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 ; 머리 로스버드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오스트리아 국민경제학파(이하 오스트리아 학파)라는 비주류 경제학자 집단이 있다. 이들의 주장이 비상식적이거나 비현실적이어서 비주류가 된 것이 아니다. 이들의 주장은 명백하게 관찰되거나 확인된 근거와 완전히 상식적인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이 비주류인 이유는 일반 대중과 지식인에게 어필할 감정적 호소가 없기 때문이다.

효율적이지만 비인격적인 시장원리 대신 "인간의 이성에 결과인 계획으로 사회를 평등하고 부유하게 하자."는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 집단이 있다. 태생적으로 반체제적이고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신하는 지식인들에게 "인간의 이성에 의한 계획"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리겠는가? 모든 책임을 사회에 돌리고 평등을 내세우는 내러티브에 일반 대중이 얼마나 위로를 받겠는가? 이 주장이 작동하던 안 하든 말이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이런 주장을 배격한다. 사회주의가 지식인 사회에 맹위를 떨치던 19세기 말에 나타나 끊임없이 이성과 계획이라는 환상에 팩트폭행을 했다. 이런 모습이 인간의 존엄을 대변하는 이념보다 '시장'이라는 기계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념에서 발생한 환상은 팩트폭행으로 잘 고쳐지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을 논리로 바꾸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게 오스트리아학파가 비주류인 이유이다.

 

 

 

이 책은 머리 로스버드가 오스트리아 학파의 입장에서 화폐 타락 현상의 본질과 해법을 말한 책이다.

우선 통념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돈은 국가가 독점적으로 발행한 징표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추상적으로 저장하고 표시한다. 이건 우리가 타락한 화폐를 현실로 받아들여서 생긴 것이지 타당한 것도 아니고 상식적인 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화폐는 복잡한 교환을 쉽게 하려고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이 원할 뿐 아니라 보관, 분할, 수송에 쉬운 상품이 화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특별한 시장성을 가진 상품'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갖는 많은 상품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금과 은이 이런 상품으로 최종적으로 살아남았다. 이런 방식 이외에 화폐가 되는 방법은 없다. 정부가 종잇조각을 화폐라고 선언한다고 화폐가 되지 않는다. 지금 불환화폐는 이런 본질적인 화폐를 일시적으로 위조에 불과하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끝나기 전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인플레이션은 고정된 화폐로 지불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서 정부와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집단으로 부를 이전하는 교묘하고 위험한 징세의 다른 이름이다. 금에게서 화폐의 지위를 박탈해 간 일련의 사건은 이렇게 교묘한 징세를 위해 인플레이션 견제장치를 제거해 간 역사다. 

이를 막기 위해서 화폐의 시장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효율적이라서 인간과 사회에 편익을 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부의 화폐독점과 화폐 타락으로 인해 일어날 문명의 퇴보를 막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로스버드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가 경제를 멋지게 운영하는 것과 똑같이 자유가 화폐제도를 화려하게 운영할 수 있다. p70

화폐는 모든 거래를 위한 수단이다. 만약 정부가 화폐를 지배하면 정부는 경제를 통제하기 위한 결정적인 지휘소를 이미 획득한 것이고, 완전한 사회주의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p120

 

 

민간이 발행하고 시장에서 결정하는 화폐는 한 종류일 필요도 없다. 역사적으로 다수의 화폐가 지역 내에서 원활하게 유통된 바 있으며, 최근의 금, 은 복본위제 또한 정부가 금, 은의 교환비를 강제로 지정해 그리셤 효과를 일으키기 전까지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었다. 오스트리아학파는 결국 화폐제도가 예전처럼 특별한 지위를 갖는 상품을 바탕으로 재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금본위제나 은본위제로 되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감정적인 고함과 분노를 제외하고 이론적인 반박은 단 한 가지다.

: 금과 은이 산출량 정도로 화폐공급이 제한된다면 경제에 필요한 화폐공급이 부족하여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이 유발될 것 아닌가? 

