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제공황은 신용화폐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글에서 연준과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가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미국의 마이너스금리, 혹은 제로금리
- 양적완화를 넘어서 회사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사들이는 질적완화를 통한 돈 풀기
- 장기국채 금리를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고정하는 일드캡(Yield Cap)
- MMT 이론에 따른 무제한 돈 풀기
글을 쓰고 며칠 되지도 않아서 연준이 100p를 일거에 내려 제로금리가 되었습니다. 양적완화도 다시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놀라운 속도입니다.
일드캡도 곳 시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잉과 같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 회사의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질적완화는 의회의 동의와 법 개정이 필요하니 시행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MMT이론에 따른 화폐 정책을 미국이 부분적으로라도 따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MMT는 기축통화를 가진 정부는 국가 채무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내도 괜찮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은 달러를 마음껏 발행해서 써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MMT는 기축통화를 가진 정부는 국가 채무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내도 괜찮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은 달러를 마음껏 발행해서 써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소나 돼지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면 무제한으로 풀려나오는 달러가 과연 가치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리가 없죠. 이 이론은 확실히 틀렸습니다.
MMT이론에 따르자면 미국은 국제사회에 돈 인쇄소 역할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국가 부채나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그냥 돈을 찍어서 가져오면 됩니다. 나머지 국가는 인쇄소에서 인쇄된 달러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부도덕합니다.
틀리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미국이 당장에 급한 마음에 이와 비슷한 무제한의 돈풀기를 시작한다면 일시적으로 신용경색이 풀리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최종적으로 신용화폐의 마지막 단계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겁니다.
이 시점에서는 전 세계에서 화폐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가 필요하겠죠.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을 바탕으로 하는 귀금속 본위제가 부활하거나 확실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산에 바탕을 둔 화폐제도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시점에서 암호화폐가 확실히 화폐로 자리잡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제공황은 세계 질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럽의 재정과 은행, 중국의 부동산, 미국의 회사채 같은 약한 고리가 깨져 나가면 여러 나라의 경제가 경착륙하게 될 겁니다. 지금 당장이야 서로 집에 난 불을 끄기 위해 남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북한도 보여주겠다는 ICBM도 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이 꺼지고 집을 재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차 세계대전은 1929년 대공황을 겪은 각 나라의 대응이 촉발했습니다.
극심한 경제 위기에서는 환율전쟁과 고관세, 배타적인 경제블록 형성, 권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정권이 나타납니다. 서로에 대한 적대감은 커지고 이해관계의 이성적인 조정은 더 힘들어집니다.
미국의 경우 북한이나 이란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이란이 미군기지를 직접 공격하고도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란과의 군사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트럼프가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미국에 저강도로 도전하고도 멀쩡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북한이나 이란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이란이 미군기지를 직접 공격하고도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란과의 군사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트럼프가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미국에 저강도로 도전하고도 멀쩡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경제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외국이 미국의 자존심과 국익을 건드린다면 WAG THE DOG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더 이상 잃을것과 눈치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민들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는 외국의 도전에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하기 쉽습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좋아질 리 없습니다. 두 나라는 이미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갈등에 촛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점점 중국의 국가체제와 행동방식에 대한 국민적 불쾌감이 커질겁니다. 이제 정치가들이 투닥거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끼리 서로 혐오하게 될겁니다.
예를 들면 우한폐렴을 미군탓을 하는 것을 미국국민이 좋게 받아드릴리 없습니다. 앞으로 엄청난 사람이 죽고 경제가 풍비박산이 난다면 더욱 그럴겁니다.
앞으로는 미국이 통상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인권, 티벳, 신장위구르, 대만, 홍콩같은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고 본격적으로 중국의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것을 보게 될겁니다.
중국의 경우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중국을 어떤 길로 몰고 갈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동란이나 내전에 준하는 정치적 혼란상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중국을 어떤 길로 몰고 갈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동란이나 내전에 준하는 정치적 혼란상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의 빈부격차와 부동산거품, 비효율적이고 억압적인 정치체제의 민낮이 드러날 겁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의 혼란을 수습한다면 공산당지도부 의사결정은 훨씬 더 배타적이고 예측하기 힘들겁니다.
센카쿠열도 문제때 일본차에 불을 지르는게 중국인들입니다. 한국에 싸드를 배치했다고 그렇게 난동을 부리는게 중국인들입니다. 이번 경제위기 이후에는 이보다 훨씬 국수주의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일겁니다.
미국같은 외국의 압력에 비교적 유연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했던 현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겁니다. 남사군도에서 우발적으로 무력충돌 일어나도 지금은 적당히 마무리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후에는 훨씬 위기가 확대되겠죠.
대만에서 분리움직임이 더 커지면 미친척하고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잃을 것이 많아서 감히 그런 일을 못벌이지만 경제공황 이후 잃을 것이 없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모든 호전적이고 배타적인 행동에 가장 피해를 볼 것은 중국일겁니다.
유럽이 공통의 경제적-정치적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국가부도사태가 되면 독일과 프랑스는 이 나라들을 같이 망할 각오를 하고 구제할까요?
유럽이 공통의 경제적-정치적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국가부도사태가 되면 독일과 프랑스는 이 나라들을 같이 망할 각오를 하고 구제할까요?
역으로 독일 도이치뱅크가 도산하여 독일 경제는 물론 전 EU의 경제가 작살난다면 다른 나라들은 가만히 이 부담을 떠안으려 할까요?
유행병 초기단계에 이미 EU의 셍겐조약은 무력화되었습니다. 이웃 국가로 수출되는 마스크 같은 필수적인 자원을 압류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EU국가 사이에 전염병을 공동대응을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빈번히 일어날 때 이들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여 EU의 공동의 가치를 추구할 것 같지 보이지는 않습니다.
인류의 문명이 파괴된다고 말하는게 아닙니다.
1, 2차 세계대전도 지나갔고 스페인독감도 지나갔습니다. 아무리 엄혹한 시절도 결국은 지나갑니다. 하지만 금방 지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이야기한 일들은 최소 5년에서 10년간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으로 가장 엄혹한 최저점은 1-2년 후, 국제정세가 가장 엄혹한 시기는 2-5년 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후에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화폐체제와 국제질서에서 살게 될 것이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엄청난 번영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 지금부터 겪을 일은 다시 한번 문명이 도약하기 위해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통찰과 혜안에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답글삭제옅게나마 무력충돌을 피할수없을것 같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건 저의 오독이길 바라구요
감사합니다. 크던 작던 무력충돌은 자주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아주 큰 전쟁만 안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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