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Bitcoin Maximalist 입장에서 본 오늘의 세상 - 2023년 11월

 



1.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밀레이가 당선됐다.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대체로 한국 언론은 밀레이를 미치광이로 묘사한다. 그의 공약이 일반인의 관념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념은 고전적 자유주의다. 보편적 인간의 본성을 침해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선택권과 자유를 강조한다. 

예를 들면, 밀레이는 LGBT의 특별한 권리는 인정하지 않되 이들의 행동에 도덕적-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여가부를 비롯해 여러 정부 기관을 폐지하려 한다. 정부 복지를 삭감하고, 공공의료와 공교육도 축소하려 한다. 달러를 자국 화폐로 사용하고 중앙은행을 폐지하려 하기도 한다. 듣기에 말도 안 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정확히 아르헨티나의 고질병에 대한 치료법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시카고학파, 미제스의 오스트리아학파도 아르헨티나의 망국적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똑같은 해결책을 말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정부와 국민의 도덕적 해이다.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는 도구로 정부 기관과 투표권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주기적으로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초인플레이션은 정부의 채무면제다. 정부의 채무를 주기적으로 면제받지 않으면 정부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주기적인 초인플레이션을 방관하거나 조장한다. 정부는 왜 주기적으로 감당 못 할 채무를 지는가? 비대한 정부기관을 운영하고, 유권자에 달콤한 떡밥을 던져 매수하고, 정부를 지지할 주변 조직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진정한 피해자는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생산하려고 하는 정직한 생산자다.

이런 사회에서 해결책은 불법 총기를 압수하듯 세금 먹는 하마에 가까운 정부 기관을 폐쇄하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중앙은행도 폐쇄하고, 개인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조장하는 조치를 통해 개인이 남을 착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 핵심은 정부 기관이 화폐를 통제할 권한을 빼앗는 것이다. 이 점을 유심히 봐야 한다.

트럼프와 같이 시대를 잘 만난 인기영합주의자와 밀레이를 묶어 이 사람을 깎아내리려면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밀레이는 경제학 박사로 21년 이상을 거시경제학 교수로 일했다.  HSBC에서 수석 경제고문으로 일한 적도 있으며, 국제상업회의소의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B20 및 세계경제포럼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학을 이해 못 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그의 정책은 대중이 듣기에 달콤한 부분만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밀레이가 정말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달러를 공용화폐로 사용하여 아르헨티나 경제가 안정된다면, 그동안 화폐의 부패가 얼마나 사회와 경제를 병들게 해 왔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된다. 달러가 좋은 화폐라는 게 아니다. 아르헨티나 페소에 비하면 선녀라는 말이다. 이러한 명목화폐의 부패는 속도만 다를 뿐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이다. 

  • 우리나라도 물가 상승에 고통받고 있다. 정확히는 물가가 오른 게 아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 화폐가치는 왜 떨어졌는가? 많이 발행되었기 때문이다. 
  • 왜 많이 발행되었는가? 정부가 돈 쓸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 정부가 돈을 어디에 썼는가? 국방과 교육과 같은 국민국가 핵심 사업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방대하고, 불필요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셀 수조차 없는 정부 사업에 사용된다. 
  • 정부는 왜 이런 일에 돈을 쓰는가? 유권자와 정부에 협조가 필요한 여러 압력단체에 뇌물을 주기 위해서다.

