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 - 1편 ; 세상을 발전시키는 "자유와 시장"을 지키는 힘

 



전간기(戰間基) 역사와 경제에 몰입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당시의 분위기가 지금 돌아가는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늦가을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듯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 GAAT 체제라고 국제적 자유무역은 각국의 보호무역과 관세, 자국 우선주의에 의해 약화되고 있다. 최소한 그 흐름은 바뀌었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양자 간 무역협정, 혹은 지역 경제블록으로 대체되고 있다. 
  •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간섭주의적 정책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창궐하고 있다. 단순히 입법과 행정적 조치뿐 아니라, 기업을 필요악 정도로 보고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부추기는 언론과 지식인이 늘어나고 있다.
  • 화폐의 가치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국가가 환율에 간섭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평가절하를 통해 근린을 궁핍화하려는 정책도 넘쳐나고 있다. 최근 10년간은 근대 역사상 처음 있는 비상식적인 화폐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 미국의 헤게모니는 약해지고, 지역마다 지정학적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권위주의적 정부와 포퓰리즘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위의 모든 현상과 비슷한 것은 전간기에 모두 일어났다. 극단적인 보호무역과 간섭주의, 화폐가치 불안, 영국의 헤게머니 약화와 빈번한 지정학적 충돌, 파시즘과 권위주의의 창궐...  모두 문명이 퇴보하는 기간에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가 간 갈등은 늘어나고, 국가 간 무역은 줄어들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포퓰리즘과 국수주의가 발흥할 것이다. 개인과 기업에 대한 간섭은 늘어날 것이고 화폐가치는 계속 불안해 질 것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전간기의 혼란이 왜 일어났는가? 이 질문의 답을 간단히 하자면 1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을 가능하게 했던 모든 사회적 변화와 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켰던 유럽의 지정학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시 한번 큰 전쟁을 겪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적 변화란 국가의 기능의 무한한 확장과 강력한 통제력, 과학기술 발전에 의한 전쟁 수행능력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전전(戰前) 유럽의 정부는 GDP의 10% 이내에서 이른바 "야경국가"를 운영했다. 국가의 주요 소득원은 관세였다. 그러나 1차세계대전 중 영국의 국방비 만으로 GDP의 50%를 넘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전전(戰前) 물가안정과 실업 해소는 국가의 역할이 아니었다. 물가는 금본위제의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돼야 한다는 믿음이 대세였고 실업은 19세기 말에야 나온 신조어였다. 1차 세계대전이 가까워질수록 노조와 농업종사자들은 강력한 압력단체로 변해 약화된 민주주의정부를 잡고 흔들었다. 국가가 간섭하고 보호해야 할 부분은 점점 많아졌다. 국가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국가의 힘은 커졌고 개인을 일정 기간 강제로 복무하게 하는 의무병제도가 상식이 되었다. 맥심 기관총과 비행기로 대표되는 새로운 무기야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 


1차 세계대전 직전의 국제전이었던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 나폴레옹 전쟁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이전 전쟁에서는 자신의 영토 내의 성인남성을 강제로 징집하는 건 불가능했다. 국민이라는 개념도 희미했다. GDP의 50%를 전쟁비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했으며 병참을 유지할 능력도, 무기의 파괴력도 제한되어 있었다.


근대적 기술을 동원할 수 있고, 국민을 강제로 징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내 자원을 엄청나게 동원할 수 있는 국민국가가 나타난 시점에서 중부 유럽에서 강력한 국가의 급격한 부상은 지정학적 응력을 만들어냈다. 지정학적 응력이 전쟁을 불러온 것은 이전과 같으나 그 파괴력과 사회적 충격은 이전과 달랐다.


이 때문에 처칠은 1차와 2차 세계대전을 같은 원인과 동력에서 일어난 하나의 전쟁으로 본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이 두차례에 걸쳐 일어났지만 하나의 전쟁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타당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이다. 이에 따르면 전간기는 전쟁과 전쟁 사이의 휴지기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인류는 왜 완전히 퇴보하지 않았는가? 강력한 힘을 지닌 근대적 국민국가는 어찌해서 자기강화적으로 모든 힘을 독점하지 못했는가? 어찌해서 전후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극단적인 권위주의와 간섭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었는가?


이는 어떤 힘이 근대적 국민국가의 힘을 제한하거나 후퇴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시장과 개인 선택의 자유에 기초한 자유주의의 힘이다. 지금 어떤 나라도 시장원리를 거부하고 국가를 운영하거나 근대적 전쟁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과 대등한 지리적, 지정학적 힘을 지녔던 소련은 시장을 얕잡아보다 사라졌다. 북한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의 힘이 아니라 장마당의 힘이다. 국가가 아무리 모든 힘을 독점하고 싶더라도 생존을 위해서 시장과 시장에 바탕을 둔 개인과 기업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간기로 되돌아가 보자. 전간기에 국제무역이 반토막나고, 화폐 가치는 도저히 신뢰할 수 없고, 보조금과 관세 같은 보호무역이 횡횡하고, 기업가와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가 창궐했던 이 시기에도 생산성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다. 


전기-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기존의 산업도 혁신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사실상 개인의 재산권이 박탈된 것과 마찬가지인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Temin의 책을 참조) 이런 시장과 개인의 자유의 힘을 잘 이용한 연합국이 결국 전쟁에 이겼다. 추축국의 패배 원인을 자원 부족에서 찾는 해석은 사후합리화에 불과하다. 추축국은 정말 최종적 승리의 목전까지 갔다.


엄혹한 시절의 강력한 국가도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개인과 기업을 꺽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 개인과 기업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인류의 진보를 가져온 힘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류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개인의 자유와 시장원리인가?


전간기와 마찬가지로 지금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언제나 국가이다. 국가가 함부로 전쟁을 하거나 개인을 억압할 수 없는 시점에서 진정한 인류의 번영이 일어난다. 인간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을 보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바로 화폐이다.


정부가 화폐를 시장에서 빼앗아 독점한 이후, 지금까지 그 독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금과 은을 억압하고, 영토 내에 외화를 비롯한 다른 화폐의 사용을 강력히 금지했다. 이런 시도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민간화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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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화폐 독점을 깨뜨리는 것이 왜 인류의 발전에 필수적인지에 대해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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