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할까? - 3편

 



(세상비평)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할까? - 1편

(세상비평)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할까? - 2편


두 달 전에 쓴 글에 3편을 덧붙이는 이유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의 국제 전략에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2023 NATO 정상회의에서 장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한 것, 그리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확실해진 것, 그리고 나토의 확장판 격인 AP4(asia pacific 4) 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이다. 

이 함의는 우크라이나의 종전과 전후 평화는 더욱 어려워 졌다는 점, NATO가 또 다시 확장되었다는 점, 미국이 범 서구권 군사동맹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려 한다는 점이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이런 움직임이 우리에게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1.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역을 러시아에 의해 통제되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합병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2. 우크라이나는 중립화하거나 비무장화하여 나토와 러시아의 완충지로 남긴다. 

우크라이나에 비정한 내용이지만 이를 미국과 서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러-우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며칠 전 나토 정상회의는 이런 가능성을 일축하고 이 전쟁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이 결정이 2008년 나토 정상회의와 비슷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결과란 미래에 확실한 갈등을 예약하는 것이다.

2008년 아들 부시 대통령과 서방 지도자들은 장래에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지금의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이 결정은 러시아를 자극했던 나토와 서방의 동진의 마지막 선을 넘는 것이었다. 이 결정 이후, 바로 그 해에 그루지아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고, 우크라이나는 나라가 반으로 쪼개지는 내전의 씨가 뿌려졌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의 씨는 2008년에 뿌려진 것이다.

러시아는 잔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걸 고집하는 한 종전은 먼 이야기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이걸 국가 존망이 걸린 일로 보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했다고 치자. 복수심에 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도발하여 국지적 충돌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토 전부가 개입하는 3차 세계대전이라도 시작할 것인가? 이렇듯 당장의 전쟁을 끝낼 길도 막고 장래에 위험한 불씨를 뿌리는 근시안적인 결정이 서구에 의해 또다시 내려졌다. 자기의 힘의 현실적인 한계를 망각한 자기애적이고 근시안적인 결정은 서구인의 고질적인 정신질환에 가깝다.


혹시 러시아가 약화되어 붕괴와 같은 결정적 사건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징후가 있어서 이런 비타협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인가? 아니다. 이 전쟁에는 서구 편향의 한국 뉴스가 알리지 않는 명백한 사실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이미 돈좌되어 소모전으로 변질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물자와 장비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술적 능력 부족, 화력과 제공권 장악 불가, 인적자원의 질적 양적 저하, 경직된 의사 결정 체제와 관료제, 생각보다 강고한 러시아의 저항,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이다. 즉, 근시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전쟁의 향방이 바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폴란드에서 서방이 훈련한 수 개의 여단은 이미 소모되었거나 소모 중이다. 이번 공세가 성과를 못 내면 사실상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공세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없어진다. 이 공세 이후 우크라이나는 반대로 참호를 길게 파고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푸틴이 실각하거나 전쟁을 계속 수행할 리더십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서방의 오래된 주문(呪文)에 가깝다. 프리고진의 항명은 분노조절을 못 하는 인물이 일으킨 난동에 가까웠고, 푸틴의 자존심에는 상처가 되었을지 몰라도 실제 리더십이 무너졌다는 징후는 없다. 그리고 푸틴에 대한 오히려 대중의 지지는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정치-경제적인 타격 없이 이 전쟁을 한참 동안 끌고 갈 여력이 있다. 미국과 서구의 지도자가 교체되고 대중이 이 전쟁에 염증을 느낄 때까지 말이다. 이번 선언은 향후 종전을 복잡하고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전후 관리에 나토 전체를 전쟁이 끌어들일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 하는 행동으로 볼 때, 미국과 서구의 리더십에 현실적이고 냉철한 상황판단과 예측을 기대하기 힘들다. 마치 무능한 관료제와 무기력한 조별 과제에 고통받는 스머프 들을 보는듯 하다.