: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화폐의 총량이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다. 화폐는 그것 자체로 사회에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위험한 것은 화폐의 총량이 교란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것(화폐 가치 타락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이다. 화폐 공급 결정만 신뢰성이 있다면 화폐의 가치상승에 의한 화폐퇴장(디플레이션) 자체는 사회에 해롭지 않다. 인간에게 편익을 주는 것은 재화와 서비스이지 화폐 자체가 아니므로 비이성적으로 화폐를 퇴장시키는 행위는 결국 시장에 의해 교정된다. 그리고 특정 화폐가 너무 부족하다면 다른 상품을 바탕으로 한 화폐가 나오는 식으로 화폐가 공급된다.

 

 

머리 로스버드를 포함해 오스트리아학파의 이론은 허황한 것도 아니고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다. 내가 볼 때, 오히려 정부와 은행이 무한하게 발행하는 불환지폐라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아름다운 비현실성이 아니라 낭떠러지에서 끝없이 외줄 타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악몽 같은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목소리는 최근까지 재야에서 들려오는 이단아들의 외침이었다. 이들은 강력한 독점력을 가진 정부뿐만 아니라 좌파적인 지식인 사회와 경제학계와도 싸워야 했다. 그러나 본질을 바꿀 수 없는 법, 법으로 사람을 무릎으로 기어 다니도록 계속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시장과 기술이 독점을 깰 기회와 불환화폐의 반복적인 실패가 나타날 충분한 시간뿐이었다. 2000년대부터 사이퍼펑크 운동과 암호화 기술의 발전이 나타났고 불환화폐 시스템은 2007년 다시 한번 결정적으로 실패했다. 그리고 암호화폐가 나타났다.

머리 로스버드는 암호화폐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화폐를 보는 관점이 오스트리아학파와 유사한 시카고학파의 밀턴 프리드먼은 1999년에 이런 예언을 했다. 

인터넷은 정부의 역할을 줄일 주요한 힘이 될 것입니다. 믿을 만한 E-cash가 등장하면 인터넷상에서 AB가 익명의 상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코인비평에서 암호화폐와 오스트리아학파와의 접점에 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요약 

1, 2

화폐는 어떤 사회적 계약이나 정부의 칙령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물물교환보다 더 복잡한 경제적 관계를 갖기 갈구했던 노력의 자연적인 산물이다. 화폐는 사용처가 많고, 수송에 편리하며,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있고, 내구성이 있어 잘 변질되지 않아서 간접교환에 사용되던 특별한 시장성을 가진 상품에서 생겨난 것이다. 화폐는 특정한 가치를 지닌 상품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을 화폐로 만들 수 없고 정부가 종잇조각을 화폐라고 부른다고 해도 이를 화폐로 만들 수 없다. 화폐는 재화로부터 유리된 추상적인 계산단위도 아니고, 교환할 때만 사용하는 토큰도 아니며, 사회에 대한 청구권도 아니다. 어떤 고정된 가격을 보장하지 않는 상품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상품들과 달리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매개하는 것이 화폐이기 때문에 한 사회에 화폐의 재고가 축적된다고 사회에 혜택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중앙은행과 정부 카르텔에 의한 화폐의 재고 축적은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화폐의 생산과 배분도 자유시장에 맡겨져야 한다.

 

화폐의 공급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화폐퇴장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디플레이션에 의한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는다. 퇴장된 화폐가 많으면 유통되는 화폐의 구매력이 증가하고 상품 가격이 내려가 삶의 질을 높일 뿐이다. 유통되는 화폐가 많으면 상품 가격이 올라가므로 소비는 줄고 화폐는 퇴장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폐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 잘 작동될 수 있다.

 

민간에 의한 화폐 주조는 지금의 상식 '화폐 발행은 정부의 주권에 속한다.'라는 것에는 반하지만 역사상 자연스럽고 잘 작동하는 것이었다. 민간이 화폐를 발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혼란과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정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해야 한다는 주장은 도둑을 막기 위해 사유재산을 금지해야 한다는 말과 비슷하다. 이는 국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화폐를 이용한 갈취와 위조를 했을 때 대응할 수단을 없애는 것과도 같다.

