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된 시기가 기가 막힌 책이다. 미국에서 원작이 발표된 것이 미국의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팽배해지던 2018년이었고 한국에 발간된 직후 신종코로나 발 경제위기가 나타났다.
레이 달리오는 워낙에 유명한 사람인지라 긴 소개는 필요 없을 듯하다. 비판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큰 성공을 이룬 헤지펀드 매니저다. 이 책의 주장은 아주 간단하다. 자본주의의 흐름상 거품이 생기고(Leveraging) 거품이 꺼지는 과정(Deleveraging)이 발생하는데 거품이 꺼질 때 "추악한 디레버리징"이 아니라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이란 무엇인가? 본문의 내용을 인용하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아름다운 디레버리징(Beautiful deleveraging)이 되려면, 인플레이션 세력/경기 부양 세력이 충분히 강력해 디플레이션 세력/경기 침체 세력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명목 성장률을 명목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새로운 버블이 등장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세력/경기 부양 세력이 지나치게 막강해서는 안 된다….
레이 달리오의 주장에 따르면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는 중앙은행과 정부 당국자의 결단 때문에 돈 풀기를 포함해 다양한 수단을 써야 한다. 그래서 '명목 성장률이 명목 금리를 넘어서는 수준'을 유지하면 사회적 혼란과 고통은 줄이면서 빚이 줄어드는 아름다운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정책당국이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주저한다면 급격한 신용경색 때문에 실물경제와 자산이 모두 쪼그라드는 디플레이션형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것이다. 1929년 미국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대표적이다. 만약 기축통화 국가도 아니고, 외국통화로 표시된 빚이 많고, 재정적자가 심하고, 국제수지 적자가 심한 나라가 섣불리 디플레이션형 디레버리징을 피하겠다고 확장정책을 편다면 디레버리징이 일어나면서 화폐가치도 사라지는 인플레이션형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것이다. 중남미 국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신종코로나가 일으킨 경제위기는 어떤 길로 갈 것인가? 특히 2권에 자세히 나와 있는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 연준과 정책당국의 대응은 2007년의 대응보다 훨씬 선제적이고 광범위하다. 그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리라. 신종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은 뷰티풀한 과정이 될 것인가 어글리한 과정이 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아직 디레버리징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험에 빠진 은행도 아직 없고, 파산하는 회사가 속출하는 것도 아니다. 자산가격이 의미 있는 조정을 받은 것도 아니다.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있다. 올해 말쯤 투자의 방향을 잡기 위해 다시 꺼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