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2023년 상반기 결산; 암호화폐와 지정학적 상황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들.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노인이 되었을 때, 앞으로 몇 년간을 가장 극적이고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시기로 기억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이런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노인들은 1950년 전쟁, 중장년층은 IMF 사태일 것이다. 전자는 냉전의 지정학적 압력의 결과이고 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복합적 원인의 결과이다. 그리고 둘 다 한국에 국한되어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올 상황은 지정학과 복합적인 경제 상황 둘 다의 영향으로 시작될 것이고 그 파장은 전 세계적일 것이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자. 전쟁이 1년을 훌쩍 넘긴 요즘 이 뉴스는 귀찮고 성가신 잡음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전쟁 관련 뉴스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요즘, 실제 전쟁은 격화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서방은 전차를 지원하는 것을 놓고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현재는 서방의 전차가 실제 전장에서 작전 중이고 곧 F-16도 공여될 예정이다. 

작년부터 러시아는 사정거리가 300km가 넘는 ATACMS 미사일 공여를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영국은 사정거리가 500km에 육박하는 스톰 쉐도우 순항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여했고 이 미사일은 크림반도와 헤르손을 연결하는 다리를 공격하는데 사용되었다. 

러시아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 달 전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영토인 벨고로드는 서방 장비로 무장한 의용군이라고 주장하는 소규모 분견대의 게릴라 공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오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과 별도로, 전쟁은 점점 격화하며 서로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서방의 장비와 지원은 막대하다. 만약 이런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2주 이상 전쟁을 지속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 이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 특히 미국의 대리전이다. 그리고 이 대리전이 러시아를 한계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파열음이 터져 나온 게 이번 프리고진의 항명이다. 어설프게 봉합은 된 모양이지만 푸틴은 자존심의 상처를 크게 입었을 것이다.

이 전쟁의 더 심각한 문제는 전쟁을 종결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전쟁을 소모전으로 이끌어 피 한방을 안 흘리고 러시아의 출혈을 강요할 기회로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마도 푸틴이 굴욕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거나 푸틴이 아예 실각하는 것을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독재자는 자국과 상대국을 불바다로 만들지 않고 항복하는 법이 없고 푸틴이 실각한다고 보다 온건한 인물이 권력을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미국이 원하는 대로 되어도 문제다. 러시아가 여러 나라로 분열되거나 혼란스러운 내전 상태가 된다면 미국과 서방은 그 혼란과 힘의 공백 상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수천 개의 핵탄두의 확산을 관리할 능력도 없다. 그리고 그 힘의 공백을 따라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중동 코 앞까지 영향력이 확산할 것이다. 그 결과는 유라시아 대륙에 러시아보다 훨씬 호전적이고, 이질적인 초강대국이 등장이다. 이 모든 결과는 미국과 서방에게 자해행위다. The telegram을 작성한 조지 케넌이 예상한 '비극적 실수(tragic mistake)'다. 이보다 더 비극적일 순 없다.

내 생각에 크림반도나 러시아 본토에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군사 공격이 있거나, 러시아가 현 전선의 상황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거나, 러시아 내부에 심각한 분열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는 굴욕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보다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후 일어날 사태는 글로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현재 이런 상황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현 전선이 유지되며 전쟁이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도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몇 년이고 소모전이 계속되는 것뿐이다. 즉, 잔혹한 힘의 균형이 양 전쟁 진영이 지칠 때 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이제 중국 이야기나 대만 침공 이야기는 진부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음모론자 취급을 받던 것과 비교하면 세상의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은 피상적인 상황에 너무 쉽게 좌지우지된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중국 위협론이 팽배했는데 중국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리자 바로 중국 과대평가론이 나온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초강대국이 될 수 없고 미국과의 국력 차는 더 심해지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다. 이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진국도 아니면서 강대국인 것은 변함없다. 그 국가의 국력은 생산력과 기술, 국가의 통합성, 소프트파워 모든 면의 결합이며 이게 어떻게 변할지 지금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확실한 것은 영토의 규모, 사회적 통합, 인구, 생산력 면에서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위협적인 나라라는 점과 대만과의 정치적 통일을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정당성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중국이 어느 순간에 무력을 써서라도 대만과의 정치적 통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는 도구로 대만을 사용할수록 그런 위험은 커질 것이다.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앞으로 수년이 제일 위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요즘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만이 자발적으로 중국에 굴종을 선택할 가능성이다. 대만에 관하여 알면 알수록 이 나라가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나라의 정치적 독립은 그간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우선 대만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대만 수출의 42%는 중국과 홍콩이 차지한다. 

