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앞으로의 세계경제 - 3편 ; 세기말의 묵시록 현대화폐이론(MMT ; Modern Monetary Theory)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돈의 본질은 정부의 신용입니까?  아니면 재화와 용역을 중개하는 중간상품입니까?

전자라면 임박한 경제위기에서 돈은 정부에 의해서 더욱 더 많이 찍혀나올겁니다. 이전글에서 설명드렸듯 경제위기에서 미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이 돈을 찍어내는 것 외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전처럼 양적완화를 하는 방법도 한계에 이르는 순간이 옵니다. 이번에는 부채의 한계를 벗어나 중앙은행의 간섭을 회피하여 그냥 돈을 찍어내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세상은 근대 이전의 암흑기처럼 왕 마음대로 돈을 찍어내는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다.





거짓말 같다구요?  아닙니다. 실제로 몇몇 포퓰리즘적인 정치인과 좌파적인 경제학자 몇몇이 저런 전근대적이고 비이성적인 화폐정책에 예쁜 이름도 붙여놨습니다. 바로 현대화폐이론(MMT ; Modern Monetary Theory)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현대적이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내겠다"라는 정치인 혹은 권력자의 오래된 욕망을 예쁜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 이론의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부는 스스로 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누구에도 빛을 지는 것이 아니다.
  •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이 무한하다. 때문에 균형재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막대한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 인플레이션은 금리같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세금으로 조절한다.


위 논리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수한 경제학자들이 모인 IGM forum에서 MMT이론의 핵심주장 두가지에 대해 매우동의-동의-모름-비동의-매우비동의-판단유보 6개의 선택지를 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두 질문에서 MMT이론의 핵심주장에 매우동의, 동의를 선택한 경제학자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실증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어서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정치논리일 뿐입니다.
http://www.igmchicago.org/surveys/modern-monetary-theory






모든 국가의 중앙은행의 목적은 화폐가치를 지키는 것입니다. 즉 인플레이션을 막는것입니다. 그런 중앙은행이 벌벌 떨면서 발행해도 화폐가치가 이모양으로 타락했습니다.

하물며 중앙은행도 제끼고 정부가 직접 돈을 무한이 찍어도 인플레이션이 안일어난다는 주장 자체가 신박한 것입니다.  인간 역사가 기록된 이래에 정부와 권력자가 직접 돈을 찍어내서 인플레이션이 안일어난 경우가 단 한건도 없습니다.





MMT이론이 함의하는 바는 더욱 불쾌합니다.  저 이론이 부분적으로라도 작동을 하려면 다른 국가에 빛이 없는 기축통화국이어야 합니다. 기축통화국이 무한대로 돈을 찍어내면 다른 나라들은 같이 돈을 찍어내어 환율을 방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취약한 경제를 가진 나라들에게 파국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축통화에 위상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이론입니다.

우선 저런 돈을 민간에 쓰도록 강요하는 방법이자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수단으로써 세금을 이용하겠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 같으면 세금을 높이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정부가 돈을 마구 풀어놓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 같으면 기업과 가계에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것이 조세의 정의에 맞는 것일까요?  세금이 정부의 편의에 의해서 줄었다 늘었다 하는 고무줄인가요?  이게 서구사회와 근대사회의 근간인 법치에 맞는 것일까요?





저런 논리 자체가 미국 정치인과 일부 지식인 입에서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불길한 신호입니다.  투자계의 현자로 알려진 레이 달리오조차 다음번 위기에 정치적인 이유로 MMT가 실행될 것이라고 암울하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MMT는 신용화폐라는 시스템의 마지막 얼굴입니다.

  • 정부는 재화와 용역의 교환을 매개하던 금과 은같은 중간상품을 독점했습니다.
  • 금과 은의 보관증에 마르크, 달러, 파운드, 프랑같은 묘한 이름을 붙여 점점 보관증과 금은 사이의 연결고리를 희미하게 했습니다. 
  • 아예 금은과 화폐의 연결고리를 끊고 그 자리를 국가의 신용으로 대체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화폐는 국가의 신용이 아니다. 국가는 누구에게 빛을 진적도 없다. 화폐는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어떤 제한도 없이 발행할 수 있는것이다.

신용이 깨질때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 바로 배째라고 하는 것입니다.






MMT이론 지지자가 예로 드는 것이 바로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시경제체제와 뉴딜정책입니다. 정부가 해야할 일이 중요한 것이지 균형재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찌와 싸웠던 목적처럼 빈곤과 양극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이 있으면 해야 하는 것이고 뉴딜정책의 극단적인 적자재정을 썼지만 미국은 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전시경제체제가 5년이 넘지 않았다는 점과 뉴딜정책조차 정부가 직접 무한히 돈을 찍어내지는 않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인 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바로 나찌, 스탈린, 모택동같은 전체주의자들이 하는 말입니다.

MMT이론은 "남 눈치 않보고 마음껏 돈을 쓰고 싶다"는 지구상의 모든 권력자의 욕망의 현대 버전에 불과합니다. 결과적으로 참혹한 경제실패가 아니면 극단적인 권위주의를 낳을 뿐입니다.




다음번 위기에 화폐의 본질에 대한 논쟁에서 "화폐는 정부의 신용이다"라는 주장이 다시한번 힘을 얻으면 MMT이론같은 부두 경제학이 힘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때는 화폐는 정부의 신용이다가 아니라 "화폐는 정부의 것이다" "모든 경제는 정부의 것이다"로 바뀌게 될겁니다.

다음 글에서는 돈이 정부의 신용이 아니라 재화와 용역을 중개하는 중간상품이라는 화폐의 본질로 돌아갈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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