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민주주의가 최상위의 완성된 정치체제라기 보다 공리적 이점을 가진 정치체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칠이 말했듯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정치제도이다(Democracy is the worst form of government, except for all the others)"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치제도도 이전의 모든 정치제도처럼 타락하거나 실패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독재자의 불법적인 권력침탈이나 독재체제 국가에 침략에 의해 실패할 것일 거라고 상상합니다. 저는 만약 민주주의 체제가 실패한다면 소련의 체제처럼 내부의 모순과 부패를 감당할 수 없어서일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이 그렇게 현명합니까? 살면서 했던 여러가지 삽질, 이불킥할만한 행동을 기억해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걸 알겁니다. 주변을 보더라도 자기몸 하나 건사 못하고 한심하게 살면서도 사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민주주의가 이런 인간들의 의지의 총합이라면 민주주의체제에서는 항상 인간의 이런 면을 경계해야 합니다. "국민이 현명하다"는 말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그냥 세상에 아첨하는 말일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강점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게 아닙니다. 극단적이고 위험한 결정을 함부로 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견제받지 않는 소수의 인간이 운영하는 것에 비해 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덜 위험하다는 그 단순한 장점에서 안정적인 경제제도가 꽃피울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실패로 이끌 가장 큰 위협은 민주적 절차라는 미명아래 "시장"에 대한 극단적이고 위험한 결정을 반복적으로 내리는 것입니다.
시장이라는 번잡하고 이기적인 개념을 어떻게 "민주주의"같은 고상한 원칙보다 우위에 둘 수 있냐고 생각하십니까? 시장원리 없이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가 존재하는 곳을 한군데만 예를 들어 보십시오. 예를 들 수 없다면 시장원리 없이 돌아갈 수 있는 민주적인 사회라는 것은 당신 머리속에 있는 상상속의 존재일 뿐인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에 대한 위험한 개입과 무력화가 횡횡하고 있습니다. 우선 화폐에 관해서 생각해 봅시다. 편의상 중앙은행을 정부기관이라고 간주하고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화폐는 시장의 혈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미국 연준은 화폐가치의 타락을 방어하는 고유의 목적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돈을 무제한으로 풀다 못해 레포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고, 장기국채 금리를 직접 조작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조금 더 있으면 주식도 직접 매입할 기세입니다.
중앙은행이 자산의 가치를 지켜주는 최종 매입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상의 정부기관이 자산 가격을 보장해 준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자산을 매입하면 돈을 법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그걸 포기한다면 자산가격은 폭락할 겁니다. 돈의 가치와 자산의 가치 모두 이제는 시장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조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도록 민주주의적 절차가 이를 견제하거나 막을 수 있었나요? 아닙니다. 이렇게 원칙없는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것은 대중의 표를 의식한 미국의 민주주의 정부였습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로 만들고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면 부실한 기업은 퇴출될 수 없습니다. 즉 부실한 기업도 파산하지 않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파산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없는 카톨릭과 같습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경제에 충격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부실기업을 살려두면 시장에서 부실한 공급자에게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혁신과 효율성으로 세상에 기여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의 눈치만 보면 됩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건전한 기업에도 압력을 가해서 부실화할 수 있습니다. 민주적이지만 잘못된 정부정책이 시장의 공급측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이번 신종코로나사태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직접 돈을 꽂아주고 있습니다. 이제 무슨 일이 있으면 정부에게 직접 돈을 요구할 길이 열린것입니다. 기본소득이니... 보편적 복지니... 하며 정부의 지원을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용돈받는 것 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입니다.
이에 필요한 막대한 자원은 돈을 풀어서 일단 매꿔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증세를 할 것입니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올리는 식입니다. 그래도 안되면 돈을 마구 찍어내기 시작할 겁니다. MMT이론 같은 세기말적인 궤변이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떠돌고 있는게 그 증거입니다.
결국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의 타락을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숨은 세금입니다. 이 세금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합니다.
왜 정부가 가혹하지만 어쩔 수 없는 정책을 택하는 대신 국민 지갑에다 직접 돈을 꽂아주고, 몰래 몰래 증세를 하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는 상황을 일으킬까요? 국민은 현명한데 정치가와 관료가 멍청해서 그런걸까요?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대중의 심리가 편한 길을 정치에 강요하였기 때문입니다. 민주적이지만 잘못된 정부정책이 시장의 수요측을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악화되면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부실해진 회사와 부실해진 개인이 정부만 바라보는 상태가 될겁니다. 정부는 점점 많은 일에 개입하고 점점 강력해지지만 힘들고 꼭 해야하는 일은 외면할겁니다.
예를들면 고도비만 환자에게 식이조절과 운동을 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겁니다. 뚱뚱해도 아름답다.... 네 자신을 사랑해라... 맛있게 먹으면 살이 안찐다... 같이 대중에게는 달콤하지만 잘못된정책만 내놓을겁니다. 중우정치가 본격화 하는 것이죠.
위 이야기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일반 대중의 분위기보다 정권이 더욱 중우정치성향이 강합니다.
김두관이라는 자가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파문에서 "조금 더 배웠다고 임금을 더 받는게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겁니다. 그럼 김두관 그자는 지금까지 받은 250넘는 월급과 모든 특권을 포기했나요?
인천공항공사 문제를 떠나서 인간의 향상에 보상을 주는 행동 자체를 불공정한 것으로 몰아붙이고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한국 국민 다수가 더 배우고 노력한(즉 자신에 더 투자한) 사람이 더 돈을 잘버는 것 조차 시기할 정도로 개돼지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고도 격론은 일겠지만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먹히지는 않았죠. 한국인이 아직 그 정도로 타락하진 않은겁니다.
지금의 부동산정책, 주식정책, 외교정책을 비롯해 여러가지 문제를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대중에 감성에 부흥하는 방식으로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이 정부를 선출하고 180석을 몰아준 것이 누구인지 생각해 볼 때 한국의 유권자들도 민주주의적 절차의 타락에 저항할 만큼 현명하다고 자부할 수는 없을겁니다. 지금 제정신을 갖고 있는 세대는 20대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에서도 민주주의 체제가 서서히 인기영합주의로 흘러가다 최종적으로 민주적인 원칙을 흉내내지만 대단히 고압적으로 국민을 조종하는 정부가 나타날 것입니다.
서구사회는 한국, 중국, 일본같이 고압적인 정부형태가 나타나는 것과 반대로 극도로 분열되어 서서히 쇠퇴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요.
알프리드 맥코이라는 역사학교수가 2017년에 쓴 책에 나오는 미국 쇠퇴 시나리오를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2020년대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실업률이 증가하여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급격히 줄어든다. 사회적 정치적인 논쟁이 심해지며 국민은 극도로 분열되며 중산층과 노동계급에서 외국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진다. 점점 분열되고 통제되지 않는 미국은 그 적대감을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 돌린다..."
어떻습니까.. 2017년에 쓴 책이지만 상당히 그럴듯하게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혼란과 쇠퇴를 되돌리고, 권력이 국가에서 개인으로 되돌아가고, 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자유가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의 극적인 전환이 불가능하지는 않을겁니다. 제 망상일지 몰라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 마지막으로 시장을 지켜서 결과적으로 민주적인 가치도 지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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