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일본, 세 개의 화살을 쏘다. - 소득주도 성장 3편

타 블로그에 1년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한국경제에 암울한 기운이 도는 지금 이 순간에 과연 최저임금 인상 같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이 1년간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불황의 그림자

일본은 1990년대 거품붕괴 이후 장기간의 저성장에 빠집니다. 저성장의 결과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갖게 됩니다. 바로 비정규직(파견직)의 증가입니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드라마 파견의 품격 은 이런 일본의 사회분위기와 좌절감을 보여줍니다. 비슷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었으니 한국에서 이 드라마가 리메이크 되었겠지요.
파견직이 증가하는 만큼 일본의 실질임금은 거의 증가하지 않게 됩니다.
만성적인 불황과 고융불안, 노령화, 등은 일본 사회에 깊은 그림자를 만듭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뭔가를 해 나갈 용기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아베노믹스와 세 개의 화살

이런 장기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절박한 시도가 바로 아베노믹스입니다. 아베노믹스는 크게 세가지 전략이 있고 이를 세개의 화살이라고 합니다.
  • 대담한 금융정책(양적완화)
  • 기동적 재정정책(내수부양)
  • 거시적 구조개혁(장기성장전략 재고)
우선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올리고, 재정을 쏟아부어 사회인프라에 투자하여 내수를 진작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겠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관련된것은 까고 봐야하는 한국의 특성상 아베노믹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가 대다수였습니다. 언제 실패하는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실제로 망하게 생긴것은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되 버렸습니다.
장기적으로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대담한 금융정책은 미국이 허락해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가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사회문제와 만성적인 불황을 겪는 나라가 "재정정책", "수출진흥책", "사회구조개혁" 외에 시도해 볼 수 있는게 뭐가 더 있을까요?
이 정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사회 경제 구조를 고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규제완화, 국가경제특구지정, 여성 및 노인인력 활용 확대, 원전 재가동,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힘든 길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사회 안정을 바탕으로 한 임금정책

이 중 눈여겨 볼 만한 것이 노동정책입니다. 어느 정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2013년에 아베는 임금을 올려주면 세금을 경감해 주는 소득확대 촉진제를 시행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임금인상을 기업에 독려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최근들어서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파견직으로 상징되는 노동구조의 이중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보육교사와 간병인, 등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사회적인 수요가 많지만 저임금에 시달리는 업종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점

일본에는 매뉴얼문화가 있습니다. 많은 사례를 규격화하고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문화는 융통성이 없는 것 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정석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변국(특히 미국)의 동의 혹은 묵인하에 통화확대정책을 펴는 것, 재정지출을 늘려 내수를 살리는 법,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 외에 없습니다.
일본은 이렇게 했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망해가고 한국이 휘청거리는 동안 잘 살고 있습니다.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상태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강해진 일본기업은 한국을 다시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 무서운것은 큰 사회갈등과 파열음 없이 노동문제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본격적인 노동개혁을 통해 소득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힘은 일본 경기가 좋아서 기업이 인건비와 사회개혁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생겼고 당장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매년 3%까지 올리겠다는아베의 주장을 대담한 노동정책으로 봅니다. 2017년 일본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3.1%입니다. 어차피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데 3% 임금을 못올려주겠습니까?
아베의 세개의 화살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재정정책으로 내수를 부양하고, 수출진흥책으로 수출기업을 돕고, 그 힘으로 내부의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내수 부양책은 어떤것인가요? 최저임금을 인상해 임금상승의 부담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정책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약소국 입장에서 대담한 금융정책을 쓸 수는 없더라도 수출경쟁력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수출기업을 대하는 태도는 학대수준입니다. 내가 수출대기업 회장이면 절대 투자하지 않고 현금보유비중을 늘릴겁니다. 내가 중소기업 사장이면 한국땅에 침뱉고 외국으로 시설을 옮길겁니다.
혹시 일본도 수출경쟁력으로 먹고 사는 나라일까요? 아래 표를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본의 대외의존도는 우리의 절반도 안됩니다. 내수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입니다. 그런나라가 내수에 부담을 줘 가면서 양적완화를 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최종적인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은 기업(특히 수출대기업)의 성공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입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요? 50조가 넘는 돈을 1년안에 썼다는데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이 정도 돈을 한번 더 쓰겠다는데 어디다 쓰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이 안오실 수 있습니다만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이 22조입니다. 웬만한 도시철도 공사비가 2-5조정도 들어갑니다. 이 돈으로 차라리 난개발이라도 했으면 내수는 확실히 살아났을 것이고 그 결과물을 매일 볼 수 있겠죠.
이렇게 큰 돈을 국가의 경쟁력과 큰 상관없는 공무원을 대거 충원하거나 국가가 비대한 공무원조직을 움직여서 대상자에게 직접 뿌리겠다는게 한국의 재정정책입니다.
지금까지 쓴 돈 50조 중 상당부분은 공무원 조직의 비효율성 때문에 중간에 증발해 버렸을 것이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을겁니다.
지금도 국가채무의 절반은 공무원 연금을 지급하는데 써야하는 나라에서 공무원을 대거 뽑는것은 절대 안되는 짓입니다.




일본이라고 삽질을 안할리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삽질은 그 규모와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그 비용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전가했고, 재정지출은 공공사업이 아닌 곳에 비효율적으로 뿌려지고 있으며 노동시장 개혁같은 경제구조개혁은 아예 모른척 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중요한 시기에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겁니다.
암담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시한번 한국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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