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인플레이션, 전쟁, 달러 그리고 비트코인-2편 ; 앞으로 3년 경제 예상
윗글은 5개월 전, 앞으로 경제 상황을 예상한 글이다. 경제(인플레이션)과 정치(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돌)의 결과로 기존 정치-경제의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끝에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 짧은 경기상승 이후에 큰 경기침체가 온다.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명목화폐의 신뢰는 결정적으로 깨지고 암호화폐와 가치에 고정된 화폐가 선호되는 현상이 시작된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경기침체의 혼란뿐 아니라 파괴적인 전쟁과 함께 올 수도 있다.
최근 상황이 더 명확해졌다. 따라서 예측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어 보여 후속 글을 쓰게 되었다. 윗글을 쓸 당시는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훨씬 예측하기 쉽다. 최소한 심각한 경기침체가 온다. 이를 극복하려면 다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달러의 신뢰 하락을 시작으로 명목화폐의 신뢰는 결정적으로 훼손된다.
더 예측하기 힘든 것은 전쟁의 진행 과정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종결될 것인가? 최선이지만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상황은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는 것이다. 차선은 소모전에 서로 지쳐 종전을 희망할 때까지 전쟁의 강도가 서서히 낮아지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확전(擴戰)이다. 이전부터 나는 확전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해왔다. 지금 나는 확전으로 갈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졌다고 본다. 예측하기 가장 어려웠던 전쟁의 진행방향이 분명해짐으로 앞으로 일어날 상황도 더 명확해졌다.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모든 사람은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선포하고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기로 한 것,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의 대결에서 충돌 강도를 높이기로 결심한 것임이 분명하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러시아가 가진 대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핵무기 사용과 확전의 위험이 커진 상황은 이전에 쓴 글에 요약되어 있다.
어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노드스트림1과 2가 동시에 사보타주를 당해 파괴된 것이다. 이제 러시아는 독일과 유럽을 가스로 길들일 중요한 지렛대를 잃었다.
혹자는 이 사보타주가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말한다. 상식이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서구 언론이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자기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노드스트림은 러시아가 러시아의 돈으로 만들었다. 폭파하지 않더라도 밸브만 잠그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종전 후에 다시 유럽에 가스를 공급할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발트해는 나토(미국)의 해군과 대잠장비가 밀집한 나토의 내해(內海)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사건 당시 NATO는 폭발지역 부근에서 BALTOPS22 라는 해상 방어훈련 중이었다. 폭발지역 30km 이내에 미국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을 포함한 나토 함대가 훈련중이었고 훈련 내용 중에는 수중드론을 이용한 수중 기뢰제거도 포함되었다.
유럽(특히 독일)의 경제를 인질로 잡는 상징적인 존재를 파괴하여 러시아에 경고를 하고 싶은 나라가 어디인가? 미국이다. 미국이 통제하는 파이프라인이 완성된 순간, 러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연결고리를 파괴함으로써 러시아는 물론 독일에도 경고한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건 러시아 편을 드는게 아니다. 전쟁의 충돌 강도가 높아지며 범위가 확대되는 현상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말하듯, 세계는 강철로 된 새장이다. 각 나라는 강철 새장에 갇혀있는 새들이다. 이들의 전쟁은 예측과 계산이 들어맞는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과정이 아니다. 강철로된 주사위를 돌리는 것이다. 시작은 마음대로 해도, 상황은 예상대로 되지 않고, 끝내기는 힘들다. 이런 거대한 도박에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직전이다.
아마 확전은 이런 식으로 일어날 것으로 본다. 러시아가 합병을 선언한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한다면 러시아는 영토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충돌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재래식 전력으로 전쟁 양상을 결정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게 분명해지는 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을 골라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유혹이 커진다. 러시아가 핵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면 미국과 서방은 더 이상 확전을 경계하여 우크라이나에 개입을 줄이고 종전 협상에 나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실제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사용될 위험이 커지면 러시아의 바램과 달리 미국과 NATO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미국이 즉각 핵으로 보복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 영토에 보복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전면 핵전쟁을 불러 올 것이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동일수준으로 보복하려면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전술핵을 사용해 해야 하는데 결국 우크라이나 영토에 다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핵무기 사용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러시아에게 지울 기회도 잃어버린다.
