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2024년을 기다리며,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예상하는 글 - 국제편

 


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었을 것이라 사건 초기에 단언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는 이란이 하마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간접적인 지원을 했을 수는 있어도 직접적인 지시나 지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란 공화국 수비대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자신들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인정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비롯해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예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공격이 이란이 조율한 제한전쟁임이 분명하다.

예멘 반군은 수에즈 운하의 물류를 사실상 틀어막았다. 미국은 이런 허접한 세력의 공격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이란의 프락시들은 중동의 미군을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이 모든 일이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바이든이 이란과의 전면 대결이나 대규모 군사 개입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 자신의 재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일에는 임계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발적으로 미군의 사망자가 나오거나, 인내심을 넘는 공격이 일어나면 미국도 확전을 무릅쓰고 중동에 개입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안보와 관련된 사활적 이익에서 물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으로 분명해진 것은 레바논과 시리아 방향에서 헤즈볼라가 이런 방식의 기습을 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그간 이스라엘의 MO(modus operandi)로 볼 때, 칼을 빼든 김에 레바논과 시리아의 헤즈볼라도 일소하려 할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이 본격적으로 이란의 프락시들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시작하면 말이다. 본격적인 확전의 시작이다.

물론 몇 주 안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작전을 종료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이란 프락시들의 공격도 잦아들면서 긴장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종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참여자가 너무 많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며, 우발적인 상황이 생길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상황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대로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예상해 보자면, 이번 분쟁은 레바논과 시리아, 더 심각하게는 이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점점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전황에 우크라이나 나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방의 지원도 불안정해졌다. 아마도 내년 하반기쯤 종전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한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고집하면 오데사를 잃어 완전히 내륙 국가화되거나, 동부지역의 영토를 더 잃을 수도 있다. 


3.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에 엄청난 변수다. 운 좋게 트럼프의 당선이 저지되면 좋겠지만 상황이 바이든에 유리하지 않다. 우선 내년 대선인 11월 6일까지 중동의 확전과 우크라이나 문제, 경제위기 가능성, 등  바이든의 지지율을 떨어뜨릴 만한 상황이 산재해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트럼프의 재선을 예상한다.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이전에 말했듯, 전 세계와 미국에 참혹할 것이다.


4. 한반도의 긴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국정원은 내년 초에 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내 생각에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공격과 같이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심각한 군사 도발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전에도 말했듯, "북한은 나쁘지만 미치지는 않았" 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본 열도를 넘기는 ICBM이나 SLBM, 더 많은 정찰위성 발사와 같이 군사적 역량을 고도화하거나 위협적으로 보여주는 일은 계속할 것이다.

지금 한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는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면서 독자적인 핵 보복능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독자적인 핵 보복능력이란 것은 핵무장을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할 능력도, 독자적인 핵무장과 군사력 건설을 추진할 의지도 없다. 내가 그리 욕했던 문재인도 친중, 간첩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최소한 남북 긴장 완화가 한반도 안정에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에 최선이라는 행동도 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이 남북한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대화의 근본 전제는 상호 불간섭이다. "니들이 그렇게 살든 말든 신경 안 쓸 테니 가끔 교역이나 하고 인사나 하고 지내자"가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감대다. 무리하게 북한의 핵 포기를 종용할 필요도 없다. 북한은 근본적인 국체의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도 핵무장을 하고 억지력을 확보하면 그만이다. 

미국과 우리의 국익이 맞는 선에서 공조를 취하는 것과 미국 동북아전략을 우리가 수행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핵확산 방지는 미국의 사활적 이익일 뿐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핵을 갖는 게 우리의 최선의 국익이다. 북한 핵 포기를 압박하는 것은 미국의 핵확산 억지 전략일 뿐이다.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하고, 현 상황에서 최선의 국익도 아니다. 이번 정부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달을 보고 짖는 개처럼 북한을 보고 짖을 뿐이다. 짖을 시간에 한국 안보를 위해 최선의 일을 해야 한다. 북핵 억지력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전에 말이다.



5. 경제 이야기를 해 보자. 아래 표는 40년 간 장단기금리차를 보여준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의 폭과 기간이 역대급이다.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해소되고 6개월에서 1년 6개월 사이에 심각한 경제공황이 나타난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예외는 없었다. 내년 년 바이든의 경기부양 압력을 받은 연준이 9월까지 최소 2~3차례 금리를 인하한다는 가정하에 내년 중반기 이후에는 역전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 후반기쯤에는 전 세계적으로 큰 경제위기가 온다는 가정을 하고 대비해야 한다.

혹자는 아직도 경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주장에 맞는 여러 가지 자료를 조합하여 그럴듯한 스토리는 짤 수 있어도 전 세계가 엄청난 빚에 짓눌려 있는 것, 경제에 충격을 줄 지정학적 위험이 산적한 것, 경제위기를 예측하는데 한 번의 예외도 없었던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너무나 뚜렷하고 길게 나타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희망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만약 내년 후반까지도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오는 경제위기가 더욱 크고 길게 온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내년에는 필연적으로 올 경제위기가 비교적 덜 파괴적이길 바랄 뿐이다.


6. 비트코인 반감기와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비트코인의 매력 중 하나는 그 가격이 우상향한다는 것만 빼고 단기간의 가격 향방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오른다고 하면 떨어지고, 떨어진다고 하면 오른다. 따라서 비트코인 투자자는 단기적 호재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아마 승인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단한 호재이긴 해도 이것이 즉시 비트코인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을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 한다. 비트코인 반감기가 지금까지는 더 정확한 가격 상승 시그널이었다. 대략 반감기 이후 대략 4-6개월 이후에 본격적인 불장이 시작되었다. 내년 4월쯤에 반감기가 예상되니 대략 내년 후반기쯤에 여러 가지 호재를 감안한 본격적인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전에는 언제든지 50%까지 가격 하락이 있을 수 있다. 내년은 아마도 N 번째 비트코인 가격 폭등의 해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앞에 말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의 움직임은 인간의 예상을 비웃는 경향이 있다.


요약하자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점점 동력을 잃을 것이며,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고, 북한은 하던 짓을 계속할 것이다. 경제는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고,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이게 내가 예상하는 내년의 대략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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