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급작스럽게 발생한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규모와 계획성, 잔혹성 면에서 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건이 일어난 후 급히 그 내용과 파장에 대해 글을 썼다. 요약하자면 이 배후에 이란이 있으며, 그 목적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고려대 성일광 교수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도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다. 이 글은 이 사건의 진행과 주요 관전 요소에 대한 글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헤즈볼라의 참전이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무장단체로, 규모와 무장 수준 면에서 하마스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상징적인 예를 들자면, 헤즈볼라는 조잡한 로켓이 아니라 스커드 미사일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 이란의 지원으로 훈련과 장비 수준도 일국의 정규군 수준이다. 그 결과 사실상 레바논을 장악하고 있고, 시리아 반군 점령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폭격하는 이유도 헤즈볼라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현재 헤즈볼라는 몸을 사리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의 공격을 했지만, 아직 어떻게 할지 갈피를 잡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 확실하다. 예비군을 30만이나 소집한 이유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확실히 제압하고 철군할 때까지 이전 예를 보면 최소한 두 달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서로를 자극할 만한 여러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어떤 시점에서 헤즈볼라의 본격적인 참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참전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란이 더 이상의 확전을 부담스러워할 때뿐이다. 그러나 전쟁은 항상 전장의 안개를 동반한다. 당사자의 의도와 다른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대체로 이런 일은 안 좋은 방향으로 일어난다. 헤즈볼라가 본격적으로 분쟁에 개입하게 된다면, 이스라엘은 양쪽에서 양면 전쟁을 치뤄야할 뿐 아니라,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레바논과 시리아를 공습해야 한다. 레바논의 경우는 제한적이나마 지상 작전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규 국가에 대한 큰 규모의 개입은 미국의 물적-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를 더욱 분열시키고, 분쟁을 더 심각하고 오래 끌게 만들고,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예상할 수 있듯, 미국이 주도한 이스라엘-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는 중단될 듯 하다. 당분간 이스라엘과 걸프국가 사이의 분위기도 경색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관계가 국가 사이의 전쟁을 불사했던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문제지만, 이번 사태가 충분히 냉각되면 관계는 다시 완화의 길로 갈 것이다. 이것이 이스라엘-미국-걸프국가 모두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이득을 얻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걸프국가 사이 관계가 정상화하는 것은 이란에 참기 힘든 일이다. 만약 이런 흐름에서 사우디와 미국이 한-미동맹 수준의 군사 동맹을 맺는다면 이란은 국가 존립에 위협을 받는다. 이 모든 상황이 이번 충돌로 중지되었다.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라는 강력한 정황이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서 막대한 장비와 물자를 확보하고, 작전을 수립하고, 만 명 단위의 대원을 훈련하고, 이 모든 과정을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이스라엘이 모르게 해냈다. 이스라엘이 방심한 것과는 별도로, 모든 과정을 비밀리에 세심하게 계획하고 실행한 것은 하마스의 능력 밖이며 그동안 하마스의 행동 방식(MO)도 아니다. 이란은 이번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했다고 확신한다.
러시아도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 미국의 계획이 망가지고, 서방과 아랍 국가 사이가 벌어지고, 유가가 오르고, 서방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서 분산되는 것 모두 러시아의 이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對)중동-중국 포위 전략의 큰 축이 훼손되었다는 점에서 중국도 반사 이익을 얻었다. 정말 최근에 미국에 잘 되는 일이 없다.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를 포함해 가자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는 이번에 궤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활동 영역이 가자지구, 그리고 서안지구 일부로 협소하고, 전력이 그다지 대단치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 똑같은 이름으로 재건 되었다고 선언할지라도, 이전과 같은 조직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예 가자지구를 합병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이는 비현실적이다. 아랍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 다수의 적대적인 팔레스타인인을 직접 관리하는 것의 비효율성과 위험성을 볼 때, 가자지구를 철저히 파괴하고, 잔존 무장세력을 궤멸시키는 선에서 이전과 같은 봉쇄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반 시설이 철저히 파괴되고, 대량의 피해자가 나온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이 개선될 리 없고, 다시 무장 조직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이들 무장 조직을 재건할 동기가 있는 이란과 같은 강력한 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음번 비극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를 장기간에 걸쳐 합병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말로 꺼내지 않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정착촌을 늘리고, 이 주변 팔레스타인 사람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여 외국으로 이주하거나, 더 좁은 게토로 몰아넣는 방식이다. 대단히 비인간적이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에 비하면 인도적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자국 영토로 통합하거나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동화할 생각이 없다. 그냥 동화되지 않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좁은 영토에 몰아넣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의존하게 해 놓고, 정기적으로 불만 세력을 솎아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출산율이 떨어져서 인구가 줄어들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는 무리다. 최소한 가자지역만이라도 독립 국가를 세워주고 긴 호흡으로 공존을 모색하지 않는 한, 평화는 무리다.
시간은 이스라엘 편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핵확산은 일어난다. 이란은 지금도 핵 문턱 국가다. 사우디, UAE, 이집트, 튀르키예 모두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핵무기에 의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이점은 오래갈 수 없다. 중동 국가들 또한 50년 그들이 아니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이스라엘은 마지막 욤 키푸르 전쟁에서도 이들을 정말 간신히 이겼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비이성적일 정도로 강력한 유대를 갖는 것과는 별도로, 쇠약해지며 고립주의로 가는 미국은 언제까지 이스라엘에 힘이 돼줄지 모른다. 이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국내외 문제가 이를 막고 있다. 국내 문제는 점점 심해지는 이스라엘의 극우정책과 정치적 양극화다. 국외 문제는 이란의 존재다. 둘 다 쉽게 해결되기 쉽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 세계에서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취약한 세계 경제에 안 좋다. 세상이 서로 의지하며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희망은 점점 깨져 나가고 있다. 종교, 문화, 체제, 이해관계에 따라 균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큰 지진이 오기 전에 나타나는 징조처럼 불길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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