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Maximalist 입장에서 본 오늘의 세상 - 2026년 6월, 미국의 굴욕, 그리고 미국 쇠망의 시작

 



  • 전쟁 종결을 MOU에 의지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없던 일이 자주 일어나는 요즘이다. 오늘 알려진 미국과 이란 간의 MOU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볼 때 미국에 굴욕적일 뿐만 아니라 구속력 있는 정전 협정으로 이어지거나 중동의 평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 미국에 굴욕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그 내용을 보면 사실상 미국의 항복 문서이기 때문이다. 미국 윌리엄 테쿰세 셔먼(William T. Sherman) 장군이 말했듯, "전쟁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고, 빌어야 끝난다." 트럼프는 짧은 기간의 공습으로 이란 정권의 교체와 중동 질서의 개편을 의도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고, 감당치 못할 내부 사정에 이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종전을 구걸했다. 그 결과가 오늘 나온 MOU다. 그 내용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민망할 정도로 명확히 드러난다.
  • 일단, 이 MOU는 구속력 있는 협정조차 아니다. 앞으로 협정을 하자는 예비적 합의다. 그 예비적 합의를 대가로 이란은 240억 달러의 제재가 해제되고, 3,000억 달러 규모의 전후 복구 및 재건 프로그램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대(對)이란 봉쇄도 해제된다. 이란이 양보한 것은 60일간 본격적인 협상에 임한다는 것, 그리고 원래 자유 항행이 보장되던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항행하도록 허락한 것이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비용을 '해협 관리 서비스 비용' 형태로 징수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통행료다. 앞으로 세계는 자유롭게 다니던 해협을 돈 내고 다니게 될 것이다.
  • 트럼프가 그렇게 비난하던 오바마 정부와 이란의 핵협정 JCPOA에는 최소한 검증 가능한 핵물질 관리 프로세스가 있었다. 이번 MOU에는 60일 동안 협상의 과제로 유보되어 있을 뿐이다. 즉, 이란의 핵 능력이 제거된다는 보장도 없다. 국가는 그 자체로 생존을 추구하는 생명체다. 지금까지 겪은 일을 볼 때, 이란이 얌전히 핵 능력을 포기할 리 없다. 어떤 식으로든 이란은 핵무장을 추구할 것이다.
  • 그 외에 확실치는 않지만 미국 입장에서 낯뜨거운 내용도 더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MOU의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패전했다는 점이 아니다. 미국이 아직 패전조차 못 했다는 점이다.
  • 패전은 정치적으로 전쟁이 종결되었다는 의미다. 즉, 굴욕적이지만 전쟁은 끝난 것이다. 그러나 이 MOU는 전쟁을 끝내거나, 끝내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없다. 즉,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결은 이번 MOU로 해소되지 않는다. 상호 불신, 이란의 핵 의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응력 따위의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이란 두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를 MOU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내일 해가 뜨지 않으면 종전하도록 한다"고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문제는 바로 레바논과 헤즈볼라 문제다.
  • 이란은 레바논 전선에서의 분쟁 종결을 MOU의 조건으로 달았고, 미국은 여기에 동의했다. 레바논 분쟁의 종결이란 무슨 뜻인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절대 여기에 따를 리 없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종식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이건 이란도, 미국도, 심지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도 통제 불가능하다. 산발적이고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교전을 MOU로 종식할 수 있을 리 없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특히 베이루트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도발하면 기계적으로 보복할 것이다.
  • 이는 이스라엘이 딱히 악하거나 호전적이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MOU의 내용이 모두 실현된다면, 즉 이란이 애매하게 핵을 포기하는 시늉을 하고 경제·군사적으로 재건된다면, 이스라엘의 존립이 위험해진다. 타국 간의 협상에 의해 자국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다.
  • 대부분 네타냐후가 전쟁광이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전쟁을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는 헤즈볼라를 파괴하고, 이란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자국의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믿는다. 이게 지지부진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이란 전쟁 지지도가 60%를 훌쩍 넘는 이유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 이스라엘은 경상북도 크기의 영토에 천만 명에 불과한 인구,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인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자국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헤즈볼라, 이란과는 공존할 수 없다. 이는 입장을 바꿔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는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Per Se)다. 앞으로 네타냐후가 실각하는 이유는 전쟁을 계속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밀려 전쟁을 중단하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이스라엘 정권은 훨씬 더 호전적일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따라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도발하면 지금과 똑같이 보복할 것이다. 베이루트를 포함해 헤즈볼라 지휘부를 타격하고, 점령지를 평탄화할 것이다. 내일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이는 정해진 일이다. 오히려 MOU를 좌절시킬 목적으로 더욱 공세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존망이 걸렸으니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완전히 잃는다고 해도 물러설 리 없다. 결국 이 MOU가 허망한 종이 쪼가리로 드러날 때, 미국 옆에는 같이 싸워줄 이스라엘조차 없을 것이다.
