세 상승을 시작하면 이전 전고점을 하찮게 보일 정도로 상승합니다. 그리고 그 가격에서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태로 2-3년을 횡보합니다.

과거가 항상 반복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몇몇 너드들만 알던 포인트였을 때도, 일부 선각자들만 알아봤던 시스템이었을때도 이런 추세는 일관성 있게 재현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열배 단위로 가격이 뛰어 올랐다가 상당기간 횡보를 했습니다.

지금 기관투자자의 구루들도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말을 하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당하는 상황이고, 비트코인의 저변이 점점 확대되는 시점에서 비트코인이 이전만큼 상승할 역동성이 없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비트코인은 이번 상승장에도 세상을 한 번 더 놀라게 할겁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이유, 인간은 눈 앞에 어른거리는 단기적 이익과 공포에 약하다는 것 때문에 대부분 큰 이익을 보지 못하거나 손해를 볼겁니다. 상당수 투자자가 2017년에 그랬듯 고점 부근에서 탐욕에 몰려들었다가 반토막 밑으로 하락하면 공포에 손절매를 하겠죠. 그리고 다음번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뚫고 한참 올라간 후에나 다시 관심을 가질겁니다. 

무언가에 투자를 하려면 탐욕과 공포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의 뇌는 안타깝게도 투자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책 '생각에 대한 생각'에는 인간이 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힘든지 인상깊게 설명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일독을 권합니다.



또 조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특정 자산의 단기적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위의 대니얼 커너먼의 책 뿐 아니라 나심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마라'는 책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 인지심리학이나 뇌신경학은 인간의 자아(의식)이 합리적인 판단도구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본능적 결정을 변호하는 수석대변인에 가깝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슬롯머신을 잘 관찰하고 선택하여 대박을 터트렸다고 주장하는 도박꾼이 있는 이유가 이겁니다. 이 도박꾼은 행운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중독에 빠져 있어서 장기적으로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는 파멸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자기는 남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도박꾼을 조롱하기 쉽지만 매 주 복권을 사거나, 어떤 자산에 단타를 치는 사람도 위와 본질적으로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겁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 주식에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보다 망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주식에서 큰 돈을 번 사람은 현란한 판단력으로 이리 저리 종목을 옮겨다니거나, 단타를 친 사람이 아니라 삼성전자 같이 우량한 주식을 오래 전에 사놓고 아예 신경을 꺼버린 사람입니다. 하물며 암호화폐는 말할것도 없습니다.



암호화폐 투자는 공포와 탐욕의 영향을 덜 받는 상태로, 자신의 판단력을 최대한 의심하며 하는 게 최선입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겠지만 암호화폐는 이런 원칙을 훨씬 강하게 지켜야 합니다.

제 생각에 투자는 예측하는 행위라기보다 책임지는 행위입니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뭔가에 책임을 지려면 책임질 대상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전망을 봐야 합니다. 인간은 장기적인 전망을 할 때 훨씬 탐욕과 공포를 벗어나, 자기 자신과 주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전망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그것에 책임을 지면 됩니다.

암호화폐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확신하더라도 그 확신에는 엄혹한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내심을 동반해야 합니다. 3개월 뒤, 6개월 뒤에 대박이 난다고 믿는 것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한 게 아닙니다.

아랫글은 2년 전쯤 스팀잇에 올렸던 것입니다. 당시는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에서 한없이 폭락하고 횡보를 하면서 점점 가격이 내려갈때 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미국에서 선물거래가 되면 떡상한다. ETF가 허가되면 떡상한다.' 하는 단기적 호재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때입니다. 

그런 호재가 터져도 비트코인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때, 단기 관점만 보던 투자자 중 몇 명이나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손절매하거나,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위험하고 잡스러운 암호화폐로 단타를 치다 손해를 보셨을 겁니다.

(코인비평)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와 암호화폐 투자전략



아랫글은 3년 전에 썼던 것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워낙 역동적이라 3년 전에 쓴 글을 다시 보니 마치 10년 전에 쓴 것 같습니다.

(코인비평) 징조로 보는 암화화폐의 승리 가능성 - 1편

암호화폐의 가치는 기존 명목화폐의 타락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통제 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과 같은 화폐실패가 일어날수록 암호화폐는 가치저장 및 교환수단으로 널리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물론 위 예측에서 틀린 게 있습니다.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되고 다시 한번 경기침체가 오기 전에 코로나발 자산가격폭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각국 중앙정부는 미친듯한 돈풀기로 자산가격 폭락을 막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점점 인플레이션 신호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 올해쯤 일어날 것으로 보였던 경기침체는 조금은 미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저의 근본적인 가정과 예상은 같습니다. 암호화폐, 특히 내가 투자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명목화폐의 모순이 드러날수록 강해질 것이고 결국 전 세계 부(富)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의 가치저장을 담당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GDP는 83조달러 정도입니다. 일 년에 전 세계에서 생산된 부에 비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0.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금의 시가총액은 9조달러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금도 저평가 되어 있으며 미국이 금에 대한 가격누르기를 포기하면 엄청나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아직 저평가된 금의 시가총액에 3%도 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과 유력 암호화폐의 가치는 아직 적정선이라고 평가할 기준 비슷한 것에 도달한 바가 없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암호화폐의 적정 가격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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