위 우크라이나 이야기는 전 세계적인 핵전쟁으로 비화하기 전까지는 그들 이야기다. 바보같은 결정으로 고통받는 것도 그들 행동의 결과다. 다만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판 나토를 만들고 이를 나토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무기력하게 끌려간다면 이제 나토 문제가 우리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을 뺀 나머지 나토 국가는 모두 국제적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 리더십과 능력을 한참 전에 잃었다. 목소리만 높고 실제 자신을 지키는 일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지 1년 6개월이 다 되었는데 자국 방위산업을 돌려 붕괴된 군사력을 재건하기는 커녕 우크라이나에 사용될 포탄을 증산하는 것 조차 하지 못했다. NATO라는 군사협력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공동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확실하다. 동북아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 NATO가 군사적으로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해도 우크라이나까지 방문할 이유는 없었다. 나토와는 적당히 친구인척 하는 것은 몰라도 그들이 한국을 포함해 AP4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시동을 거는 가스라이팅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나토의 주적은 러시아다. 태평양판 나토(AP4)의 주적은 누구인가? 중국이다. 러시아보다 훨씬 강력하고 위협적인 나라다.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군사적으로 좌절시키길 원한다. 아마 대만에서 이런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듯하다. 문제는 미국이 단독으로 중국을 저지할 군사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직접적인 참전과 한국의 간접적인 군수지원이 있어야 그나마 군사적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즉,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말(馬)이 포함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만약 근 시일 내에 대만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뉴질랜드가 군사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 나라에는 사람보다 양이 많다. 제대로 된 산업기반도 없다. 뉴질랜드보다는 크고 캥거루가 있는 나라가 호주다. 둘 다 중국을 견제하는데 군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이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나 군사력으로나 들러리에 불과하다. 결국 중국을 군사적으로 좌절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에 한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라는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이야기다. 


대만은 이미 정신적으로 무력화된 나라다. 대만의 일반적인 인식은, 양안전쟁이 발발하면 미국과 일본, 심지어 한국의 군사적 도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실제 분쟁 발생시 일본이 적극적으로 도울지조차 확실치 않다. 한국은 안보 환경과 국민 정서로 볼 때 대만에 파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꼭 피를 흘려야 한다면 직접 참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미국에 군수지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주한미군 전력이 한반도에서 직접 출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대만에 파견되는 것을 묵인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을 강력히 지지하여 여 중국 목을 겨눈 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한국은 그 대가를 철저하게 받아내야 한다. 예기치 않게 전쟁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핵심 동맹에 미국은 확실한 양보를 해야 한다. 그 양보란 한국의 핵 능력 확보를 묵인하고, 우리가 필요한 최첨단 군사기술을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자체적인 군사력이 향상되도록 돕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스스로 정한 핵 비확산 원칙을 져버리고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핵잠수함의 판매는 물론 기술을 일부 제공하는 것도 완강하게 거부했다. 북핵에 실존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에 핵 무장을 못하도록 재갈을 물린 것은 미국과 서방이 정한 핵 비확산 체제이다. 윤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에 갖가지 선물은 안겨줬지만 우리가 실제로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한국의 외교는 내 생각에 호구짓에 가깝다.

우리는 나토를 지지하면서 사실상 상당량의 탄약을 공급했으며, 우리의 실존적 해결책인 핵무장을 포기했고,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얻은 게 뭔가? 미국과 서구로부터 받은 게 뭔가?


혹자는 지금 한국의 상황이 서구의 편을 확실히 들수 밖에 없으며 소극적이고 중립적인 행동은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적당히 묻어가기에는 우리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렸다. 게다가 우리가 스위스도 아닌데 지정학이 충돌하는 최전선에서 중립을 어떻게 지키겠는가. 다만 서구의 편에 서는 것과 서구에 무력하게 끌려다니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다.