두 번째, 대만은 아직 근대 국가로서 국민이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어느 나라나 이런 면은 있을 수 있지만 대만의 정체성은 반으로 갈려있다. 대만인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만이라는 나라의 국민인가? 아니면 중국과 같은 민족을 이루는 중국인인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國民)이자 한민족(韓民族)일 수 있지만 대만의 경우 이 정체성이 민진당과 국민당의 각각 정치적 토대를 이루는 분열 지점이 된다. 전자라면 대만은 민족주의가 아닌 보편적 가치를 따르는 나라로 어느 시점에는 독립 국가가 되어야 한다. 후자라면 중국의 단일 민족 국가의 수립이라는 목표를 따라야 한다. 

셋째, 위 분열의 필연적인 결과로 대만은 국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미비하다. 미국에 필적하는 가상 적국을 앞에 두고도 대만은 2018년 사실상 징병제를 폐지하였다. 4개월의 군사 훈련만 받는 것이 전부다. 지금은 핀란드나 스웨덴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 안이한 태도다. 그리고 2018년 이전에도 복무 기간은 1년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1년의 복무 기간에도 주말에는 집에 갈 수 있고 휴가도 유연하게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대만의 병력은 15만 정도에 불과하다. 대만 영관급 이상 장교의 스파이 행위나 이적 행위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이 결과 군의 내부 기강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뻔하다. 대만 총통을 중국 공군과 깜짝 통화하게 하는 낯 뜨거운 실수는 어쩌다 나온 것이 아니다.

정말 국가의 정체성과 생존을 두고 강력한 적과 대결 중이라면 이런 병역 제도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냥 나라 지키는 시늉을 하고 있으면 미국이 어떻게 해 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거나, 나라가 서서히 중국에 흡수되는 것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 대만의 언론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당연히 2024년 총통 선거도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대만은 가만히 놔두면 중국에 흡수될, 분해 중인 나라다.

미국도 대만의 이런 면이 걱정되어 대만의 방어에 대만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중국이 상황을 오판(?)해서 당장 무력을 써서 통일을 이루려고 할 때, 대만군과 대만인이 일치단결하여 필사적으로 저항할지 의심스럽다.

말이 길어졌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대만 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하면, 미국이 쉽게 중국을 좌절시키기 힘들 뿐 아니라 잘못하면 심각하게 위신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미국 이야기다. 미국의 다음 대선의 대결은 치매 노인 Vs 돌아이의 대결이다. 점잖지 못한 비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바이든은 방송에서 공공연히 죽은 여왕을 찾고, 푸틴이 이라크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하고, 자주 쓰러지고, 허공에다 악수를 한다. 이 사람이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할 일관된 정신적 능력이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바이든은 정보기관과 상원의원에서 수십 년간 활동한 외교-정보 전문가다. 제정신이라면 이보다 더 대통령에 적합한 사람도 찾기 힘들다.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이 대통령 밑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고 선출되지도 않은 소수의 보좌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이 사람이 다음에도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 최초로 대통령이 임기 중 자연사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다음 대선의 사실상 유일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당선이 유력한 트럼프를 보자. 이 사람의 외교는 참사와 재앙 그 자체다. 이 사람의 일관된 의사결정 방식을 볼 때, 대통령이 된 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대단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에 상당한 양보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종결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NATO 동맹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배려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결과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상당히 훼손되거나 파탄 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배신당했다고 여길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쿠르드족을 이렇게 배신했다. 하지만 이번에 배신해야 할 상대는 유럽이라는 게 문제다. 마지막 남은 미국의 동맹을 배신하고 끝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생각을 못 한다는 점을 저번 임기 내내 일관성 있게 보여줬다.