  • 결론적으로 이 MOU의 목적은 이란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패배를 최대한 은폐하는 것이다. 지루하고 복잡한 절차와 협상, 문서 사이에 미국의 패전이라는 의미를 희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설물을 숨기거나 물에 탄다고 냄새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나라가 중동 권력의 변화와 미국의 약화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 트럼프는 그 천박함과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 트럼프를 두 번이나 대통령 자리로 밀어 올린 힘은 미국인이 느끼는 세계화에 대한 소외감, 미국 엘리트의 정책, 특히 해외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미국이 적당히 고립적이고 자족적인 나라가 되길 원한다. 미국이 영토 밖에서 어떤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자기 이익을 위해 투쟁하지 않는 패권국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마찬가지다. 언어도단이다. 지치고 쇠퇴하는 패권국 국민에 걸맞은 마음가짐이다.
  • 사실 이미 한참 전부터 서구 사회는 자신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하는 어떤 가치를 창조하지도 못했고, 상호 이익을 지키기 위한 연대감도 잃어가고 있다. 유럽이 쇠퇴했듯이 미국도 서서히 초강대국에서 지역 강대국으로 왜소해지고 있는 듯하다. 최소한 미국은 이번 일로 중동에서 영향력이 대폭 축소될 것이다. 다음으로 극동에서 영향력을 잃을 것이다.
  • 최근 주한미군 사령관이라는 자가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단검으로 묘사했다. 또한 일본은 중국을 막는 방패라고 표현했다. 단검과 방패는 도구다. 사용하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누가 사용하는 자이고 누가 도구인지 명확하다. 나는 이런 발언이 대단히 무례하고 부적절하다고 봤다.
  • 동맹은 공동의 이익이 있을 때 존재하고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공유하는 공동의 가치와 상호 존중이 있다면 그 유대감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점점 희미해지는 게 지금 현실이다. 주한미군을 보자. 우리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이다. 이제 미국은 주한미군을 중국을 겨냥한 무기로 보는 듯하다. 이미 동맹에게 기대하는 바가 달라졌다. 더 나아가 미국은 한국-일본-필리핀을 묶어서 중국을 견제하는 말(馬)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국익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미동맹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이익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 되어가고 있다.
  • 아마 미국은 극동에서 패권 유지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칠 것이다.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볼 때, 그 요구와 방식은 극도로 무례하고, 오락가락하고, 착취적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자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맹국을 희생시켜서 자국의 안보 이익을 얻으려는 트럼프의 행동이 얼마나 비이성적이면서도 노골적일지 우리는 곧 보게 될 것이다.
  • 트럼프 후임이라고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가치와 체면을 벗어던진 국제적 현실에서 동맹국을 쓰고 버리는 말이나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국익만을 생각해야 한다.
  • 아마도 5년 안에 이란은 핵을 보유할 것이다. 이는 핵 도미노를 일으켜 사우디아라비아, UAE, 튀르키예의 핵무장을 불러올 것이고, 튀르키에의 위협을 받는 그리스, 안보 위협이 있다고 주장하는 기타 중견국들도 결국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다. 이쯤 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막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결국 전 세계적인 핵확산 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시간문제다. 이게 끔찍한 미래라는 것은 분명하다. 핵무기 확산은 필연적으로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사용을 불러올 가능성을 높인다. 이 미래가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 주변국의 국력과 핵 능력을 고려할 때, 한국은 수십 발이 아니라 최소 수백 발의 핵탄두를 보유해야 한다. 수소폭탄을 포함해서 탄두의 종류와 투발 수단도 다종다양화해야 한다. 이게 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소한 적과 함께 멸망할 방법이다.
  • 기존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계 질서가 나타날지 아직은 모른다. 질서가 잡히기 전까지 무질서는 필연적이다. 아마 이 무질서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 사명일 것이다. 가장 지혜롭지 못한 것이 이미 힘과 영향력을 잃은 미국에 휘둘려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오늘 일어난 일은 그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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