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5년 전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 한다. 그것도 상징적인 의미의 핵 보유가 아니라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수백 발 이상의 핵탄두와 SLBM 탑재 원자력 잠수함,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기타 다양한 투발 수단도 가져야 한다."
5년 전이었다면 이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헛소리이자 전쟁광이나 하는 말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핵 보유는 점점 지지받고 있다. 대략 60% 정도는 한국의 핵 보유에 찬성한다. 다만 국제적 제제를 감수하고라도 핵 보유를 하자는 견해는 아직 다수는 아니다.
이전 글에서 서구 선진국이 "사회적 가축화"를 조금이나마 되돌려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성을 회복한다는 것은 세계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곳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몽상적 가치관이나 이념이 아니라 그 생존을 위해 뭔가를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를 되찾는 것이다.
우리는 서구라 불리는, 사방에서 공격받는 허약한 양 떼에 포함되어 있다. 서구적 가치아래 고도의 산업화를 이룬 필연적인 결과다. 서구가 미국을 위시해 압도적인 생산성 향상과 진보를 이루는 동안 우리도 덩달아 성장했다. 유럽이 자기 X도 못 닦는 환자가 되고, 미국이 국내외적으로 허약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도 점점 안개가 짙게 깔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포함한 독자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길 외에 한국 안보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 동맹에 기반한 집단 안보가 오히려 점점 비현실적이 돼가고 있다.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이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하다는 비판에는 두 가지 논리가 있다.
첫째, 미국과의 군사-안보동맹과 핵우산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비판은 한 단어로 할 수 있다.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미국과 중국이 직접 충돌하고 있는 대만의 방어마저 "공짜로는 해주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미국이 동맹국의 지지와 유대를 유지할 가능성은 없다. 트럼프는 대한민국을 도박판의 판돈처럼 사용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이자가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핵우산이라는 개념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핵 보복을 대신해 주겠다는 뜻이다. 선제적인 핵 공격 능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공격으로 한국이라는 국가 존립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적에게 우리를 너무 몰아세우면 핵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줘야 유지되는 평화도 있다.
또한 핵우산은 보복의 기준선과 규모를 우리가 정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을 대량의 인명 살상이 아니라 EMP 발생 용도로 고고도에서 폭파했다고 하자. 아니면 핵폭탄 대신 대량의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치자. 이런 일이 미국에 일어났다면 미국은 반드시 핵 보복을 한다. 만약 한반도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핵 보복을 해주리라는 확신이 있나?
국가의 기본 기능인 안보를 남에게 의지했을 때 감내해야 할 비용이 분명히 있다. 예전에는 그 비용이 대단치 않았지만,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둘째는 우리가 핵을 개발하면 전 세계에서 고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아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교역규모 세계 6위의 나라, 여러 첨단 상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나라를 한없이 제재할 수 없다.
특히 경제 제재는 미국과 서구에서 나올 것이다. 이들과 한국 경제는 상호 의존적이다. 한국이 고통받으면 이들도 고통받는다. 게다가 이들도 한국 규모의 나라를 중국이나 비서구 측으로 돌아서도록 몰아세우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여러 면을 고려할 때, 미국과 서구의 제재는 상징적이고 형식적일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상호확증파괴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보다 더 뛰어난 투발 수단을 개발하고, 매년 핵무기를 추가하고 있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일본을 보자. 일본은 자체적으로 핵 재처리를 할 수 있다. 일본에 대략 6,000~10,000개를 만들 수 있을 만한 플루토늄이 있다. 일본 수준의 국가가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리고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안보 위협을 겪을 것이다. 호전적인 중국과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데 미국이 일본의 안보를 판돈처럼 쓰려하는 상황 말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은 반드시 핵무장을 한다. 그것도 위에 내가 말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말이다. 대략 2-3개월이면 일본이 신뢰성 높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도 단기간에 핵무장을 할 수 있다. 우리 핵무장의 최대 걸림돌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핵물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우라늄 획득과 핵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확보다. 임계 하 핵실험으로 신뢰성 높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 핵실험도 불필요하다. 다양한 투발 수단은 이미 만들어졌다. 다양한 탄도탄, 순항미사일을 현재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단 시일안에 신뢰성 높은 ICBM도 만들 수 있다.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을 보라. 핵 투발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면 왜 귀찮게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했을까? 대한민국 일각에서는 핵무장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해 핵무기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투발 수단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들과 평화적으로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것과는 별도로 국가 방어를 위해 핵무장을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가축적인 사고다. 3축체계니 뭐니 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사전에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다. 이게 거짓말인 것은 말하는 사람도 안다. 북한이 작정하고 핵무기를 사용하면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잠시 집어보자.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이유와 제한으로 가자지구 진입을 지연하고 있다. 이는 상황을 더 위험하고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수두룩하지만, 그 방아쇠는 세르비아에서 일어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의 암살이다. 당시 기준으로 국제사회에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전쟁사학자인 존 키건은 당시 오스트리아가 즉각 세르비아를 침공하여 보복했다면 러시아와 프랑스, 영국은 이를 묵인했을 것으로 봤다. 이 사건은 국지전으로 끝났을 것이고 세르비아가 초토화되는 수준에서 상황이 종료됐을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이 시간 동안 사건의 충격은 희미해지고, 러시아도 범슬라브주의를 내세워 전쟁에 개입할 정신적-물리적 시간을 가졌다. 충격적인 사건의 충격이 진정되며 복잡한 동맹 관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정렬할 시간이 생겼다. 즉, 오스트리아의 망설임은 국지전이 될 전쟁을 더 복잡하고 거대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만약 사건 발생 후 1주일 안에 가자에 진입했다면 이를 대놓고 반대할 여론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지금 쟁점은 이스라엘이 보복할 권리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옮겨졌다. 아랍의 여론은 들끓고 있고, 서구의 여론도 이스라엘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하마스는 더 확실히 방어를 준비했을 것이고, 헤즈볼라와 이란도 더 냉정히 계산하여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에 개입할 여유가 생겼다. 이는 상황을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일부 조잡한 테러 공격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의사 결정을 할 능력도 없다는 게 밝혀졌다. 이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는 국제 여론의 방관자적 참견과 강대국의 압박을 이기고 냉정하고 확실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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