 

만약 두 종류 이상의 금속(예를 들면 금과 은)이 한 사회에서 화폐로 사용된다 해도 아무 무리 없이 시장에 교환비율로 교환되며 화폐의 기능을 완벽히 수행할 것이다. 오히려 화폐 간의 교환비율을 고정하려는 시도가 화폐제도를 왜곡한다.

 

복잡한 사회에서 민간이 금이나 은을 보유하고 보관영수증을 실제 거래에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받아드릴 수 있는 일이지만 부분지급은행업은 본질적으로 사기이다. 이들은 보관되어 있지 않은 금과 은을 미끼로 화폐를 발행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에라도 작은 은행이 난립해 있는 것이 대형 은행 몇 군데만 있는 것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

 

요약하자면 자유가 경제를 멋지게 운영하는 것과 똑같이 자유가 화폐제도를 화려하게 운영할 수 있다. p70

 


 

3 

정부는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때문에 이익을 얻지 않는다. 소유주의 동의 없이 자산을 강탈할 뿐이다. 물물교환 경제에서는 상품을 직접 강탈해야 했지만, 현재는 화폐를 강탈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조세저항이나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더욱 안전한 강탈방법을 고안했는데 그 방법은 화폐를 위조하는 것이다. 이는 훨씬 위험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런 위조는 인플레이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대중이 가진 자원을 징수하는 강력하고 미묘한 수단이고 고통이 없지만 더 위험한 형태의 조세징수이다. p73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새로운 화폐를 먼저 받은 사람들이 늦게 받는 사람들을 희생하여 이득을 얻는다. 화폐를 발행한 정부, 정부의 도급업자, 은행이 이득을 얻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 것에 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임금이 고정된 집단'은 피해를 받는다. 이들이 세금을 징수당하는 사람들이다.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처참한 결과를 유발하는데 경제의 근본원리인 경제 계산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할 수 없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맞이하게 된다.

 

정부가 화폐를 독점하는 과정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왕이나 귀족이 통치 지역 내 화폐주조권을 독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다음 화폐주조세를 걷고, 화폐의 단위를 금의 무게에서 애국심이나 정부의 특권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이름으로 바꾸고, 화폐에 들어가는 귀금속의 함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화폐를 타락시켜 편익을 얻는다. 복본위제를 금본위제로 통일하여 우선 은의 화폐 지위를 박탈하였다. 최종적으로 독점한 화폐에 법화(法貨)의 자격을 부여함으로 화폐의 독점과 금 가치와의 분리를 공고히 했다.

 

이후 은행에 부분지급준비영업의 특권을 주었고 이들이 일으킨 인플레이션과 지급불능 사태에 '정화(正貨)지급의 중단'이라는 특권을 또한 주었다. 이에 따라 통화 남발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군소은행이 창궐하였고 이를 정리하고 정부의 의도에 따른 인플레이션만을 허용하기 위해 중앙은행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을 통제함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절한다. 중앙은행은 시중이나 정부의 채권을 구매함으로 민간은행의 지급준비금을 늘려주고 화폐량을 늘리거나 직접 지급준비금을 시중은행에 빌려주는 방법으로 화폐량을 늘린다. 이런 결과 시중은행의 인플레이션 견제기능은 제거된다. 결과적으로 영속적인 인플레이션 기계가 완성된다.

 

위의 상황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 정부는 금()이 유출되고 외국으로부터 금 태환 압력을 받게 된다. 이를 막는 방법은 어리석지만, 금본위제를 이탈하는 것뿐이다. 이로써 법화는 금의 가치와 상관없는 불환화폐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시민의 금 소유를 금지하거나 불환화폐 사용을 강요함으로써 화폐로서의 금의 역할을 빼앗았다.

 

이런 불환화폐의 남발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최종붕괴 이전에도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국가 간 화폐의 평가절하는 국제 분업을 저해하고 환율전쟁을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은 고정환율제를 시행하였으나 이는 각국의 화폐 간의 그레셤효과와 무역을 국가가 통제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화폐는 모든 거래를 위한 수단이다. 만약 정부가 화폐를 지배하면 정부는 경제를 통제하기 위한 결정적인 지휘소를 이미 획득한 것이고, 완전한 사회주의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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