당연히 트럼프는 전쟁을 해서라도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도 없을 것이고 이를 공공연히 밝힐 것이다. 북핵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동북아의 핵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불안을 키울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는 방위비 증액과 같은, 대단치 않지만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조치를 할 것이다. 

그 결과 동맹에 신뢰를 잃은 미국의 위신과 영향력은 크게 떨어진다. 한국, 일본은 물론 여러 나라가 핵무장을 하고, 국제적인 화약고에서는 예측 못 한 충돌이 빈발할 것이다. 

다음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난 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다음 미국 대선은 바이든 Vs 트럼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미국 대선은 반(反)트럼프 Vs 트럼프의 대결이다. 지금 상황에서 반(反)트럼프는 판단력이 심하게 의심되는 노인이다. 반(反)트럼프 진영을 결집하기에 매력이 너무 떨어진다.

게다가 온갖 마타도어와 공격에도 트럼프의 지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미국 리버럴의 일반 상식과 유리된 방식에 대한 미국인의 반발심일 것이다. 이게 미국 사회에 미칠 거대한 분열과 고통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자기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의 대가를 받는 것일 뿐이다. 다만 미국의 급발진에 의한 우리의 피해가 걱정될 뿐이다.


이제부터 미국이 치러야 할 대가의 원인은 미국의 번영이 전 세계에 걸친 군사적 우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제 질서를 적극적으로 재편한 결과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다. 국제법, 자유무역과 보편적 가치, 달러기반국제결제시스템, 특허법 모두 미국의 군사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군사적 우위가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은 지금 주요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국제질서의 유지마저 내팽개친다면 그 대가는 적지 않을 것이다.

긴 이야기를 했다. 내 생각에 지금의 지정학적 위기의 원인은 알고 보면 미국의 약화와 미국의 오판 때문이다. 러시아를 너무 궁지에 몰거나 중국을 만만한 생산기지로 본 것과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미국은 몇 년 내에 가장 거대한 오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 단추는 아마 트럼프가 누를 것이다. 마치 천천히 물이 새는 배의 선장이 배는 고치지 않고 자폭 스위치를 누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 결과로 나타날 것 중 내가 관심 있는 것은 통화 시스템의 변화이다.


미국의 약화는 달러의 약화와 기존 달러 기반 국제결제 시스템의 약화를 의미한다. 이제 이 시스템이 되돌릴 수 없도록 약화할 것이다.

난 미국-서구 문명이 만들어 낸 현 체제에 큰 불만이 없다. 서양 문명의 근본은 무력을 독점한 통치자나 구원을 약속하며 뭐가 옳은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제의 전문가(성직자)가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을 일으킨 생산자들에 의해 무력화된 세계다. 때문에 지금 우리는 왕이나 귀족의 지배를 받지 않고, 바보 같은 소리를 하며 천국을 파는 자들을 비웃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명은 인류 역사상 단 한번 일어났다.

민주주의는 이런 생산자의 지배 이데올로기이다. 자본주의는 이런 생산자의 시스템이다. 대부분 전자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당연한 가치로, 후자는 남에 탓할 때 쓰는 사회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현실 인식이 왜곡된 결과다. 정확히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낳았다. 그리고 지금 한국을 비롯한 서구 문명에서 망가지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다. 

내가 현재 서구 문명이 만든 시스템에서 극혐하는 것은 명목화폐와 이를 기초로 돌아가는 달러 기반 국제결제 시스템이다. 명목화폐는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냥 타락한, 혹은 타락 중인 화폐를 예쁘게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 똥을 장미라고 부른다고 해도 그 냄새가 사라지는 게 아닌 것처럼 권력자의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화폐의 부작용과 최종적인 운명은 인류 역사에서 달라진 적이 없다. 명목화폐는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다.

