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임박한 미-이란 전쟁...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





불과 4일 전에 쓴 글입니다.

지금 지정학적 상황은 1930년대와 비슷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불꽃만 튀기면 폭발할 화약고가 여기 저기 널려있습니다. 중동 어디선가, 혹은 대중국 포위망 어디선가에서 살짝 불꽃만 튀어도 폭발할겁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불꽃이 튀길것이 확실한 곳은 이곳 한반도입니다.

2020년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맞췄지만 그 진원지가 한반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맞추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관계는 하루만에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사실상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기정사실입다. 선전포고를 동반한 전격적인 공격으로 시작될 것인가.. 아니면 지저분한 대리전양상으로 시작될 것인가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성격때문에 충동적으로 솔레이마니의 암살을 결정했고 이 결정 때문에 이란과의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지도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 미국과 한국의 주류 언론의 논조입니다만 이건 너무 일방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미 미국과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대-이란 경제제재 이후에 보이지 않는 투쟁상태였습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이란의 목을 죄면 이란은 시리아, 이라크, 예멘 각지에서 대리전을 조장하는 형태로 싸움이 이루어 지고 있었죠.

이란이 근 6개월간 해 온 도발수준을 봤을 때, 트럼프의 이번 공격은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늦었죠. 사우디의 유전이 드론과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가 개전의 최적기였습니다.

이란제 드론과 순항미사일로 사우디의 유전이 공격을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고 공해상에서(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의 무인기를 격추했을 때가 가장 명백하게 군사공격의 정당성이 있었을 때입니다. 지금은 벌써 상황이 안좋아졌죠. 시아파가 60%가 넘는 이라크가 이란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이란을 전면적으로 침공하거나 완전히 무력화시킬 각오가 없었다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해서는 안되었습니다. 만약 핵합의를 파기하였고 이란이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면 더 빨리 군사옵션을 사용했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는 과대망상이 있는 겁쟁이일수는 있어도 충동적인 인간은 아닙니다.

이제 임박한 전쟁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장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

개전 초기 압도적인 화력으로 이란의 정권교체를 이루거나 반격의지를 완전히 꺽어서 종전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참전할 것으로 보이고 영국과 사우디는 참전할지도 모릅니다. 나토와 중동의 다른 친미국가들은 어떻게 할 지 모르겠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하기 전에 사실상 전쟁이 끝나는 상황입니다. 후세인 사후 이라크의 혼란처럼 이란도 만성적인 혼란과 지저분한 국지전이 한참동안 뒤따를지도 모릅니다만 중동에서 미국과 서구에 도전하려던 이란이라는 실체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란과 이라크에서는 만성적인 분열과 시아파식 IS같은 종교 극단주의 운동이 뒤따르겠지만 미국은 이이제이식으로 수니파를 이용해 이를 적당히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지정학적 게임에 의해 에너지의 수급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쟁에 의해 일시적인 원유수입 감소와 가격폭등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비해 화석원료의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취약한 중국경제를 파괴할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파괴된 이란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군사도발을 할 때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고, 중국의 경제와 에너지정책을 취약하게 하고, 북한을 완전히 겁먹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별로 안좋은 시나리오

트럼프가 또 주둥이로 싸우려고 할 때 생길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란이 지금까지 하던 대리전을 강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지적으로 상선을 공격하거나 비정규전을 수행하며 미국의 인내심을 다시 시험하는 경우입니다.

트럼프가 입으로만 떠들면서 긴장만 고조시킬 뿐 결정적인 공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이란은 더 높은 수준에 도발을 이어갈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사태에 개입할 물적 심적 준비를 하게 됩니다. 어떤 시점에서 우발적이고 지저분한 방식으로 확전이 되면 주요 이해당사자 이외에 많은 나라들이 전쟁에 이끌려 들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의 직접적인 인명피해도 커지고 사후 수습도 힘들어집니다. 결국 미국의 위신도 실추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

"별로 안좋은 시나리오"에 더해 미국이 이란을 결정적으로 패배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기전으로 치닫는 경우입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국적인 영향은 별도로 하고 미-이란 전쟁이 미국-중국, 러시아의 대리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우방국의 참전 혹은 지원을 강요할 것이고 한국과 일본은 어거지로 이에 응하게 될겁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성가신 요구였지만 이제는 대단히 위험한 요구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허무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고 동북아와 난사군도 어디선가의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 충돌과 맞물리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이를 들어 3차세계대전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전쟁수행능력과 경제력, 지정학적 이점으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겠지만 발생한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은 모든 재산을 금과 같은 귀금속과 암호화폐로 바꿔놓고 핵전쟁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겠죠.

그렇지 않고 최선의 시나리오정도에서 전쟁이 마무리 된다면 경기침체 혹은 공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정학적 질서는 오히려 한국에 유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왕에 시작된 전쟁이라면 한반도에 유리한 상황으로 빨리 종전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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