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이스라엘-이란 전쟁과 미국 참전을 앞두고.

 


2024년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2025년을 기다리며,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예상하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스라엘–이란 사이에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한 해(2024년), 이스라엘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안보·지정학적으로는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 가자지구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고,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파괴했으며, 이란을 대결을 피하는 겁쟁이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아사드 정권도 몰락했다. 이란은 그동안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구축한 프록시 조직 대부분을 잃고 고립되고 있다. 아마 트럼프 집권기 내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핵시설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이란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주요 인프라에 대한 파쇄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 공격을 지원할 것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란 정권을 파괴하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와 트럼프의 중동관이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내년이다.


  •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아마도 48시간 안에 미국도 이 전쟁에 참전할 것이다. 전쟁 목표는 단순히 이란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전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는 이란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더 나아가 이란의 기초시설과 사회 기반을 파괴하여, 한동안 외부에 힘을 투사하지 못하는 분열되고 약한 나라로 만들려 한다. 한마디로 지금의 이라크처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이란 정권이 완전히 무력화될 때까지 이스라엘은 이란의 모든 사회 인프라와 인적 자원에 파쇄 공격(spoiling attack)을 가할 것이다.

  • 이 전쟁의 진정한 파괴력을 대부분의 언론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안타깝다. 회색 코뿔소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먼 나라의 전쟁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다. 이 전쟁은 전 세계 경제와 지정학은 물론, 우리나라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며칠 안에 미국은 B-2 폭격기로 GBU-57 벙커버스터를 이용해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이란의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은 이것뿐이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폭격기는 B-2뿐이기 때문이다. 기습에 필요한 은밀성을 고려할 때, 다른 투발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후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와 중동의 각 기지 및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폭기들이 이란의 군사시설, 인프라, 기타 전쟁 수행 능력과 관련된 시설 및 인물을 공격할 것이다. 이미 이란은 제공권을 잃었다. 이란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다.

  • 이란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동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전쟁의 고통을 전 세계로 퍼뜨려 미국과 이스라엘에 종전 협상을 강요하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조악한 함정이나 기뢰만으로도 쉽게 막을 수 있다. 사실상 이 방법 외에는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 더 자기파괴적인 수단은 중동의 다른 나라 정유 시설이나 미군 주둔지를 공격하는 것이다. 전쟁의 고통을 세계화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공격받은 제삼국의 참전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란의 절망감이 극에 달했을 때나 사용할 것이다.

  • 아주 드물고 위험한 시나리오는, 이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미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이나 급히 농축한 우라늄을 무기화해 사용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실제로 공해상, 자국 영역 또는 타국 영역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무기는 핵분열 능력을 갖지 못한 ‘더티 밤(dirty bomb)’ 형태일 수도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핵공격 명분을 제공하게 되어 극도로 위험하고 잔혹한 시나리오다.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 모든 전쟁은 시작은 쉽지만, 비용은 많이 들고 끝내기는 어렵다. 이란의 국가 체제를 파괴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란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하는 정권을 세우며 전쟁의 혼란을 잠재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했을 때 그 여파로 생겼던 혼란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도 이라크는 안정적이고 통합된 정부가 부재하다.


  • 이 전쟁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150달러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도래함을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면,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등장을 뜻한다. 1, 2차 오일 쇼크가 그랬듯, 이번 스태그플레이션은 ‘제3차 오일 쇼크’라고 불릴 수도 있겠다.

  • 다시 말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경기는 침체되면서도 물가는 오른다는 점이다. 즉, 화폐 가치는 더 심하게 타락한다. 게다가 중동 에너지에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은 자명하다.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동안, 한국의 고통은 더욱 클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경기가 좋아지거나 부동산 가격이나 주식이 급등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투자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 이번 사태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가 쏟아낸 빚과 화폐량을 고려할 때, 이번 경기 침체의 결과는 1929년이나 2008년 수준으로 파괴적일 수 있다. 아무도 이런 수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내 생각에 이번 경기 침체는 명목 화폐 제도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것이다. 결국 지금 통용되는 모든 명목 화폐의 가치는 급격히 쇠락하면서, 이미 태동하고 있는 새로운 화폐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자산을 금이나 암호화폐로 분산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 한국 부동산에 내재된 가공할 부채를 감안할 때, 부동산으로 자산을 분배하는 것은 위험하다. 만약 원화 가치가 전후 마르크화처럼 급격히 제로에 수렴하는 둠스데이 시나리오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 이번 사태를 가자 전쟁이나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처럼 먼 지역의 국지적 분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존 세계 질서와 그에 도전하는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이 직접 충돌하는 첫 사례다. 이미 이 두 세력은 우크라이나에서 간접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며 스스로 자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런 충돌이 중동에만 국한된다는 보장은 없다. 남중국해나 한반도 근처로 전장의 안개가 몰려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역사에 기록될 Pax Americana라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는 끝나가고 있다.




 




 






댓글

  1.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네요.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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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트럼프가 되지도 않는 장난질을 하는군요.. 어이가 없습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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