정부가 운영되는 방식의 부작용은 아르헨티나나 우리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민이 훨씬 더 부패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첫 번째 단추는 정부가 마음먹고 부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인 '화폐주조권'을 약화시키는 것뿐이다. 정확히 암호화폐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2. 일본은 현재 국채 이자로만 국가 예산의 1/4를 사용해야 한다. 일본 국채 이자가 1%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이 정도다. 만약 국채 이자가 더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YCC(yield curve control, 장기 국채 이율을 통제하는 것)을 하는 이유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 현재 국채 이자로 국가 예산의 14% 정도를 써야 한다. 국방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4년 뒤에는 국방비를 확실히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건 약과다. 미국 부채비율은 매년 증가해 2050년에는 GDP의 6.7%에 육박하며 연방 예산 최대 지출 항목이 될 것이다. 주요 국가의 빚은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 이 빚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빚을 갚는 것, 그리고 빚을 탕감받는 것이다. 빚을 갚으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은 더 많이 걷어 흑자재정을 만들면 된다. 현시대의 정부는 커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위에 말했듯, 불필요한 사업, 유권자와 압력단체의 매수에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관료조직도 자신들의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움직인다. 정부가 저절로 작아지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증세는 인기가 없다. 티 나게 세금을 더 걷고 정권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즉 전자를 시도하는 정직하고 능력 있는 정부, 진정으로 깨어 있는 국민은 기대하기 힘들다.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거의 확실시되는 방법은 빚을 스스로 탕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바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국밥 한 그릇이 200조 원이 되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밥 한 그릇 가치가 된다. 국밥 한 그릇 값을 값은 뒤 정부는 이제 화폐 개혁을 통해 새롭게 디자인되고 denomination된 명목화폐를 다시 발행하면 된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아르헨티나에서 수없이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미국, 일본, EU 주요 국가가 아르헨티나와 똑같은 화폐적 압력을 받고 있다. 적당한 계기만 있으면 각국 정부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했던 일과 같은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예금을 압류하고, 출금을 제한하고, 외환을 압수하는 과정이 동반된다. 내 생각이 이런 일 없이 지금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명목화폐에 대한 독점권이 약해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일어날 일이다.


3. 베네수엘라가 뜬금없이 원유가 매장될 지역의 영유권을 핑계로 가이아나를 침공하려는 기색이 있다. 설마설마하겠지만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 만약 베네수엘라가 이상한 짓을 조금만 해도 미국은 직접 개입할 것이 확실하다. 아무리 힘이 빠졌어도 미국의 앞마당에서 설치는 꼴 보기 싫은 나라를 가만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이아나에서 원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도 미국 엑슨모빌이다. 초강대국이 약해진 틈에 각 지역에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른바 '대(大) 분쟁 시대'다.

남의 일 이야기 할 때도 아닌 것 같다. 어제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아마도 성공한 듯하다. 북한이 왜 정찰위성이 필요하겠는가? ICBM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도 있겠지만, 당장 전략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신호다.

정부를 아무렇게나 까면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필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에 관해선 확실히 방향을 잘못 잡았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특히 독자적 핵 재처리 능력을 비롯해 많은 것을 대가도 제대로 받지 않고 미국에 양보한 것은 실책이다. 이 모든 일이 국익을 최우선에 둔 것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충돌이나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안보의 최우선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현상을 변경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현 상황을 유지하면 정권이 위협받거나 전복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줘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굳이 나서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대화는 이어가야 한다. 현재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정황은 전혀 없다. 강 대 강 충돌뿐이다. 미국도 중국과 핫라인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북한과 즉시 연락할 회선조차 없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북한이 모험을 포기하도록 압도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 그리고 북한의 안전에 대한 편집적인 두려움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강한 상대가 나에게 아무 피해를 주고 있지 않다면 먼저 선빵을 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게 우리 안전에 기본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독자적이고 압도적인 핵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북한의 내부 사정에 상관하지 않는 호의적이지만 전략적인 무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의 내부 사정이 변하거나, 개방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우리에게 최선이다.

우리 관심은 멀리 유럽 변방에도, 중동에도, 심지어 대만해협에도 있지 않다. 오로지 한반도에 있다. 한반도 주변의 국제 지정학적 관점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자기 집에 휘발유가 가득하고 불씨가 여기저기 있는데 마을 일이나 나랏일을 걱정하는 게 의미 없다는 말이다. 지금 상황은 자기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장단을 맞추느라 자기 밥그릇도 차버리는 상황이 아닌가 염려된다.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길 원하지도, 핵무장을 하기도, 전략잠수함을 갖기도 원치 않는다. 그냥 적당히 강하면서도 말 잘 듣는 동맹을 바랄 뿐이다. 북한이 독자적인 핵 능력을 완성하다 못해, 독자적인 시긴트를 완성해 가는 동안 우리의 발목이 묶여있는 이유다.

지금의 외교정책이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알 수 있는 일이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몰락이 아르헨티나 국민의 책임이듯, 한국 외교의 파국도 한국인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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