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중국 디지털위안화(CBDC, DCEP) 발행 임박 ; 악화(惡貨)들 간의 전쟁



중국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이하 CBDC) 발행을 준비중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중국이 앞장서서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해석을 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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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사태와 경제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이런 계획이 착착 진행중이라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중국 디지털위안화(DCEP) 4개 도시 시범 사업 개시

중국 농업은행을 중심으로 네개 도시에서 시범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 바이낸스 임직원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여러 국영은행 뿐 아니라 텐센트, 알리바바, 차이나텔레콤 같은 기업까지 가세한 범국가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분기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경제 악조건과 신종코로나 사태의 혼란상황 하에서도 CBDC를 발행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는 확고한듯 보입니다.






CBDC발행의 의미에 대한 복습

현금자산을 예금 적금이 아니라 현금으로 집에 쌓아놓은 분들은 드물겁니다. 은행계좌와 연계된 직불카드와 신용카드도 흔할 뿐 아니라 이제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같은 지불서비스도 보편화 되어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보다 지불서비스가 더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현금은 충분히 "디지털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디저털화되어 있는 돈과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디지털화된 돈은 특정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계좌에 존재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계좌에 내 돈이 들어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돈을 옮기거나 지불하는 행위는 모두 국민은행의 사적인 사업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익명성은 보장할 수 없고 국외로 자산을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거나 불편합니다. 경우에 따라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자산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즉 금융기관을 통해 디지털화 되어있는 돈은 푼돈을 편리하게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익명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고 자산에 대한 통제력도 일정부분 포기한 것입니다.




CBDC는 내 돈을 블록체인, 혹은 이에 준하는 보안으로 보호되는 장부에 저장해 놓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발행된 돈을 일반 금융기관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지불할 수 있게 됩니다. 돈의 거래도 은행이라는 제삼자를 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사용의 편리함을 희생하지 않고 자신의 돈에 대한 통제력을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CBDC의 특성에 더해 화폐의 본질적인 특성 중 하나인 익명성만 부여된다면 대단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디지털위안화는 반드시 익명성을 보장할겁니다.




만약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순간, 디지털위안화 계정지갑에 익명성을 부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외국인인 나도 디지털위안화 계정지갑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디지털위안화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중국에서 뭔가를 지불할 때 번거롭게 은행계좌를 만들거나 환전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마디로 위안화의 범용성과 편리성이 높아집니다.

만약 원화가 급격히 약세로 변하거나, 자산을 익명화한 상태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외국으로 자산을 내보낼 때 디지털위안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산을 디지털위안화로 바꾼다음 다른 사람과 익명으로 거래하거나 외국으로 가서 디지털위안화를 해당국가의 통화로 환전하면 됩니다. 한마디로 개인이 국내와 국가간의 장벽을 넘어 재산권을 행사할 훨씬 수월한 수단이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위안화는 편리성과 익명성을 통해 위안화를 국제화, 범용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이 잘 풀리면 기축통화에 가까운 영향력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중국 입장에서 익명화된 자산의 자유로운 이동은 대단히 위협적인 일입니다. 막대한 자산이 중국을 탈출할 수도 있고, 부정부패나 지하경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CBDC가 유발할 수 있는 이런 결과를 모를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흔들림 없이 하는 이유는 뭔가 노리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70%에 가까운 경제력을 가졌음에도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스템이라는 것은 돈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입니다. 결국 미국은 많은 상황에서 발권국으로 주조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중국은 찍어낸 달러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구박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MMT이론이니 하는 괴이한 학설이 상식이 되면 더욱 심해질 겁니다.

이건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에 필적하는 기축통화가 되기 전까지 피할 수 없는것 입니다. 룰을 바꿀 수 있는 상대와 룰대로 경쟁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필요하다면 자신도 룰을 바꿔야 합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수단은 기존 달러기반 신용화폐시스템의 약점을 찌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화폐시스템의 약점은 이렇습니다.

1. 익명성이 없다.
2. 은행, 등 금융기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환전, 국가간의 자금의 이동이 불편하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암호화폐가 드러낸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없었다면 지금 금융시스템이 익명성이 부족하고 불편하다는 것을 알았겠습니까...  CBDC는 분명히 암호화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CBDC는 암호화폐가 노리는 기존 신용화폐 시스템의 약점을 공격합니다.

중국이 안해도 다른 나라, 민간암호화폐, 혹은 회사가 분명히 기존 화폐시스템을 공격해서 약화시킬 것입니다. 그렇다면 잃을 것이 가장 적은 중국이 현재 미국 중심의 신용화폐 시스템의 약점을 먼저 찌르려는 것입니다.





중국의 뜻대로 다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눈치게임에서 제일 먼저 일어선 것이 중국입니다. 늦게 일어나면 피해를 봅니다. 이제 모든 시장참여자가 일어선 상태가 되면 일어선 것이 정상적인 것이 됩니다.

이렇게 새롭게 정상적인 상태가 된 세상에서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발행한 돈을 시장참여자가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중간개입 없이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위안화 뿐 아니라 디지털달러, 디지털유로가 개인간에 자유롭게 교환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기존 CBDC가 암호화폐와도 쉽게 교환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바이낸스에 스테이블코인으로 CBDC가 거래된다고 상상해 보면 되겠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은행은 타자기처럼 서서히 구시대의 유물이 됩니다.




앞으로 암호화폐의 환전은 상상을 초월하게 간편해 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커피 한잔을 살 때 비트코인에서 순식간에 디지털원화로 환전되어 결제될 수 있을겁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암호화폐의 실사용의 불편함은 이렇게 환전이 즉각적이고 간편해지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환전이 이렇게 간단해 진다면 가치저장과 지불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치저장은 암호화폐나 디지털달러로 하고 사용은 디지털원화로 하는 것이 보편화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화폐 가치를 가지고 장난치는 돈은 쉽게 퇴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가치저장수단으로 한국돈을 주로 사용할 이유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쉽게 여러나라의 화폐, 혹은 암호화폐로 가치저장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화폐는 그 본연의 성질을 다시 한번 되찾게 될겁니다.

돈은 처음부터 누군가의 신용따위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가치있다고 인정한 중간상품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위 모든 일이 내 뇌피셜에 불과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국가들이 서로 서로 은행을 무력화 하는 CBDC를 만들어 내고, 기업들도 하나둘씩 리브라 류의 암호화폐를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달러 기득권을 공격하기 위해 CBDC를 만들어 내겠지만 결국 파괴되는 것은 모든 나라의 화폐 기득권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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