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발발, 중동 전세에 미칠 영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충돌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충돌은 이전의 어떤 충돌과 다르다. 

이번 충돌은 어떤 사건이 원인이 되어 우발적으로 충돌하고, 이게 서서히 격화되는 이전의 양상이 아니라 하마스가 전략적으로 시기를 정하여 계획적으로 기습을 가한 것이다. 그 규모 면에서 최근 본 충돌을 훨씬 뛰어넘는다. 전쟁이라 부를만 하다. 

아직 전말이 정확히 알려지고 있지는 않지만 트위터나 텔레그램을 통해 알려진 정보, 정규 언론의 보도, 양측의 발표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이 불시의 일격을 받았다고 볼만 하다. 이 정도 규모로 이 시기에 도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방공망을 압도하는 규모로 전례 없는 규모로 로켓을 발사하여 이스라엘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아이언돔으로 알려진 효과적인 방공망으로 그동안 미미한 피해만 보던 이스라엘은 이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하마스 전투원들이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이용해 가자지구 근처 이스라엘의 도시와 군사기지에 기습을 가하고 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대담함이다. 실제 제압된 군사기지에서 전멸한 이스라엘군, 노획된 이스라엘 장비, 불타는 메르카바 전차의 영상이 공개된 상태다. 이스라엘 장성을 포함해 다수의 포로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더 끔찍한 것은 하마스 전투원이 도시에 진입하여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과 납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전투라고 부를 수는 없다.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이는 명백한 테러다. 

최신 정보에 의하면 이스라엘측 사망자만 100명이 넘고, 부상자는 800명 이상이라고 한다. 며칠 내에 정확한 규모 파악되면, 이스라엘의 피해는 이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미 말했듯, 이번 공격은 우발적인 사건이 투석전 같은 사소한 충돌로 비화고 여기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가담하여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 아니다. 누군가가 면밀히 계획하고 조율한 것이다. 이 계획자가 이란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하마스가 이란에 강한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전과 같이 활동을 지원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이번 공격은 이란이 시기와 수단, 계획에 깊숙하게 개입했다고 본다.

그 목표는 미국이 주도하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와 밀착을 방해하고 이스라엘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번 공격 결과로 봤을 때,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가 파탄난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진척되었던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의 사이도 경색이 불가피하다. 전쟁은 결국 관련국의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아랍계 국가가 팔레스타인 대신 이스라엘 편을 들 리는 없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게 성사된다면 그 파장은 대단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고립에서 벗어나고, 사우디는 주변에 적이 없는 상태가 되며,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고,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인도와 UAE, 사우디, 이스라엘을 거쳐 유럽을 연결하겠다는 IMEC을 완성할 토대를 얻는다. 사우디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 동맹에 준하는 군사동맹을 사우디와 맺는 것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사우디를 설득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사우디에 핵농축을 지원할 것이라는 풍문도 있었다. 사우디를 이란 수준의 핵 문턱 국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우디를 설득하기 위해 정말 필사적이었다. 만약 이게 현실화 되면 이란은 완전히 고립될 뿐 아니라 핵을 가진 이스라엘, 미국의 군사동맹이 된 사우디에 포위된다. 

수교 문제가 아니더라도 최근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 사이에는 화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미 UAE와 관계를 정상화했다. 바레인, 모로코, 수단.. 이런 식으로 이스라엘이 주변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 만으로도 이란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우선 이스라엘은 이번 충돌로 실질적 피해 못지않게,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하마스가 테러 단체 수준을 넘어, 이스라엘에 조직적인 공격을 가해 수천 명 수준의 피해를  수 있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극우 네타냐후 정부는 그들만의 공세적이고 비타협적인 팔레스타인 정책을 고수할 힘을 얻었다. 이에 따라 중동판 데탕트도 당분간 경색될 수밖에 없다. 더 염려되는 것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할 것이 확실한데, 이게 예측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우디도 의문의 패배자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대가로 얻으려 했던 여러 양보와 혜택이 물거품 되었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충분히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중동이 언제든 분쟁이 격화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사우디의 정상 국가화 전략도 지장을 받을 것이다.

미국도 이제 선명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미국이 구상하는 중동 정책은 모두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란은 이번 분쟁에서 큰 이익을 얻을 걸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예측할 수 없는 해코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번 사건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없이 중동의 평화가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은 더욱 복잡하고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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