이 시스템으로 국가는 국민을 갈취하고, 미국은 세계를 갈취한다. 이를 학술적인 말로 예쁘게 꾸미거나,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자본주의와 이런 부패한 화폐 제도를 동일시하기도 한다. 절대 아니다. 자본주의의 우아함은 각 경제 주체들이 자유의지에 따라 시장에서 비인격적인 거래를 한다는 할 때 나타나는 엄청난 효율성이다. 내가 공장에서 나사를 만들 때, 이 나사를 살 사람의 인종이나 국가, 성별, 종교, 성품은 신경 쓰지 않는다. 돈만 지불한다면... 이게 시장에서의 비인격적인 거래다. 이런 거래가 가능하려면 시장을 자의로 왜곡하는 권력자가 없어야 하고, 거래 수단인 화폐가 이런 권력자에 의해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본주의는 천천히 멈춘다. 정확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게 현재 자본주의 위기의 본질이고 이 위기를 유발하는 것이 권력자가 무한히 돈을 찍어낼 수 있는 현재 명목화폐 제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현재 화폐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최근 인플레이션을 보자.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과자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위협을 기업에 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 인하를 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부가 화폐를 너무 많이 풀었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소비자가 알아챌 정도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 사건의 본질이며 이 현상은 전 세계적인 것이다. 기업을 탓하는 것으로 정부는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만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에 올리는 것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지금 사태는 세상을 멈추게 한 코로나 사태와 이후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공급망 단절, 각국의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로 명목화폐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는 소리다. 

이런 명목화폐의 치료제가 암호화폐라는 점은 수년간 내가 말해왔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이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게 되는 사건, 혹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르헨티나는 1년 동안 95%에 육박하는 물가 상승을 기록했다. 아마 실제는 더 심할 것이다. 1990년에는 1,340%를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하니 이 나라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안 봐도 뻔하다. 이 나라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치고 있어도 개인은 상당량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자국 화폐를 가치 저장 수단으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이유이다. 만약 달러도 가치 저장이 안 된다는 현실을 알게 되면 아르헨티나 국민은 뭘로 가치 저장을 하려할까? 

어떻게 할 지 나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담배, 술, 휴지, 세제... 기타 뭔가 규격화되고 범용적으로 쓰이는 상품이 일상적인 거래에서 화폐 역할을 할 것이고, 금, 은과 같은 귀금속은 큰 거래의 화폐의 역할을 다시 하게 된다. 실제로 자국의 명목화폐가 최소한의 화폐 역할을 못 하는데, 외환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곳에서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명목화폐의 문제점이 확실히 드러나려면 마지막 기댈 수 있는 명목화폐도 문제가 있다는 게 명확해져야 한다.

위 비유의 요지는 최종적으로 기댈 수 있는 명목화폐의 타락, 혹은 이 화폐로 돌아가는 국제 결제 시스템의 약화가 명목화폐에 마지막 일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나타날 화폐 시스템은 뭐가 될지는 몰라도 국가가 독점하는 명목화폐는 아닐 것이다. 국제적으로 간편하게 통용될 수 있고, 화폐 타락에 저항할 수 있는 화폐는 사실 암호화폐, 그중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유력한 암호화폐뿐이다. 결정적으로 화폐 타락기에 가치가 유지되거나 높아지는 것이 보이면 암호화폐의 위상은 높아지고 결정적으로 유력한 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다.


어차피 명목화폐는 천천히 물이 새는 배다. 천천히 새는 물은 명목화폐의 필연적 결함과 약화하는 미국 패권이다. 이 배는 가만히 둬도 언젠가는 침몰한다. 이 침몰의 시기를 앞당긴 것이 1년 전에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표시 자산을 압수한 결정이다. 물 새는 배에 큰 구멍을 추가한 미련한 행동이다. 배가 가라앉을 시간을 비약적으로 앞당겼다. 

마지막으로 배의 자폭 스위치는 변수가 없는 한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될 트럼프가 누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서 깊은 고립주의 노선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동맹으로부터도 고립과 배신감을 초래할 트럼프식 외교-안보 노선 말이다.

안타깝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낡은 시스템이 붕괴한 곳에 나타난다. 그리고 대부분 붕괴가 아름답지는 않다. 앞으로 수 년, 세상이 흔들리고 안전한 것이 없다는 불안과 좌절 안에서 새로운 화폐시스템, 그리고 이 시스템이 만들어갈 인류의 비약적 발전이 나타날 것이다.


지정학적+경제적 혼란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긴 힘들다. 다만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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