내 생각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 나온 내용, 지금 나토 회의에 참여하고 우크라이나에 방문하는 것,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빠꾸 없는 발언과 태도는 한국의 이익에 최우선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예전에 미국의 편에 확실히 섰다. 이걸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정학적 최전선의 나름 강력한 국가로서 우리가 얻은게 너무 없다는 말이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를 보자. 이 사람의 좌충우돌의 기행은 별도로 하고, 이번 나토 정상 회의의 주인공은 이 사람이다. 에르도안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대가로 스웨덴의 터키의 EU 가입 지지를 이끌어냈다. 러시아와 확실히 척지는 대가로 F-16을 미국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 아마 전에 일시 중지되었던 F-35의 인도도 아마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천적이던 그리스와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터키는 이번 회의에서 터키의 EU 가입의 지지를 받았고, 핵심 군사력을 보강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리스와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모두 러시아를 손절하고 미국에 편에 확실히 서면서 얻은 성과다. 

 

결론은 이렇다. 미국은 동북아판 NATO를 만들려 한다. 그리고 이를 NATO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인 군사동맹을 만들려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도전자를 좌절시키고 다시 한번 전 세계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표다. 그 의도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분명해졌다. 

그러나 이 의도가 문제 없이 실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와 맞서기에도 유럽의 동맹은 너무 무능하고 분열되어 있다. 중국과의 충돌에서 이들 유럽의 동맹이 미국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국 정도가 하나 남은 항모전단을 꾸역꾸역 파견하는 정도일 것이다. 만약 미국이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그 대가는 확실히 치뤄야 한다.


이쯤에서 다 알지만 입밖에 내지 않는 진실을 이야기해 보자. 미국은 왜 호주에는 프랑스와의 극한의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핵 잠수함을 선물해 주면서 우리에게는 그렇게 야박하게 구는가? 미국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도 한국이 호주보다 훨씬 높은데 말이다. 

바로 문화와 인종이다. 호주는 영어를 사용하는 앵글로-색슨계 국가이고 한국과 일본은 아니다.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가 아닌 나라는 미국의 진정한 동맹이 될 수 없다. 그 외에 모든 동맹은 강력할 수는 있어도 모두 유동적이다. 한때 미국 재야는 한국을 '멀어져가는 동맹'으로 평가했다. 일본도 1,990대까지는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국가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독일의 기술과 자본, 러시아의 에너지의 결합을 기를 쓰고 파괴했다. 

모든 지정학적 게임이 그렇듯, 미국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divide & rule 원칙을 쓰고 있다. 그 목적은 당연히 미국 패권의 영속화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태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게임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서 가치 없는 졸처럼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그럴 힘이 있냐고? 내 생각이 분명히 한국은 자국의 최소한의 안전과 이익을 관철할 힘이 있다. 에르도안의 터키가 지중해에서 누리는 지정학적 가치 못지않게 한국이 동북아에서 갖는 지정학적 가치는 높다. 우리의 외교 정책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에 대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거의 돌아이 취급을 받던 에르도안도 하는 것을 우리가 왜 못하는지 난 이유를 모르겠다.


이제 우리의 외교는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어야 한다. 한국은 유럽 스머프들의 인정이 필요 없다. 따라서 유럽 국가들의 관심사와 의제설정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최우선으로, 가능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북한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민족애 같은 말 같지 않은 가치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북한이 두려움과 고립에서 일으킬지 모르는 오판을 막기 위해서다.

난 윤 대통령의 국내 정책에 불만이 없다. 다만 외교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자국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손바닥 뒤집히듯 바뀔지 모르는 미국의 약속만 믿고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서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러시아와 아무 이득 없이 각을 세웠다. 우크라이나에 방문하여 젤렌스키에 훈계나 듣는 멍청한 서구 지도자들의 한 명이 될 필요도 없었다.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이 보이지도 않는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한국의 외교 전략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한국이 미국은 아니지 않는가. 

앞으로 수 년은 지금 살아있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이 기간에 한국 리더십의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힘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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