미국이 원하는 그림은 미국과 나토가 직접 개입해 이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러시아를 몰아낸 후,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를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같은 중립적인 나라에서조차 고립시켜 내분으로 푸틴정권을 실각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 평화협정을 통해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박탈하는 것이다.
전쟁이 러시아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듯, 앞으로의 확전 과정도 미국과 NATO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반복적으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푸틴이 실각하면 더 강경한 반서방인사가 정권을 잡을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전쟁은 강철로된 주사위를 돌리는 것이다. 어떤 숫자가 나오고 누가 이길지 변수가 많다. 전쟁 당사자 각자의 예상과 계획은 틀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쟁 당사자 모두 핵무기 사용과 확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전쟁을 종결하겠다는 계획과 예상하에 전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이 틀어진다는 건 피해가 최소화되지도 않고 조기에 종전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여러 면에서 앞으로 1년 이내에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큰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생각하기 싫은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유럽과 러시아, 미국 일부는 확실하게 파괴될 것이다. 미국은 몰라도 유럽과 러시아는 한참 동안 세계의 중심국가의 역할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후의 일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동북아가 문제이다.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중국, 일본, 한국, 북한, 대만은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물론 동북아 각국이 각자의 시한폭탄을 앉고 있지만 말이다. 유럽의 전쟁이 동북아로 옮겨붙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최선책이다.
이제 경제 이야기를 해 보자.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가정에서 주가지수, 채권가격, 경제성장률이 의미를 가질까? 아니다. 거시경제지표도 의미가 없다. 이 말은 인류 문명이 사라지고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1-2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정치-경제적 격변이 닥칠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1차, 2차 세계대전 직전에 당신이 살았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제일 이상적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1. 자신과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해야 한다.
2. 전쟁을 수행하거나 대비하는 나라는 경제를 통제한다. 외환 거래를 제한하고, 원자재와 핵심 상품의 가격과 거래도 통제한다. 심하면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은행 출금을 제한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은행 출금이 제한되는 동안 화폐 개혁을 하는 방법으로 시민의 재산을 갈취할 수도 있다.
3. 모든 나라는 전쟁 수행, 혹은 준비를 위해 부채를 찍어낸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필연적으로 화폐 가치는 타락한다. 가치를 측정하는 화폐 가치가 급격히 타락하는 상황에서 실물 자산을 적당히 보유해야 한다.
4. 일반인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실물 자산은 부동산과 금, 은이다. 부동산은 덩치가 크고, 현금화와 거래가 복잡하고, 현재 거품이 껴 있다. 또한, 부동산은 정부의 약탈적 징세에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면을 고려할 때, 금과 은을 실물로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암호화폐도 좋은 가치저장수단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위기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금과 은보다 선호한다.
5. 이런 상황에서 망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명목화폐를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고집하는 것이다. 가치를 잃는 속도는 다를지 몰라도, 명목화폐는 앞으로 제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위의 예상이 매드맥스에 나오는 문명이 사라진 세상이 도래한다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 인류의 문명과 기술은 진보한다. 오히려 그동안 너무 평화로웠기 때문에 서구를 비롯해 문명을 선도하던 국가들이 정신적으로 나약하고, 미숙하고, 타락했다.
다만 최종적으로 누가 새로운 질서를 책임질지 결정될 때까지 상당 기간 전쟁과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참고로 1차 세계대전 시작부터 2차 세계대전 종료까지 대략 30년이 넘게 걸렸다. 생각보다 이제 시작한 혼란이 오래갈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가정도 필요해 보인다.
글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블로그 외에 다른 채널은 운영 안하시나요?
감사합니다. 부정기적으로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라 다른 매체를 이용할 계획은 당분간 없습니다.^^
답글삭제아쉽네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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